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책 읽는 사람들의 필수과목처럼 되어 있어서 저도 주제에 균형을 맞출 겸 몇 권 읽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역사책을 막론하고 피비린내가 진동합니다. 사악한 음모와 참혹한 비극이 넘쳐납니다. 모든 나라의 역사가 전쟁 이야기로 되어 있습니다. 국가가 생긴 이래 전쟁이 없는 역사는 역사가 아닙니다. 국가는 전쟁으로 생겨나서 전쟁으로 사라집니다. 대제국의 찬란한 역사일수록 전쟁의 피비린내는 더 진동하고 백성의 고통은 더 참혹합니다.
어디 전쟁뿐인가요. 나라 안에서도 분쟁과 폭력이 없는 역사는 없습니다. 지금 그나마 큰 전쟁 없는 기간이 몇 십 년 계속되지만 그것은 단지 손가락 하나로 세상을 멸망시킬 기술이 나왔기 때문에 조금 조심했던 것일 뿐입니다. 핵, 세균, 사이버... 그러나 지금 어느 순간에 누가 일으켰는지도 모르는 전쟁이 일어나 지금의 문명이 종말을 맞이했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대국의 독재 권력자들은 호시탐탐 전쟁을 일으킬 기회만 엿보고 있습니다. 자국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국민들을 희생양으로 삼고 세계인을 공포에 질리게 하는 전쟁을 일으키는 것이 권력을 키우고 스스로를 보호하는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역사에는 지혜가 없습니다. 누가 역사에서 선조들의 지혜를 찾는다고 했나요. 모든 문제를 싸움으로 밖에 해결하러 들지 않는 어리석음이 역사에서 얻을 수 있는 타산지석, 유일한 교훈입니다. 역사는 지혜로운 자의 것이 아닙니다. 사악하고 폭력적인 자들의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세대는 평생 전쟁 없고 경제가 번성하면서도 권리를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나라에 살고 있네요. 전생에 단체로 무슨 착한 일을 했기에 이런 복을 누리게 되었는지.. 그런데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결코 아닙니다. 아주 짧은 꿈같던 태평성대가 이제 끝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십자군전쟁. 제가 처음으로 읽은 역사책입니다. 너무 처참해서 그 피비린내가 느껴집니다. 전쟁 가운데서도 가장 비겁하고 저질의 전쟁이 종교전쟁입니다. 사악한 자들이 자신의 이익을 좇아 신의 이름을 내걸고 세상을 생지옥으로 만들었습니다. 어디 십자군전쟁뿐이겠습니까. 종교가 생긴 이래 종교전쟁은 계속되었고 오늘도 계속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