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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 May 30. 2022

<플로리다 프로젝트>, 가난을 멸시하는 사회를 비추다

가난해도 존엄한 삶을 살 수 있나요?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주인공은 막돼먹은 20대 미혼모 핼리다.


영화는 핼리가 세상의 편견으로 딸 무니와 헤어지게 되는 과정을 다루고 있는데 영화를 본 많은 사람들은 '엄마의 자격'을 떠올린다. 핼리는 결코 세상의 기대치에 부응하는 엄마가 아니기 때문이다.


대낮까지 잠을 퍼질러 자는 것은 기본, 아이 옆에서 담배를 피우기 일쑤며 하는 일이라곤 무니를 동반하고 하자있는 향수를 관광객들에게 비싸게 팔고 급기야는 성매매까지 하게 된다.


영화를 만든 감독 션 베이커는 "이 영화에서 악당이 있다면 핼리와 같은 사람들을 방치하는 사회 구조"라고 언급했지만, 영화를 보는 사람들 대부분은 엄마이자 생계부양자로서의 자질이 부족한 핼리가 무니를 낳게되는 시점부터 문제를 삼곤 한다.


최근 종편 채널에서 방영한 논란의 예능 프로 <고딩엄빠> 역시 시청자 게시판에는 "제대로 책임지지도 못할 걸 왜 낳았냐"는 원성이 자자하다. 프로그램의 사회자가 조심스레 "지울 생각은 안했느냐" 건넨 질문에 청소년 엄마는 이야기했다. "(엄마도 떠났고 남자친구(아이 생부)도 모두 내곁을 떠났는데) 영원히 내 편일 것 같은 아기가 포기가 안됐어요. 그리고 아기를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은 엄마인 저뿐이었죠."


아기를 지켜주는 것은 가까운 지지기반이 되어야할 가족이나 사회안전망이 아니라 오로지 어린 청소년 자신이었고, 그 책임을 떠맡기로 결심한 한 아이에게, 사회가 어떤 비난을 퍼부을 수 있을까?


한편 핼리에게 배우고 싶은 점이 있었다. 영화 초반에 무니가 친구들과 장난으로 모텔 투숙객의 차에 침을 뱉다가 딱걸린 나머지 강제 수습을 하는데 혼난 아이들이 기죽지 않고 청소마저 놀이처럼 한다. 아이들의 예의없는 행동에 차주인은 굉장히 불쾌해하며 진지하게 하라고 닥달하는데, 엄마 핼리의 반응은 이런 식이다. "왜 이렇게 진지해? 재밌게 해~ (차주인 자녀에게) 너도 좀 거들지 그래~" ‘맘충타도’의 K-정서에서 볼때 막돼먹은 핼리의 반응이 신선했고, 긴장감으로 가득한 우리네 삶에서도 필요한 태도가 아닐까 싶었다.


굉장히 얄밉고 대책없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핼리는 어린이의 마음을 읽으며 어린이에게 '엄근진'을 강요하지 않고 친구처럼 다가간다. 어린이를 어른의 바람대로 조종하기 위한 친밀함이 아니다. 있는 그대로의 마음을 받아들이고 관계맺는 진정성 있는 친절함이다.


영화의 등장인물 대부분은 사회보장제도와 사회라는 울타리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가난한 사람들이다. 영화는 가난에 대한 세상 사람들의 폭력적인 시선을 다루고 있기도 하다.


90년대 초반 '서울의 달' 따위의 드라마에서 가난은 '가진 것 없지만 마음은 따뜻한 사람들'로 미화라도 됐지만, 이제 가난은 불법이고 욕이 되어버렸다.


'시발비용'을 쓸 여유조차 없는, 상품 구매력 없는 사람들이 갈수록 설 자리가 없어진다. 소유의 과시가 넘쳐나는 자본주의 세상에서 가난한 사람들은 배경처럼, 그리고 투명인간처럼 존재할 뿐이다.


영화는 우리에게 묻는다. 가난해도 존엄한 삶을 살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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