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브런치 5/6
2023/11/13
뭔가 좋지 않은 일을 상습적으로 하는 종류의 사람들을 꾼이라고 합니다. 매우 중요한 시장 거래인 투기에도 꾼이라는 말을 붙입니다. 좋지 않다는 말이지요. 투기가 뭐냐고 물으면 그에 대한 답이 아닌 부정적 가치 판단을 말합니다.
그런데 투기는 언제나 존재하는 현상이며 특히 자본주의 경제의 금융시장에서는 반드시 있어야만 합니다. 부정적 가치 판단에 앞서 투기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투기는 예측을 통하여 시세차익을 노리는 거래이며 상황에 따라 가격이 시시각각 변동하는 시장에서는 누구나 미래가격을 예측하고 그에 따라 의사결정을 하게 됩니다. 투기꾼들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참가자 누구나 투기적으로 행동하게 됩니다.
예측이란 지금 현재 가격에 비추어 진정한 가치를 평가하는 일입니다. 그에 따라 가격이 오를 것이냐 내릴 것이냐를 예측하여 사거나 팔게 됩니다. 시장참가자 누구나 자신이 가진 정보와 지혜를 모아 예측을 하고 거래함으로써 가격이 진정한 가치를 반영하게 됩니다. 가격이 진정한 가치를 반영할 때 돈이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되고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자본주의 시장가격 메커니즘입니다.
투기가 없는 자본주의는 없습니다. 자본주의가 지구상 유일한 경제체제로 살아남았다는 것은 다른 대안보다는 더 낫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자본주의 체제는 불안합니다. 버블과 경제위기가 반복됩니다. 자본주의 문제는 바로 투기의 문제입니다. 투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여기에 시작됩니다.
모든 사람이 예측을 한다지만 확신을 기지고 예측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모두 불안해하며 다른 사람을 쳐다봅니다. 그러다 보니 진정한 가치와 괴리되어 가격에 버블이 생깁니다. 때로는 모두가 공포에 휩싸이고 위기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버블과 경제위기 문제의 본질이 미래의 불확실성에 있는 것이지 투기에 있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투기에 부정적 인식을 갖는 또 다른 이유는 내부자정보, 작전, 심지어 전세사기와 같은 범죄행위들을 투기와 동일시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법의 경계를 넘어가지 않더라도 금융회사들이 제도와 법규의 허점을 노려 과도한 투기를 하여 경제위기가 빈발하는 것은 투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사라지기 어렵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투자를 하는 모든 사람은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기적 동기를 가집니다. 그러나 저축으로 투자하는 사람을 투기한다고 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돈 빌려서 대박을 노리는 사람은 투기한다고 하지 투자한다고 하지는 않습니다.
주식투자가 도박과 다를 게 뭐가 있냐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둘 사이의 공통점은 둘 다 확률 게임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주식투자는 가치 평가를 통한 예측이 전제되어야 하는 반면 도박은 가치 평가나 예측이 없습니다. 주식투자를 확률 게임으로만 보는 사람들이 있기는 합니다. 아래 사진은 주식투자가 일어나는 뉴욕증시와 라스베이거스 게임장입니다. 모양이 비슷하기는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