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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와일라잇 Nov 08. 2022

닌자처럼

나의 소중한 일상을 만들어가는 고심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같은 내일을 모토로 사는 사람이라면 주변이 아니라 자기 자신부터 고요해야 하는 법이다. 늘 똑같은, 변함없는 하루를 바란다면 닌자처럼 스스로를 감추고 드러내지 않을 줄 알아야 한다. 일상의 관성과 항상성은 별일 없이 사는 잔잔함에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을 정도로 미약한 존재감은 늘 변함없이 사는 일상의 궁극이라 할 수 있다. 장난스럽게 생각할 것이 아니다. 닌자다움이야말로 항상성을 유지하는 필살 비기다. - <아무튼, 계속> 중에서


달라지겠다는 생각이 없으면 편안한 것 아니였나? 라는 내 생각을 깨뜨린 고마운 글이다. 항상성을 유지하는 것도 노력이다. 맞다.


어젯밤, 갑자기 달달한 생크림 카스테라가 먹고 싶던 나는 (가끔 나는 소프트 아이스크림이나 생크림 카스테라를 먹고 싶어 한다.) 남편을 졸라 길을 나섰다. 참으라던 남편의 이야기를 듣고 내가 손수 만든 핫케익이 실패한 후였다. (박력분과 계란, 버터, 우유, 설탕이  있었는데 어찌 실패를 했는지, 그저 베이킹 소다 탓이라고만 말하고 있다 ㅎㅎ)

나를 가련히 본 남편이


“ 맛있는 거 사다 줄까? “


라고 묻기에 나는


“응, 생크림 카스테라! 미인빵에서”


 라고 야무지게 대답했지만, 남편은


“ 편의점까지만 가능해.”


 라고 응답하며 집 앞 편의점에 다녀오자고 했다. 그래도 신이 난 나와 남편은 손잡고 편의점을 향해 내달렸다. 차가운 공기, 따뜻한 손. 어느덧 나이가 들어가는 중년의 나이지만 소녀 같은 기분이다.


연애 시절, 남편의 손을 잡고 걷던 가을 산책을 참 좋아했다.

사실 그 기원은 아주 오래 전인 것 같기도 하다. 10살 어린 시절, 제주 여행을 와서 한밤중에 사촌 언니, 오빠들과 동네 중심에 있는 구멍가게까지 걸어가서 과자 사 오던 길의 싱그러움을 느끼는 그런 시간을 사랑했다.

 

주황빛 가로등 아래, 서로에게 소중한 말투로 다정히 이야기하며 집으로 걸어오는 시간. 설레는 그 시간을 여전히 좋아한다.


 집으로 돌아오니, 우리를 환영하는 두 딸.

넷이 식탁 앞에 앉았다.

다섯 조각이 정갈하게 조각내어진 모찌롤 앞에서 모두 경건하게 한 조각씩  입으로 넣으며 그 맛을 음미한다.


지금의 이 모습, 변할 거라는 걸 알기에 소중한 시간이다. 하지만 변하지 않기 전까지는 일상의 루틴을 만들어 간직하고 싶기도 한, 그런 일상이다. 닌자처럼 조용히 이 루틴의 아름다움을 어찌 만들어 볼까 고심해 보는 아침, 설레는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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