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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 Aug 14. 2021

아기야, “우리는 언제나 다시 만나”

초보엄마의 육아일기

한창 폭풍성장 중인 우리집 아기에게 최근 ‘빠빠이’의 손동작을 가르쳤다. 어린이집에 등원할 때, 아빠가 출근할 때, 잠자리에 들 때 인사를 함으로써 잠시 부모와 분리되기 전 마음의 준비를 하기 위한 베이비 싸인, 훈련인 셈이다.


몇 번 가르쳐준 것 같지도 않은데 아기가 금새 터득해 혹시..내새끼 천재???!라며 착각할 뻔한 것도 잠시, 아기는 이론에 강할지언정 실전에 약했다. 어린이집 등원하는 순간, 그러니까 정작 빠빠이를 해야 하는 타이밍에는 ‘으앙~’ 울거나 외면했다. ‘빠빠이’라는 제스쳐를 기계적으로 습득했을 뿐, 그것의 실제 의미- 엄빠와 잠시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아직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다.


따라서 아기가 어린이집에 다닌 지는 벌써 네 달이 되었지만 아직까지도 등원길 아기와 떨어지는 순간에 아기의 손 인사를 보지 못했다. 이제 등원하러 집을 나서는 길은 아기를 안은 몸과 아기와 떨어질 준비를 하는 마음이 모두 무겁다.  


그림책 <우리는 언제나 다시 만나>(윤여림, 위즈덤하우스)는 아기 때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엄마와 아기가 서로 분리되는 경험을 반복하면서 ‘떨어져 있어도 언젠가는 다시 만나는 관계’라는 것을 깨달아가는 과정을 다룬다. 엄마가 화장실에 잠시 다녀오는 것조차 불안해하고 마냥 울던 아기는 까꿍놀이를 하면서, 어린이집에 다니고 새로운 것들을 접하면서, 분리와 만남이라는 삶의 훈련을 무수히 반복한다. 그 과정에서 아기는 엄마가 당장 보이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꼭 만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렇게 어른이 되어간다.


이 그림책처럼 우리집 아기는 천천히 빠빠이를 배워갈 것이다. 우리의 헤어짐은 점점 더 익숙해지고 덜 힘들어지며 성숙해지겠지.


부모들의 멘토 오은영 박사 어록 중 “육아의 궁극적인 목적은 독립시키는 것”, 부모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자식의 독립을 지원하는 것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언젠가는 ‘빠빠이’를 먼저 하는 사람은 내가 아니라 아기가 될 것이다. 아기가 내 품을 떠나 독립된 한 사람으로 성장할 때까지, 그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을 터다. 그때까지 아기의 집착과 질척거림(!)을 귀하게 여기고 즐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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