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화에서 상수와 수영은 미경이 일방적으로 주는 고가의 선물을 각자 다른 방식으로 거절한다.
미경은 상수와 수영의 관계를 추궁하고자 다짜고짜 밤중에 수영의 집앞으로 들이닥친다. 명분은 유니폼 자율화 이후 수영이 입을 사복을 챙겨준답시고,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자신의 옷들을 쥐어 주면서. 거절하기 어려워 난감해하는 수영에게 말한다. “기쁘게 입어줘.” 요청보다는 지시의 뉘앙스, 친구이기 전에 직급이 한창 높은 동료의 무리한 요구를, 수영은 거절할 수 없다. 그런 후 묻지도 않은 자신과 상수와의 진전된 관계를 과시하며 수영을 떠보는(“우리 결혼하면 부케 들어줄거지?”) 수백만원어치의 무례함을 보인다.
다음 날 수영은 그 옷들을 팔아서 어려운 사정의 종현에게 준다. 소극적이나마, 미경에게 하는 복수. 한사코 받을 수 없다며 거절하는 그에게 말한다. “그냥 생긴 돈이에요. 원래 나한테 없던 돈. (…) 누군가한테 쉬운 일이 우리한테 어려운 게 화가 나요. 누군가는 아무렇지 않은 게 우리한테 절실한 것도 화가 나, 이 돈은 나한테 화풀이에요.”
한편 9화에서 상수는 미경의 외제차 선물을 거절한 바 있다. 그 선물은 미경이 친구들에게 상수를 소개해주는 길에 ‘자신이’ 꿀리지 않기 위한 목적으로 오백만원짜리 자켓과 함께 일방적으로 선물했던 것이었다. 10화에서 상수와 갈등이 생기자 미경은 다시금 외제차 선물을 강요한다. 재차 받지 않겠다는 상수의 마음에 신랄한 속물성을 드러낸다.
“선배는 왜 자격증 공부해? 왜 본점 가려고 하냐구. 그래서 결국 손에 넣고 싶은 건 지금 사는 곳보다 좋은 집 더 좋은 차 좋은 옷 그런 거잖아. 어차피 선배가 가지게 될 거 내가 먼저 주면 안돼?”
미경의 호의는 수영과 상수에게 모멸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녀는 자신의 돈이 다른 이에게 반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한다. 아니, 사실 그런 건 안중에도 없다. 미경이 관계 맺는 방식의 기원은 그의 아버지로부터 비롯되기 때문이다. 미경은 자신의 아버지를 두고 “사랑을 장난감 사주듯 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미경의 아버지는 상수에게 말한다.
“자네가 범죄자만 아니면 되네. 부족한 건 내가 다 채워주면 되니까. 자네 마음도 안 중요해. 미경이가 원하고 갖고 싶으면, 난 다 줄거니까.”
그는 마치 상수가 하나의 인격체가 아닌, 돈 주고 살 수 있는 물건인 것처럼 말한다. 따라서 미경 역시 결정적인 순간에는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물건처럼, 돈으로 살 수 있다고 믿는 것처럼 행동한다. 그러나 미경의 자본주의적인 관계방식이 상대방에게 즉, 누구보다도 상수와 수영에게 통하기에는… 그들의 영혼은 너무나도 고귀하다.
앞서 수영은 종현과 함께 살기 위해 그의 짐을 들이는 대신, 그의 공간을 확보하고자 영혼의 안식처와도 같은 피아노와 화분들을 처분했다. 그렇다고 수영이 그를 사랑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를 암시하는 장면들- 사랑을 나눌 때 종현을 끌어안지 않고, 그가 피아노를 쳐달라는 요청을 들어주지 않는다. 반면에 상수에게는 피아노를 연주해주고 그와의 포옹에서 그의 옷자락을 꼭 움켜쥔다.
이렇게 10회는 주인공 상수와 수영의 정체된 관계가 급진전하며 마무리했다. 드라마는 마지막에 주인공 남녀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며 ‘동그라미’에 대한 독백을 읇는다. “동그라미. 벗어나고 있다고 착각했지만, 결국 다시 원점. 결국 다시 안수영.”
+앞으로 남은 6회차 동안 스토리가 또 어떻게 꼬일지 모르겠지만, 그냥 지금 내 마음은 ‘제발 이 둘 사랑하게 해주세요 엉엉’일 뿐이고,,ㅜㅜ 유연석 배우 그동안 노관심이었는데 니트가 이렇게 잘 어울리는 남자였다니.. 어깨깡패 어쩔..??
+갑자기 장문의 리뷰를 쓴 건 10화가 여러모로 절절하고 인상깊어서 이기도 하지만, 남편과 육퇴 후 함께 천천히 보고 있는 드라마인데 내가 못참고 의리없게 먼저 정주행해버려서ㅋㅋ 같이 보느라 9,10회를 두 번 보게 되니 생각할 거리들이 많아졌다. 다시 보니 더 재밌고 유연석은 여전히 어깨깡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