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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와일라잇 Nov 17. 2022

어쩌면 그렇게 비슷한 마음

오늘은 힘껏 날 안아주기로 했다.


 도서관 반납일에 이른 어제, 퇴근해 돌아와 저녁을 준비하고 도서관을 향했다. 도서관에 가는 길에 보이는 아트 센터가 손짓을 하고 있다. 18일이면 고흐 관련 레플리카 전시전이 마무리된다고 쓰여있다.


‘3주의 시간이 눈부시게 빨리도 갔구나…’


10월 말부터 전시한다는 일정을 보면서 한번 들려야지…라고 생각한 게 엊그제 같았는데 벌써 11월이 중반을 넘어서고 있다.


 책을 반납하고 다시 대출할 여러 가지 책들을 고르다가 눈에 뜨인 귀여운 책 하나, 보랏빛 캐릭터가 귀여운 만화 에세이였다.


제목도 귀여운 “오늘은 힘껏 날 안아주기로 했다.”라는 이야기였다. 아주 소소한 일상을 담은 만화 에세이였다. 40대의 기혼 여성의 소소한 일상, 자신이 꿈꾸는 길을 묵묵히 걸어가면서 느낀 생각들을 담은 책이다.


귀여운 만화체도 예쁘고 담겨있는 내용도 참 읽기 편하면서도 공감이 갔다.


만화를 그리면서 여전히 고민한다고 써 내려가는 작가님의 이야기에서 의문이 생겼다.


만화를  전공한 사람들이 얼마나 그림을  그리는데 이렇게 고민하고 고뇌하면서 그림을 그리셨을까? ‘


지금의 카툰 같은 만화 에세이는 그냥 편안한 느낌인데 이 걸 그리기 위해서 많은 고뇌의 시간을 보냈다고? 하는 속마음도 있었다.


그러다 문득,


‘그 편안한 느낌을 주기까지의 얼마나 많은 과정이 있던 걸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시절,  만화를 좋아하는 소녀들의 그림이 주는 온갖 화려함과 비장함을 우리는 알고 있다. 멋진 만화의 주인공을 베끼는 것으로 시작하는 만화 입문. 입시 미술을 하는 사람들이 단련하는 소묘와 엄청난 세부 모사 능력에 대해도 알고 있다. 그 엄청난 능력의 연마 뒤에 오는 자신만의 색깔… 그것을 위해 작가들은 그렇게 노력하고 고뇌한 것인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대가 피카소는 입체파 화가로서 사물의 모든 면들을 해체해서 바라보고 표현한 자신만의 시각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그의 청년기에는 누구보다도 세밀한 표현 능력과 데생 실력으로 널리 알려졌다고 한다.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기술을 연마하고 배우고 익힌 뒤에 나타난 그만의 색깔, 그만의 분위기는 장난처럼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배움과 익힘, 고뇌와 신념이 담긴 그의 그림은 장년이 되어 비로소 자신의 그림으로 완성된 것이다. (완성이란 말은 어쩌면 창작자에게 실례일 수도 있다. 그는 죽을 때까지 변형과 새로운 창조에 몰입했으므로.)


 나의 글을 바라본다. 배움도 없고 고민만 가득하다고  하지만 무수히 많은 끄적이기 끝에 나스러운 문체, 나스러운 자연스러움이 느껴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여전히 고민의 변곡점을 지나고 지나지만, 나 스스로의 삶에 대한 포기 대신 반복이 주는 체화의 힘을 믿으며 오늘도 글을 쓴다. 이 글 끝에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르지만 오늘 하루의 반복 연습이 나를 더 나답게 만들어 준다는 것을 믿으면서.


(내가  단순하게 반복하며 꾸준히 하는 것만은 좋아하니깐!)


+ 책의 힘을 빌어, 책 속에 숨겨둔 그 마음의 응원을 힘입어서 말이다. 감사해요, 더블유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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