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트와일라잇 Nov 07. 2022

엄마의 조기교육

뒤늦게 알게 된 일기의 효과


엄마의 조기 교육


 어린 시절, 교육열이 강했던 엄마는 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우리에게 일기를 쓰게 했다.


글씨를 읽은 지는 오래되었지만 많이 써보지 않았던 7살 나이에 그림일기를 받아 든 나에게 그 공책은 신기했다. 갓 여성성이 폭발하기 시작한 나이의 나는 온갖 장신구를 달고 긴 드레스를 입은 여자를 주로 그렸다. 지금 생각해보니, 너무 웃기기도 하는데 현실의 나는 늘 츄리닝이었는데도 그림 속 나는 언제나 아름다운 공주님이었다.


그런 나의 현실감 없는 그림과 한 줄의 일기 ‘오늘은 00 오빠랑 00하며 놀았읍니다.’ 로 끝나던 일기가 참 귀여웠다.


여러 장의 일기 끝에는 늘 엄마의 ‘검’이 써져 있었다. 며칠이 지나 신기했던 일기 쓰기가 시들어갈 무렵, 엄마는 내 일기장에 이런 글을 써주셨다.


“재은아, 일기는 내 마음의 세상을 아름답게 색칠하는 거란다. 정성스럽게 네 마음을 담아 써보렴.”


이런 글이었던 것 같다. 그 글 덕분이었는지 나는 꾸준히 일기를 쓰게 되었다. 8살이 되니 비로소 글씨도 잘 자리 잡고 일기의 내용도 자연스러워졌다.


그렇게 쓰인 나의 일기장 수십 권은 여전히 내 보물 1호이다.


어제, 엄마와의 외출을 글로 쓰며 비로소 알게 되었다.  엄마의 말을 들으며 묘했던 내 마음을 글로 써 보았다. 그리고 내 마음의 세상을 들여다보게 해주는 글쓰기 덕분에 내가 느꼈던 느낌이 좀 더 선명해졌다. 엄마의 모습을 보며 내가 느꼈던 것, 그리고 내가 원하는 것이 무언 인지도.. 내 마음속 세상이 선명해진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아주 조금 알 거 같았다.


내 글쓰기가 세상을 더 아름답게 바라보게 해주는 건, 엄마의 조언 덕분이었다.


엄마의 조기교육 성공을 42세에 비로소 알게 되었다.


작가의 이전글 엄마는 예뻤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