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길 2/4
2024/1/25
우리는 왜곡되지 않은 사건의 총체적 진실을 알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그런 것은 없습니다. 우리는 진실의 조각을 알 뿐입니다. 진실의 조각은 틀린 말이나 거짓은 아니지만 진실도 아닙니다. 어쩌면 우리는 총체적 진실보다는 우리가 보고 싶어 하는 진실의 조각만을 보려 할지도 모릅니다.
제가 세례 받을 때 즈음 한 신앙 선배가 성서는 하느님 말씀이고 틀린 말씀이 없으니까 무조건 믿어야 한다고 충고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성서를 펼치니 시작부터 황당한 허구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도저히 무조건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핑계를 대자면 제가 냉담으로 직행하게 된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그런데 완전히 픽션인 농장주의 비유에서 작으나마 깨달음과 안식을 얻고 여전히 미약하지만 믿음을 얻게 된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그것은 진실이 아닌 진리의 보물을 그 픽션에서 보았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진리는 거짓말의 반대말이 아닙니다. 진리는 세상의 근본 이치입니다. 픽션 속에서 진리의 보물이 찬란하게 빛날 수 있습니다. 그 농장주의 비유는 왜 인간이 불행과 죄에 빠지게 되고, 행복과 평화의 열쇠가 어디 있는지를 저에게 얘기해주고 있었습니다.
진리의 보물을 찾기 위해 성서를 펼치면 곳곳에서 인간 언어의 누더기를 걸친 진리의 말씀이 놓여 있습니다. 예수께서 광야에서 40일간 유혹을 받으셨다는 대목에서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습니다. 부와 권력과 재주, 그것은 제가 매일매일 받고 죄에 빠지는 유혹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소개하는 책에서 유명한 성서학자인 저자가 예수 언행의 기록인 복음이 어떻게 오늘날 우리에게 전달되었는지 얘기해주고 있습니다. 복음이 완성된 것이 1세기말이니까 오랫동안 구전으로 전해진 것을 모은 것입니다. 이후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를 발명할 때까지는 필사본으로 전해졌으니까 많은 오류와 첨삭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그 속에서 믿음을 구하는 것은 그것이 진리의 책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