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키즈카페 이용료는 2시간 기준 12,000원에 보호자 1인당 3,000원 꼴이다. 이 삼천원에는 보호자가 마실 음료값이 포함된다. 따라서 아이는 키즈룸에서 알아서 놀고 보호자는 테이블에서 차를 마시며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 이상적인 그림이야말로 부모들이 키즈카페를 찾는 이유다. (그러나 현실은 시궁창.. 테이블에 앉아있는 부모는 거의 없고 허리도 제대로 못펴는 키즈룸에 아이와 짱박혀있음 ㅠㅠ)
2.이렇게 키즈카페는 부모가 아이와 놀아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이가 알아서 잘 놀겠거니 라는 믿음과 기대감으로 가는 경우가 더 많다. 하지만 아이들은 생각보다 혼자서 잘 놀지 못한다. 아이들 간에 장난감 소유권 분쟁 상황이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이와 멀리 떨어져 있는 부모는 키카에서 빌런 같은 존재다. 팀플로 치면 무임승차자가 되는 셈.
3.따라서 키즈카페에서 부모가 가장 많이 하는 건 아이와 놀아주기가 아니라 내새끼와 다른새끼 간 경계선을 지키는 보초 역할이다. 더 나아가, 다른 보호자들로부터 경계선을 지켜야 하는 경우도 있다. 보호자 없이 놀고 있는 아이가, 자신의 아이가 가지고 놀던 장난감에 손을 대니 그 아이를 준엄히 꾸짖는(“이거 얘가 놀던 거잖아, 너 엄마 어딨어??”) 모습을 목격한 남편은 그 뒤로 키즈룸에 아이를 혼자 두는 법이 없다.
4.오늘은 급기야, 아이가 편백나무 조각을 로비에 흩뿌리며 노는 모습을 지켜보며 보호자는 입으로만 “하지마, 그만해” 말하고, 정작 아이를 쫓아다니며 편백나무 조각들을 정신 없이 치우는 사람은 직원인, 부조리함의 극치인 상황을 목도했다. 이 아이는 부모에게서 뭘 배우지? 그리고 도대체 이 부모는 누가 가르쳐야 하지?
5.나 역시, 눈앞에서 우리집 아기가 넘어지는데 그 순간 어른 둘이 본 척도 안하고 지나치는 것을 본 뒤로 이 공간이 바깥만도 못하다는 걸 알았다. 길 가다가 아이가 넘어지면 지나가는 어른들이 걱정하는 기색이라도 하잖나, 최소한 사람들 이목이 있으니까. 그런데 여기서는 그런 게 없다. ‘당연히 보호자가 있겠지, 보호자가 케어해주겠지’라고 생각하고, 보호자가 필요한 순간에 보호자가 안 보이면 자신이 그 역할을 대신 해줄 생각은 없어 보인다. ‘직원이 하겠지’라고 생각하는 걸까. 분명한 건 키카를 관통하는 분위기-고도의 개인주의가 있다는 것. 이건 ‘내돈내산’이라는 소비자로서의 정체성에서 비롯되는 것 같기도, 소비자일 때 우리는 누리려고 하지 주체성을 발휘하려 하지 않으니까.
6.상황이 이렇다보니 키즈룸에서 마주친 아이들끼리도 서로 인사하는 법이 없다. 부모가 가르치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 때는 만나는 또래가 반갑고 함께 놀고 싶은 시기일 텐데. 공간의 룰은 보호자인 어른들이 만들어가는 것이다. 내새끼 남새끼, 구분하는 문화가 싫어서 마주치는 아이마다 인사시키고 보호자가 곁에 있지 않은 아이도 함께 어울려 놀도록 하다 보면 조금 많이 피곤해지기도 한다.
7.그 와중에 남편에게 들은 웃긴 에피 하나. 키즈룸에서 한 아이가 “이거 내꺼야!”라며 우리 아기가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뺏으니, 보호자가 “한번만 더 그러면 집에 갈거야!”라고 경고 하더랜다. 그런데 잠시 후 그 아이가 자기 동생을 때려서 울리자 곧바로 칼같이 일어나 형제를 데리고 퇴장하는, 키카에서 보기 드문 단호한 모습에, ‘훈육을 위해 이용료고 뭐고 칼퇴장이라니 대단하다’ 속으로 감탄했는데 배웅 나가던 남성이 키카 사장님^^이었다는. 그 아이가 우리 아기에게 했던, “이거 내꺼야” 이 말은 트루였던 것..★
8.‘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하 8도를 육박하는 바깥날씨에는 갈 곳이 키카 뿐인 것. 오늘도 키카노역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