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은 왜 혼자 해도 외롭지 않을까

고립이 아니라 고요에 가까운 시간에 대하여

by 열찌미

러닝은 대부분 혼자 한다.
누가 옆에 없어도 이상하지 않고,

말을 하지 않아도 어색하지 않다.

그런데도 러닝은 외로운 운동으로 불리지 않는다.
오히려 많은 사람들은

러닝을 하며 마음이 정리된다고 말한다.

이건 조금 이상한 일이다.
혼자인데, 왜 외롭지 않을까.


러닝을 할 때

우리는 누군가에게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지금 어떤 상태인지,

왜 속도가 느린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 하나면 충분하다.

요즘의 외로움은 사람이 없어서 생기기보다
사람 앞에서 계속 설명해야 할 때 생긴다.


러닝에는 그 설명이 없다.
그래서 오히려 마음이 편해진다.


러닝은

나 자신과의 대화에 가장 가까운 시간이다.

숨이 가빠질 때는 생각도 단순해진다.


머릿속을 복잡하게 채우던 말들이 하나씩 사라진다.

남는 건 지금의 호흡과 지금의 발걸음뿐이다.

그 상태에서는 외로움을 느낄 틈이 없다.


혼자 달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를 관찰하게 된다.

오늘은 왜 이 페이스가 편한지,

왜 이 지점에서 숨이 차는지,
왜 어제보다 마음이 무거운지.

러닝은 나를 판단하지 않고 그저 드러내 보여준다.


외로움은 보통 비교에서 시작된다.

러닝에는 비교가 없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만 있을 뿐이다.

그래서 러닝은 혼자여도 외롭지 않다.

누군가와 함께하지 않아도

이미 충분히 채워진 시간이기 때문이다.


러닝이 끝나고 나면

사람을 더 만나고 싶어질 때도 있다.
혼자였던 시간이 고립이 아니라

정리였다는 걸 알게 되기 때문이다.


나는 러닝이 혼자 해도 괜찮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혼자이지만 비어 있지 않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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