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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와일라잇 Nov 23. 2022

연말 생각

11월의 즈음에 ‘프렌즈’를 돌려보면서.


해가 지는 시간이 점점 당겨지고 있다. 병원에 다녀와서 마라탕을 먹고 싶다던 큰 아이의 요청을 받아서 마라탕 1인분을 주문하고 포장해서 돌아오는 길, 제법 쌀쌀한 바람이 겨울이 왔다고 말해준다.


아, 그리고 은은한 가로등 불빛과 추위 속 크리스마스 시즌 송. 벌써 12월이 다가온다는 사실이 이젠 너무 놀랍다.


어린 시절에는


‘왜 이리 시간이 안 가지? 나는 언제 20대가 되려나?’


헤아려 봤다. 우습게도 20대가  나는 설렘보다는  눈앞에 주어진 상황들 속에서 홀로 서기가  힘들었다.


어린 내가 버티기엔, 버겁고 때론 서글픈 마음만 앞섰다. 대학생 때는 그 생활 자체에서 오는 힘듦과 임용고시 준비, 정작 임용고시를 통과해서 발령이 난 뒤에는 아직 설익은 나로 인해 겪던 어려움…. 그 나이만의 싱그러움과 설렘을 모른 체 달리기만 했다. 그러다 참 좋은 것들을 살포시 알 때쯤, 사랑하는 이를 만나 결혼을 했다.


 그리고 정신없이 달려온 30대. 두 아이의 출산과 수술, 복직과 휴직의 반복… 40이 훌쩍(?) 넘은 지금 바라본 20대의 싱그러움은 너무도 탐스러움 그 자체이다.


손을 호호 불며 서로 팔짱을 끼며 걷는 연인들을 보며,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지!’라는 생각과 함께

‘아, 다시 오지 않을 인생인데 … 다시 한번 더 저런 설렘의 대상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이 들면서 문득 고등학교 동창들이 그리웠다. 크리스마스 즈음에 함께 영화 보러 가고 놀러 가던 친구들…


그래서일까? 나는 11-12월이 되면 프렌즈를 종종 보곤 한다. 나의 젊은 시절, 호주 홈스테이 시절, 함께 했던 프렌즈… 여전히 젊고 유쾌한 그들을 자꾸 만나게 된다.


 박완서 소설 ‘ 남자의 이 문득 생각난다. 주인공이 결혼 후에 남몰래 첫사랑과 만나기로 맹랑한 약속을  장면이 등장한다. 나는  이유가 처연히 힘들던 결혼생활  그녀가 유리구슬처럼 반짝이던 젊은 시간을 기억하는 이, 그렇게 여겨준 이가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생각을 했다. 갑자기  심정이 이해가 되었다.


연말, 다시 나이가 들어간다. 아쉽다는 마음에, 나의 빛나던 시절을 기억하고 다. 내 눈앞의 많은 것들을 바라본다. 그리고 싱그러운 젊음  자체로 예쁜 이들을 바라본다.


그러다 문득 든 생각, 오늘이 내 인생에 살아 있는 가장 젊은 날이란 것!


 연말이 되기 ,  한 해 사랑하는 가족들과 조카들, 엄마, 아빠랑 함께  추억들의 앨범을 정리해야겠다.  생에 가장 젊은 2022년의 기억들을 더욱 고맙고 소중히 보내기 위해, 지금을 즐기는 .


  손에 남겨진 인생  가장 싱그러운 부분을 미하며 보석처럼 여겨주기를 다짐한다. 그래, 나에겐 생의 이 순간, ‘지금’이라는 보석이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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