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가 중요하지 않다고 느끼게 된 어느 날
러닝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속도가 느려진다.
몸이 무거워서일 수도 있고,
마음이 따라주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
이유를 찾다 보면
괜히 조급해진다.
예전 같았으면
속도를 올리려고 애썼을 것이다.
오늘은 왜 이러지,
컨디션이 문제인가.
하지만 어느 날부터는
그 생각을 조금 내려놓게 됐다.
느린 러닝에는
이상하게도 여유가 생긴다.
주변이 눈에 들어오고,
호흡이 차분해지고,
생각도 덜 급해진다.
빨리 가야 한다는 마음이 사라지자
러닝이 다시 단순해졌다.
그날의 러닝은
특별하지 않았다.
기록도 남기지 않았고,
뿌듯함도 크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오래 기억에 남았다.
느려진 러닝이
나에게 알려준 건
속도가 아니라 기준이었다.
얼마나 빠른지가 아니라
지금 나에게 맞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
그 이후로는
느려지는 날을
실패라고 부르지 않게 됐다.
그날의 속도만큼
그날의 나를 받아들이는 것.
러닝은
그걸로도 충분하다는 걸
조용히 알려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