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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와일라잇 Dec 13. 2022

갓 잡은 신선한 생선처럼

내 글에 대해 생각해 보다


나는 글에도 맛이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글에서는 오랫동안 오크통에 숙성시킨 와인이 낸다는 고혹적인 향기와 맛이 나는 듯하다. 대개 그런 글은 작가가 수십 년간 마음에 품고 지닌 주제가 풀어낸 글들이 그러하다.


 어떤 글에서는 감칠맛이 난다. 소설들에서 그런 느낌을 받을 때가 많은데, 맛있는 소재와 적절한 스토리의 버무림이 마치 갓 버무린 겉절이 같은 그런 맛이 난다.


 어떤 글에서는 한약과 같은 냄새와 맛이 난다. 읽기도 고역스럽기도 하고 한 글자 한 글자 소화하기 힘든 글인데, 읽고 나면 내면과 생각이 든든해진다. 오래도록 여운이 남아서 기운 없던 나날들에 먹은 보약처럼, 삶의 치열한 한 철을 견딜 힘을 주곤 한다.


 내 글은 어떤 맛일까?

내가 느끼는 나의 글은 일상을 살아가는 글이기에 쌀밥과 일상 반찬과 같은 맛이다. 없으면 허전한 쌀밥 같은 내 생각과 매일의 조근조근한 사건들이 주는 밥반찬스러운 그런 맛 말이다.


때론 , 내 글이 오랫동안 숙성된 와인처럼 고혹적이었으면 좋겠지만 우연인 건지 다행인 건지 수십 년간 마음에 품어온 한(?)스러운 일이 생각나지 않는다.


때론, 내 글이 감칠맛이 나는 소설 같았으면 한다. 적절히 맛소금도 치고 생생한 재료들을 이것저것 버무린 그런 멋진 조화로운 맛을 꿈꾸지만 무언가 1프로 부족한 맛이랄까?


 아주 오랫동안 내 글이 보약과 같았으면 했다. 그런 글을 지어내기 위해서는 이 산 저 산 두루두루 다니며 약재를 캐고 오랫동안 정성으로 달이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보약이 필요한 증세를 알아보는 전문적 식견이 있어야 하는데 불행 중 다행인 것인가? 나에게는 아직 그런 병증이 없었던 것 같다.


결국, 다시 매일 먹는 집밥 같은 내 글을 바라본다.


특출 난 맛도 아니고, 특출 난 재료도 없지만 매일의 속을 든든하게 해주는 집밥 같은, 엄마 같은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집밥의 맛은 만드는 이의 정성과 재료의 신선함에 포인트가 있다고 생각한다.

 매일매일을 정성껏 살아내기, 그리고 매일매일 만나는 사건들이 묵혀져서 시들기 전에, 갓 잡은 생선의 싱싱함이 느껴질 때, 써 내려가기.


지금의 나로서 최선을 다해 쓸 수 있는 내 글이자 내 밥이다. 내가 만드는 그 글이, 단지 오늘 하루라도 좋으니 누군가에게 따스한 집밥을 먹는 그런 든든함을 안겨주는 글이기를 소망하며 오늘도 그렇게 글을 쓴다.


오늘은 내 생각이 떠오른 그 순간, 글을 쓰기 시작했으므로 매우 신선한 상태이다. 부디 맛나게 드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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