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말이 어려운 수줍은 이에게 보내는 이야기(feat. 명상의 기쁨
‘동료끼리 말을 놓는다.‘
이게 여전히 어려운 나는 매일 고민을 한다.
학생 시절 만난 친구나 언니, 오빠들에게는 편안한 친근감이 있어 쉽게 말을 놓을 수 있었지만 직장에서 만난 누군가와는 쉬이 말을 놓을 수 없다. 나보다는 어리지만 우리는 엄연한 동료이자 매우 동등한 관계가 아니던가?
오늘도 직장 동료 중 나이가 많은 분이 어린 분에게 친근하게 이름을 부르는 걸 들었다.
“00아!”
"언니!"
나로서는 너무도 어색한 일이다. 비록 그 어린 후배가 나보다 10살, 20살이 어리다고 해도, 직장에서 만난 누군가에게 쉽게 말을 놓지 못한다. 유일하게 말을 놓은 사람들은 정말 나랑 3년을 함께 근무하며 눈물콧물을 본 사이인 사람들 2-3명을 손에 꼽는다.
그래서일까?
이름을 불리는 어린 동료도 쉬이 나에게 ‘언니’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언니!”
라고 불렀다가 자기도 모르게
“선생님!”
하고 호칭을 바꾸는 걸 보니, 뭔가 어색했다. 웃으면서 말을 놓으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이미 타이밍 아웃!
그리고 복잡해진 마음으로 집에 돌아와 글을 쓴다. 아니, 그 마음을 써야만 했다.
수많은 인파로 정신없고 더웠던 스포츠데이가 끝난 탓인지, 머리가 지끈지끈하다.
그리고 맴돌던 그 말.
“언니! “
그러다 문득 제프 포스터의 ”명상의 기쁨“을 읽다가
마음속 내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당신의 깊은 곳에는 나의 사진 한 장이, 내가 어떻게 되어야만 할 어떤 인간의 모습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내가 아닙니다. 당신의 그 사랑은 폭력과 다르지 않습니다. 내 말을 이해할 수 있나요? “
“당신이 나를 ‘도우려 하는 것’을 멈추는 순간, 당신은 내게 가장 훌륭한 도우미가 될 것입니다! 그때 나 역시 어떻게든 당신을 기쁘게 하기 위해 나를 변화시키려는 시도를 멈추게 될 것입니다. 그때 나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편안히 느끼고, 존중하고, 감추지 않고, 자랑스러워할 것입니다. 그때 나는 내 고유의 능력을 발휘하는 삶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당신이 나를 믿어주는 그것과 다르지 않은,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을 복원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때 나는 긴장으로부터 완전히 풀려나게 될 것입니다. ”
제프 포스터 <명상의 기쁨> p76-77
마음이 괴로웠던 이유는 “내가 나 자신답지 않은 어떤 것을 나 스스로에게 요구하고 있었던 것“ 때문이다.
나는 마트에서도, 단골 미용실에서도, 어떤 장소에서도, 심지어 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도 개인적인 만남이 아닌, 공식적인 만남을 통해 만난 상대에게는 말을 놓지 않는다. 엄마, 아빠가 스스럼없이 마트 알바 직원에게 반말을 하면 마음속으로는 눈살을 찌푸리는”격식“과 “에티켓”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를 안다.
그 내가 좋고 자랑스럽고 편안한 순간들이 있다.
넉살 좋고 붙임성 좋은 사람들 사이에서 나도 모르게 주눅이 들었던 순간, 나는 나 자신에게 나답지 않은 어떤 것을 스스로 요구하고 있었다.
‘ 너는 왜 그렇게 친근감 있게, 살갑게 굴지 못하니?’
‘너는 왜 남들과 다르지?’
나는 나다. 환하게 웃으며 살갑게 서로를 대해주려는 그 마음만큼, 내가 지키려고 했던 그 마음, 상대를 소중히 여겨주려고 했던 마음도 귀하다는 걸 안다.
그런 나를 변하라고 스스로 몰아붙이는 순간, 구석으로 몰려서 괴로워했던 나를 생각하니 너무 미안하다.
‘미안해, 너의 그 소중히 여기려는 마음을, 중요하게 여겨 주려던, 조심스럽고 세심했던 마음을… 그저 친근감 있게 대하지 못한다고, 몰아붙여서 미안해. 그리고 괜찮으니, 부디 너답게 있으렴. 그래도 괜찮아! 네가 편안한 그 순간, 너의 자연스러운 순간에 언젠가는 언니가 되고, 말을 놓게 될 거라는 것도 이제는 알아. 그리고 여전히 경어를 쓰는 너여도 좋아. 너의 그 마음을 아니까.’
해가 뜨는 아침처럼, 마음이 다시 밝아진다. 오늘 잔뜩 끼었던 마음의 구름 덕분에, 다시 알게 된 내 진심. 변화무쌍한 마음의 움직임은 내 숨겨진 마음을 찾게 해 준다.
고맙고 고마운 마음의 날씨 변동. 이상기후처럼 이상했던 사건 덕분에 알게 된 그 마음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