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그 씁쓸함에 대하여 1/4
2024/10/8
주말 아침마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을 나섭니다. 반짝반짝 윤이 나는 지하철역에서 매끈하고 깨끗한 열차를 탑니다. 도착역에 내려 얼마 안 가면 울창한 숲 속 산책로로 들어섭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몸이 불편하신 분들도 다닐 수 있는 무장애 데크길입니다. 전국 도처에 이런 시설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돈들이지 않고 누구나 누릴 수 있는 휴식과 즐거움입니다.
숲이 주는 자연의 안식을 온몸으로 느끼며 내가 태어나고 살아온 이 나라가 진정 살기 좋은 나라가 되었다는 데 작지 않은 감동이 밀려옵니다. 뒤떨어지고 가난한 나라라는 꼬리표가 숙명처럼 따라다니던 나라를 선진부국,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긍지를 느껴봅니다.
그것은 단지 경제가 성장한 것만으로 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늘어난 소득과 부를 일부 기득권 세력의 권력과 재력을 키우는 데만 쓰지 않고 국민 모두가 누릴 수 있는 사회간접자본과 생활 기반 시설에 많은 투자를 할 수 있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현명한 사회적 결정이 내려지고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정치 행정 시스템이 없다면 아무리 부유한 나라라도 국민 전체의 삶의 질이 높아질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만약 민주주의가 확고하게 자리잡지 않았더라면 국가 정책은 집권자의 세력을 유지하는 데 모든 힘을 기울이고 국민의 삶은 더욱 피폐해져 갔을 것입니다. 지금 한국인이 누리는 삶의 질과 긍지는 가능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정치의 본질은 싸움입니다. 민주 정치의 싸움은 밖으로 드러나있는 반면 독재정치의 싸움은 보이지 않는 공포가 있습니다. 드러나 있는 싸움은 무질서하게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정치인들이 야비하다고 욕을 먹지만 싸우는 사람은 야비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무질서해 보이는 정치 싸움판에서 야비하게 싸우는 정치인을 바라보며 한국정치를 우려하는 사람도 많지만 어쩌면 그것이 한국의 민주주의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요?
오늘 소개하는 책은 'Sapience'의 저자 하라리의 신간입니다. IT기술의 발전과 정치 체제의 변화를 연결하고 AI 혁명이 앞으로 정치를 어떻게 파괴적으로 변화시킬 것인가를 특유의 통찰력으로 살펴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