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슬퍼하다 4/5
Gangnam Style Series no.19 Storefronts, Garosugil
Watercolor/ artist 화가경영학자
2022/3/30
저는 수업할 때 학생 모두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출석부 순서대로 한 명씩 호명해서 상식 수준의 질문을 하고 거기서 시작하는 방식을 쓰고 있습니다. 상식적 지식과 강의내용을 연결하는 것입니다. 상식의 바탕이 없는 학문이란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담당하는 글로벌경영 과목은 당연히 글로벌화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1994년 WTO 결성으로 본격적 글로벌 시대로 접어들게 되는데 그 이전에 반세기 가까운 자유무역협상(GATT) 과정이 있었습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자유무역을 통하여 더 이상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자는 취지로 자유무역협상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래서 2차 대전 종전에 대한 상식 수준의 질문에서 얘기를 시작하려고 ‘언제 어떻게 2차 대전이 끝났느냐’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A(한국학생): 대답이 없습니다
B(한국학생): I don't know.
C(한국학생): I don't know.
D(영국학생): 1945년 원자폭탄 투하로 일본이 항복하여 끝났습니다.
저(교수): 오 그래, 잘 대답했다.
수업은 무난하게 진행되었는데 마음 한편에 한국 젊은이들의 역사 지식수준에 실망감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한국학생들이 수학 영어 잘한다고 좋아했는데 역사 지식수준이 이 정도라니.. 역사를 잊은 나라는 미래가 없다며 이웃나라에 역사를 돌아보라고 촉구했는데 잊어버릴 지식도 없는 나라는 어떻게 되나요. 아마 역사가 대학입시 과목이 아니어서 이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오늘 소개하는 책은 선사시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세계 역사를 개관하고 있습니다. 단편적으로 역사서를 읽다가 전체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1200페이지를 두 달에 걸쳐서 읽었습니다. 1970년대에 처음 쓰였는데 원래 저자가 돌아가신 이후에도 개정이 계속되어 여섯 번째 개정판입니다. 유럽을 세계역사의 중심에 두고 있어서 역시 객관적인 역사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