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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 Oct 14. 2018

여자 축구팀으로 피치를 누비는 즐거움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책장을 넘기는 것만으로도 운동이 하고 싶어 몸이 근질거린다.


* * *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는 취침 독서로는 알맞지 않다. 호박 덩굴처럼 끊임없이 나오는 에피소드들이 너무 흥미진진해서 계속 읽고 싶어 지고, 작가의 농담과 재미있는 이야기에 계속 웃다 보면 잠자리에서 잠은 뒷전인 채 한참이나 책을 읽게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책 제목 그대로 '우아하고 호쾌한' 책이라 당장 취침하지 않아도 된다면, 즐거운 침대의 동반자로 추천한다.


  나도 축구를 좋아한다. 해외 축구 클럽의 팬이라 적지 않은 기간 동안 매주 주말 저녁~새벽은 축구 경기를 보며 지냈고, K리그를 좋아하는 친구도 있어 상암 경기장도 다녀오며 이래 저래 축구에 애정이 많이 쌓였다. 그래서인지 재미있는 여자 축구 책이 나왔다는 말에 흥미가 생겼다. 게다가 여자들이 모여서 축구를 직접 하는 내용의 에세이라니, 기대감이 솟아날 수밖에.


  책은 기대 이상으로 즐거웠다. 김혼비 작가는 팀플레이보다 혼자 할 수 있는 일을 더 선호했고, 이전부터 축구를 좋아하긴 했으나 축구화와 축구 양말은 아마추어 축구 동호회에 나갈 때가 되기 전에야 구입했다고 했다. 팀 경기에 뛰어든 초보 축구 플레이어의 기록을 하나씩 읽어가며, 그녀가 하나 둘 깨닫게 되는 것들을 나누고 같이 고민해가며, 나도 함께 뛰고 있는 것 같은 느낌에 고양되기도 했다.


  열심히 책을 읽다 문득 '내가 축구를 직접 해볼 수 있다는 생각은 왜 안 했지?'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나도 축구를 꽤 좋아했고, 요 몇 년 간 운동에 재미도 붙었다. 왜 나는 축구, 농구, 배구와 같은 운동은 시도해볼 생각을 못했을까? 어렸을 적 여자들에게는 운동장에 조그맣게 배분되었던 작은 피구장과 발야구 때문일까? 그때 온몸으로 뛰며 느끼는 즐거움을 알았다면 내가 직접 뛸 수 있는 운동들을 조금 더 일찍 알아보았을까?


  작가는 이런 고민을 비롯해 '여자 축구'에 관한 이야기를 여러 꼭지에서 풀어낸다. 어렸을 때 해볼 수 있었던 피구와 발야구는 축구와 어떻게 다른지. 아마추어 축구 동호회마저도 여자이기 때문에 무시받는 이야기들 - 여기서도 맨스플레인은 여전하다 -. 아이가 생기며 포기하게 되는 축구 동호회 활동과 프로 선수로 뛰는 선수들의 이야기도. 섬세하고 담담하게 풀어내는 이야기에 주의 깊은 시선을 두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 좋은 책들이 그러하듯 - 이전에는 몰랐던 것들을 알게 되고 같이 고민하며 세계가 확장되는 느낌을 받았다. 따뜻하고 유쾌한 작가의 기록을 따라가다 보면 저절로 운동이 하고 싶어 진다. 나도 건강하고 즐겁게 좋아하는 운동을, 함께 했을 때 든든한 동료들과 하고 싶다. - 더하여, 이들의 사려 깊은 태도도 너무나도 값지다. - 하다 못해 동네 작은 산이라도 다녀오고 싶어 몸이 좀 근질거린다. 운동의 즐거움을 뿜어내는 책을 읽으면 다 그러하지 않겠나.


* * *


-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김혼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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