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와 국민, 그리고 지도자 4/5
2025/5/13
정치는 결국 정보와 의사소통의 문제입니다. 민주 국가에서 권력이 국민에게서 나온다고 하지만 국민에 대한 더 좋은 정보를 갖고 국민과 더 잘 의사소통을 하는 사람이 권력을 잡게 됩니다. 독재 국가의 권력자는 의사소통과 정보를 독점하고 통제할 때 권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은 각 시대의 정치 형태를 결정합니다. 말과 글, 인쇄, 매스컴, 디지털 등 역사 속에서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은 왕정과 공화정, 관료주의 등 각 시대의 국가 통치 방식의 변화와 맥을 같이 합니다.
AI와 알고리즘으로 대표되는 우리 시대 정보통신 기술은 당연히 우리 시대의 정치와 국가 통치 방식을 결정합니다. 그런데 우리 시대 정치의 틀은 매스컴과 디지털 기술의 바탕 위에 만들어져 있습니다. 빠르게 진화하는 AI 기술에 맞추어 정치의 틀과 국민의 의식이 변화하지 않으면 민주주의나 독재 체제 할 것 없이 큰 혼란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인간이 주도권을 가진 인류 문명의 붕괴를 우려하게 되는 이유입니다.
미래의 정치, 나아가서 인류 문명의 미래에 AI라는 기술이 절체절명의 위협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AI 기술이 지금까지 정보통신 기술 발전의 연장선 상에 놓여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지금까지의 정보통신 기술이 인간을 보조하는 수동적인 역할에 머물러 있었던 반면 AI 기술은 인간을 훨씬 뛰어넘는 지적 능력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 학습하고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인간의 모든 활동에서 AI는 이미 인간보다 더 많은 정보를 만들어 내고 인간과 함께 의사소통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AI는 인간을 이해하지만 인간은 AI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AI가 인간을 조종할 수 있으며 AI가 내린 의사결정을 인간이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직은 AI가 인간의 통제 아래 머물러 있지만 언제까지 그럴 수 있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페이스북에서 인생 제2막을 살아가는 저는 페이스북 나라의 시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페이스북 나라의 통치 아래 활동을 하고 있을 뿐 시민으로서 누리는 권리는 조금도 없습니다. 페이스북 나라의 통치가 바로 AI의 통치입니다. 24시간 모든 행동과 모든 생각이 감시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페이스북의 이익에 도움을 되지 않는 모든 행동이 제한됩니다. 저는 AI가 지배하는 나라에 이미 살고 있습니다. 숨이 막힙니다. 저에게 미래는 이미 와 있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책은 AI가 지배하는 미래의 정치를 그리고 있습니다. 무서운 이야기입니다. 저자는 AI가 인류에게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결국 인간이 선택하는 문제라고 합니다. 그러나 더 나은 AI 개발을 위하여 개인과, 기업, 국가가 경쟁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류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가는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