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브런치 1/5
2023/10/30
경제학은 경제학자들만의 것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모든 사람이 경제활동을 하고 그때그때 경제적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만큼 경제의 논리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우리 모두의 몫입니다. 그런데 쉽지 않습니다. 자초지종 불문하고 책임 없는 결론만 요구하기도 하고 자막도 없는 외국 드라마를 보듯 지켜보기도 합니다.
경제학 얘기가 어렵게 듣기는 것은 무엇보다도 경제학의 언어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모든 학문이 그렇듯 나름의 언어를 가지고 있으며 어휘와 문법을 모르면 외국어처럼 듣기게 됩니다.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어휘의 개념을 명확히 해두지 않으면 자신의 행복을 결정하는 경제적 문제를 남의 얘기처럼 듣게 됩니다.
상품(commodities)과 제품(products)의 명확한 구분이 그 한 예입니다. 상품은 농수산품이나 광물이나 에너지 자원과 같이 제1차 산업의 생산품을 말합니다. 제품은 제2차 산업의 제조 과정을 거친 생산품을 말합니다.
모든 물자가 부족하던 옛날에는 모든 제품이 보통 명사로 팔렸습니다. 그냥 옷이면 됐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옷이 넘쳐나는 오늘날 옷을 옷으로 파는 옷 회사는 생존할 수 없습니다. 브랜드에, 디자인에, 기능에 차별화해야만 팔릴 수 있고 회사가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글 쓰다가 보니 신발 하나로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모든 것을 다 하던 그 시대가 그리워지는 것은 왜일까요?
모든 제품이 차별화되어야만 존재의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오늘날 상품과 제품의 구분 기준은 차별화 여부입니다. 콩이나 옥수수 같은 농산자원, 원유나 석탄 같은 에너지 자원 등은 본질적으로 차별화의 의미가 없습니다. 제품이 차별화 가치를 잃어갈 때 상품화(commoditize) 한다라고 합니다.
제품과 상품은 경제 논리가 많이 다릅니다. 수요와 공급이 만나 가격이 결정되는 것은 같겠지만 수요와 가격의 움직임은 둘 사이에 완전히 종이 다른 동물입니다. 제품의 수요는 차별화에 의해 결정되지만 상품시장은 투기의 논리로 설명됩니다.
오늘 소개하는 책은 국제 상품시장의 진화과정을 흥미진진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정치와 음모, 부패가 있기 때문입니다. 보통사람들은 이름도 들어본 적이 없는 거대 자원기업들이 나옵니다. 이들 기업들은 이름이 알려지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