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이 '노키즈존'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부천시립도서관에서 아이와 쫓겨난 일
오늘 독박육아 중에 아기랑 부천에 새로 생긴 별빛마루도서관에 갔다가 15분만에 쫓겨났다. 설웁다. 아기가 시끄럽게 구니 직원이 와서 "나가주세요"라고 말했다. 안그래도 당황해서 땀 뻘뻘 흘리며 짐 챙겨 나가려던 참이었는데 꼴이 참 우습게 돼버렸다. 한마디 대꾸조차 못하고 나와서 복수심에 불타며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넣었다. 공공기관 직원이 시끄럽다는 이유로 어린이와 양육자를 내쫓는 짓을 다시는 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아래는 신문고에 올린 글.
<부천시립도서관이 노키즈존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올해 부천에 새로 생긴 별빛마루도서관에 29개월 아이와 방문 도중, 1층에 있는 목일신체험관에서 아이가 순서를 지키지 않고 고집을 피우며 울어서 1차로 도서관 밖으로 나가서 진정시키고 다시 입장했습니다. 하지만 오래 지나지 않아 아이는 또다시 소란을 피우기 시작했고, 결국 나가려던 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을 지켜보던 1층 로비의 남자 직원분이 '도가 지나치다, 참을 만큼 참았다'고 생각하셨나 봅니다. 그분이 저에게 오시더니 "나가주세요."라고 간단히 말했습니다. '아이가 너무 시끄러우니 조용히 시켜주세요'도 아니고, 아무런 설명 없이, 다섯글자로 나가달라고요. 아이의 소란에 황급히 나가려던 차에, 직원의 제지까지 받으니 너무 당황스러웠지만 알겠다고 하고 쫓기듯 나왔습니다. 참고로 저와 아이는 2시 정각부터 체험실을 이용했고, 직원의 지시로 도서관을 나온 시간은 고작 15분이 경과한 2시 15분이었습니다.
나오고 나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제가 아이와 함께 간 곳은 공공기관이었습니다. 더군다나 저희 아이가 소란을 피운 장소는 열람실이 아니었고 어린이들이 주로 이용하는 체험실이었습니다. 물론 아이의 소란을 공공장소에서 모두가 감당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하지만 소란을 피운 아이는 고작 29개월의 아이였으며, 성장하는 과정에서 서투를 수 있는 존재이기에, 조금은 너그럽게 정중히 요청했어도 될 일입니다. 직원분은 저에게 '요청'한 것이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그 순간 모멸감과 수치심을 느꼈습니다.
오늘 저와 아이에게 "나가주세요"라고 요청한 도서관 직원분에게 저 역시 요청드립니다. 도서관 내에서 어린아이가 소란을 피우거든, 굳은 얼굴로 나가 달라는 구체적인 행위를 지시하기 보다 "다른 사람들이 소란으로 인해 피해를 받으니 조용히 하도록 지도해주세요." 정도로만 말씀해주세요. 그 정도 경고만 주셔도 양육자는 그 말을 충분히 알아듣고 합당한 조치를 취할 것입니다.
공공기관은 말 그대로 '공공성'을 추구하는 곳이어야 합니다. 공공성의 룰을 지키기에 미숙할 수 있는 존재인 어린아이 혹은 발달장애인에게 철저한 기준을 제시하고 도달하지 않으면 추방하는 배타적인 공간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하지만 오늘 제가 방문한 부천시립도서관은 '노키즈존'과도 같았습니다.
노키즈존은 어린이가 공공장소에서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아야 한다는 배타적인 어른들의 생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이 사회에서 누군가에게 어떤 식으로든 피해를 끼치지 않으며 성장한 어른이 있을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적어도 공공기관에서 아이의 소란에 대해 자제를 권고할 수는 있을지언정, 추방을 지시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더욱이 도서관에는 유아실 및 아동실이 있는 만큼, 조금은 더 어린이들에게 너그러운 공간이 되어주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