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쉽게 무너지지 않게 해주었을 뿐
사람들은 종종 말한다.
러닝을 하면 사람이 단단해진다고.
의지가 강해지고, 멘탈이 세진다고.
하지만 내가 느낀 러닝은 조금 달랐다.
러닝은
나를 강하게 만들지는 않았다.
여전히 힘들고,
여전히 지치고,
여전히 흔들린다.
달린다고 해서 인생이 단단해지지는 않았다.
대신 러닝은 무너지는 순간을 조금 늦춰주었다.
예전 같으면 그냥 포기했을 일 앞에서도
한 번쯤은 숨을 고르게 만들었다.
완전히 괜찮아지지는 않아도
완전히 내려놓지는 않게 해줬다.
러닝을 하다 보면 잘 달리는 날보다
버거운 날이 훨씬 많다.
몸이 무겁고,
속도가 안 나오고,
괜히 나온 것 같을 때도 있다.
그런 날에도 끝까지 가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러닝은 가르쳐줬다.
러닝은
버티는 법을 알려주기보다
다시 일어나는 감각을 남겼다.
조금 쉬었다가 다시 신발을 신는 일.
그게 가능하다는 걸 몸으로 알게 됐다.
그래서 러닝은
나를 단단하게 만들지 않았다.
다만 쉽게 무너지지 않게 해주었을 뿐이다.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