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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와일라잇 Dec 24. 2022

마이 리틀 크리스마스


마이 리틀 크리스마스 ^^


오늘은 아이들이 염원하는 화이트 크리스마스이다. 눈이 너무 쌓이다 못해서 발이 묶인 오늘은 노우타이어를 장착하고 출근한 남편을 기다린다.


남편이 오고 나면 예약한 크리스마스 케이크와 선물을 들고 서귀포에 있는 친정을 향할 것이다.


정말 하기 귀찮다고 하면서 미루고 있던 조카와 언니를 위한 포토 앨범을 선물했고 아빠를 위한 현금 케이크를 만들었다. 아이들의 선물은 일부는 구입했고 일부는 오늘 밤에 구매할 예정이다.


교회에 가야 하는 날이지만 오늘은 생략이다.


음력 생일을 챙기는 아빠의 생일이어서 친정으로 간다.


아침부터 철부지스러운 둘째의 칭얼거림에 화가 났다. 눈이 쌓인 토요일 아침, 나는 홀로 소파 베드에 누워 아주 평화롭게 책을 읽고 있었다. 마침 너무도 흥미진진하게 전개되고 있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에 푹 빠져 있었다. 잠에서 깬 둘째가 다가오자 미소 지었다.


“잘 잤어?!”


“어, 크리스마스에 서연이 언니랑 보내고 싶은데.. 짜증 나!”


“그건 다른 사람의 일정이라 어렵겠는데? 다른 사람의 상황을 자기 마음대로 안된다고 짜증을 내는 건 지나친 일이야!”


아이가 애정하는 서울에 사는 사촌 언니가 28일 날 제주에 내려올 예정이다. 늘 기다리는 사촌 언니의 방문을 설레며 기다리면서도 크리스마스에 오는 것이 아니라 짜증이 난다는 둘째.


아침부터 자기가 원하는 것을 말하면서 칭얼거리는 둘째에게 나도 화가 나서 버럭하고 말았다. 풀이 죽은 둘째가 자기 방으로 쏙 들어갔다가 한참 뒤에 나온다. 옷도 멀끔히 갈아입은 둘째의 뾰로통한 표정에 우리 둘은 어색하다.


보통의 나는 아이가 원하는 것을 표현하면 이루어주려고 애쓰는 편이다. 내가 가능한 상황 속에서는 말이다. 그렇게 애를 쓰기 때문인 걸까?


내가 이루어주지 못하는 일을 말하니, 갑작스레 짜증과 화가 몰려왔다. 바라는 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그냥 서운해 할 수 있는 문제 앞에서 그냥 공감만 해주고 넘어가면 될 텐데… 왜 그리 나도 같이 짜증을 낸 걸까?


아무래도 크리스마스와 아빠의 생일에 너무 힘을 기울인 것 같다. 아이와 보내는 크리스마스이브와 아빠 생일이 낀 주말, 무언가를 너무 멋지게 보내려고 힘주고 있던 내 마음이 힘들다고 말을 건넸다. 그 교훈에 힘입어, 이번 크리스마스는 조금 더 작고 편안하게 보내기로 결정한다.


애초에 아빠 생일에 준비하려 했던 잡채와 불고기는 물 건너 간 분위기이다. 며칠 동안 꽁꽁 언 주변 상황으로 인해 장을 보지 못했다. 그 초조함도 아이에게 예민해진데 한 몫한 것 같다. 그냥 내가 준비하는 것은 미역국. 나머지는 현대인의 편리함을 이용해 크리스마스용 밀키트를 구입해서 갈 예정이다.


크리스마스의 본질은 작고 작은 아기의 몸으로  예수님이 전해준 사랑에 있다.  사랑을 나누고 기억하는 날이다.  삶이  메시지를 기억하는 오늘. 힘주고 내세우고 화려하게 만들고 싶던 마음 대신, 일단 나부터 편안하게 만들어주기^^ 그렇게 작은 크리스마스를 실천하기로 다짐한다. 그래, 이런 크리스마스도 있는 거지 ! 라고 스스로에게 홀리데이를 선물하기로 하며.


모두 메리크리스마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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