외환위기의 추억 5/5
2022/5/31
기업이 자기자본보다 차입금을 많이 쓸수록 같은 이익이 나도 자기자본 이익률은 더 높아집니다. 이러한 효과를 레버리지 효과(leverage effect)라고 합니다. 자기자본에 대한 차입금의 비율을 레버리지 비율, 혹은 부채비율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부채비율이 지나치게 높으면 작은 손실이라도 나거나 시중 자금사정이 나빠지면 기업이 휘청하고 존속 자체가 위협받게 됩니다. 1997년 외환위기 때 많은 기업들이 줄도산했던 것은 바로 당시의 대부분 한국 기업의 레버리지 비율이 지나치게 높았기 때문입니다. 즉 자기자본에 비해 부채가 너무 많았습니다. 빚더미로 쌓아올린 기업들이 하루아침에 돌무더기 무너지듯 무너져 내렸습니다.
당시 중소기업들은 사채 이외에는 자금조달 길이 막혀 있었던 반면 재벌기업들은 돈 빌리기가 너무 쉬웠습니다. 이들은 빌린 돈으로 영토 야욕에 불타는 제국의 황제처럼 경쟁력도 없는 사업을 문어발처럼 벌였습니다. 경쟁력 없는 산업에 투자하는 것은 돈을 불태워 없애 버리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가치를 파괴하는 것이지요. 망해야 할 기업들이 재벌의 힘으로 버티면서 한국 경제를 병들게 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이때 외환위기가 터진 것입니다. 망해야 할 기업은 망하고 소위 빅딜이라는 이름으로 재벌기업들의 사업에 정부주도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진행되었습니다. 모든 재벌기업들이 모든 사업을 다 하던 이전의 사업구조에서 재벌 그룹 간에 사업의 맞교환을 통해 중심사업과 관련된 사업으로 구성된 새로운 사업체제가 만들어졌습니다.
재벌그룹이 힘을 가진 상황에서는 이런 정도의 정부주도 구조조정은 생각도 하지 못할 일입니다. 많은 재벌 계열사가 망한 상황에서 정부의 명령에 재벌이 저항할 수는 없는 일이었습니다. 외환위기는 한국민 모두에게 쓰라린 경험이었지만 이런 정도의 구조조정이 가능했던 것은 한국 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습니다.
사실 지금 한국이 자타공인 제조업 강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외환위기 때의 기업구조조정이 없었더라면 가능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지금 한국은 반도체와 배터리, 디스플레이 등 중간재 산업과 자동차, 전자, 조선, 화장품 등 대부분의 제조업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브랜드를 가진 나라가 되었습니다. 문화산업이나 서비스산업은 어떻고요.
정치적 관점으로 경제를 보는 사람이나 아직 20세기의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은 한국 경제가 취약하고 심지어 베네수엘라에 비교하여 곧 망할 것처럼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어떤 경제 지표를 보아도 한국 경제 만한 나라를 찾기 어렵습니다. 가계부채를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 정도 부채문제 없는 나라 나와 보라고 하십시오. 첨부하는 사진은 외환위기 이후 20년 동안 한국경제 체질이 얼마나 튼튼해졌는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진출처: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