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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와일라잇 Mar 09. 2023

이른 꽃길을 걷다

아침 산책이 준 뜻밖의 선물

 아침 일출 시간이 빨라지는 요즘이다. 덕분에, 기쁜 마음으로 산책을 나가게 된다. 단순히 운동이라고 생각하면 흔쾌히 나가지 못하는 동네 돌기. 그것은 신기하게도 ‘산책’이라는 이름을 달면, 서둘러 가고 싶어지는 그런 것으로 변신하는 것이다. 아름다움을 더 눈에 담고 감동을 느끼고 싶은 마음이 운동화를 서둘러 신게 해 준다.

코로나 이후로 반복과 중단이 이어진 것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아침 산책이다. 해 뜨는 풍경을 보면서 우리 동네의 계절을 함께 느끼는 여유로는 그 아침 시간을 사랑한다.

 몇 주 전부터 조금씩 꽃망울이 지더니 마침내 만개한 매화꽃들이 아름답다. 그조차 순간이었는지 매화꽃이 지기 시작한다. 오늘 아침 산책 즈음에는 그 아름다운 분홍 꽃잎들이 길바닥에 살포시 안착하면서 아름다운 꽃길을 만들었다. 뜻밖에 이른 꽃길을 걷는 아침, 기분이 묘했다.


 한동안 누군가를 축하하는 문구 중에서 ‘꽃길만 걷자.’라는 말이 유행했었다. 우리가 걷는 인생이 늘 아름답기를 바란다는 사랑스러운 염원이 담긴 말이다. 그런데 문득 꽃길을 걷는 것도 참 부단스러운 누군가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길이란 생각이 들었다.


 미래를 품은 작은 씨앗을 심고, 싹이 나고 키가 훌쩍 크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정성이 필요한지 짐작도 못하겠다. 해와 바람과 땅과 비가 오랜 시간을 키워내며 나무 스스로도 잘 성장해야 비로소 꽃을 피우는 성목으로 나무는 성장한다.


그 나무가 조화롭게 꽃 피우는 시절, 바로 그 찰나의 세월에 그곳을 걷다가 꽃길을 만나게 된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혜택이자 삶이 주는 선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늘 꽃길만 걸을 수는 없겠지만 꽃길을 자주 걷는 삶이 되고 싶다. 그러려면 자주 걸어야 한다. 꽃길을 찾으려 자주 관찰하고 걷다 보면 꽃길을 발견하겠지?

 그리고 아주 자주 걷고 관찰하기보다 더한 기쁨을 얻으려면 꽃나무를 심는 것이 좋겠다. 꽃나무를 가꾸며 싹이 나고 자라며 성목이 되어가는 과정을 함께 하는 것, 그 자체가 어쩌면 이미 꽃길이란 걸 어느 순간 깨달을 수 있도록 말이다. 그리고 더 운이 따른다면 내가 키운 나무 한 그루가 주변 사람들에게 주는 아름다운 꽃길을 함께 지켜볼 수 있으면 좋겠다. 소중한 누군가와 함께 꽃길을 걷는 기분, 그건 정말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기에.


바로 아침 산책자에게 누군가가 준 선물처럼.

+ 이른 꽃길을 걸어서인지, 아침 출근길에는 목련도 만났다. 꽃으로 시작한 아침이 꽃처럼 아름다운 인생의 하루를 꽉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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