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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와일라잇 Oct 05. 2023

아이의 욕망을 인정하는 책 읽기

그리운, 소라 시리즈



‘You are what you eat.’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당신이 먹는 것이 곧 자신이다. 자신이 섭취하는 음식의 중요성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저는 이와 더불어 ’you are what you read’, 당신이 읽는 것이 곧 자신이다.라는 말을 덧붙여 보고 싶습니다.


어린 시절, 예쁜 옷과 아름다운 것들을 동경해 온 저는 금하출판사에서 나온 ’ 소라‘ 시리즈를 참 좋아했어요. 내 주변 아무도 말해주지 않지만 궁금했던  지식들. 다분히 소녀스러운 취향을 저격하는 시리즈였지요. 예쁘게 옷 입기, 맛있는 요리 만들기, 별자리 점성술 이야기, 심리테스트가 펼쳐지는 소라 시리즈를 보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요.


시간이 지나 중학생이 되자 이성에 대한 관심, 우정과 낭만에 대한 로망이 생겼습니다. 저를 대신해서 친구와 깊은 관계를 맺고 아름다운 사랑을 이어가 준 것은 순정만화의 친구들이었지요. ‘르네상스’, ‘댕기’ 등을 통해 만났던 이은혜 작가님의 ’ 블루‘, ’A 플러스‘를 참 좋아했습니다.


고등학교에 입학할 즈음, 현실의 씁쓸한 생각과 고뇌를 알지 못해 번뇌하던 어느 밤이면 한국 문학과 세계 문학이 주는 세상 속으로 들어가 보았습니다.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을 읽으며 삶의 비애를 맛보고 조지 오웰의 ‘1984’ 속 세상에서는 염세주의적인 세상을 함께 경험하곤 했지요.


다 큰 어른이자 엄마가 된 이후에는 독서가 응급약이 되곤 했습니다. 말 못 하는 아기들의 응급 증세와 대처를 다루는 ‘삐뽀삐뽀 119’ 나 여러 가지 육아서들은 제가 엄마로 성장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지요. 마음의 갈등과 어려움을 만날 때는 '미움받을 용기'처럼 힘을 주는 심리학 책을 펴고 읽습니다.


그런 이유로, 저는 내가 읽는 책은 내 마음과 욕망을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알 수 없는 모험의 세계와 마법의 세계를 경험하고 싶어 하는 둘째의 서재에서는 신비로움을 발견합니다. 응급처치와 과학 지식을 좋아하는 첫째의 서재에서는 아이만의 지적 탐구 세계를 만납니다.


 양서가 무엇인지 아직도 어려운 저는 엄마를 닮기로 했습니다. 친정 엄마께서는 책을 참 좋아하는 분이었습니다. 많은 책을 읽어주시기도 했고 사주시기도 했어요. 책 읽는 우리의 모습을 예뻐해주시기도 했고요. 이제 돌아보니, 가장 멋지게 기억되는 것은 엄마의 태도입니다.


엄마는 한 번도 우리가 읽는 책에 대해서 좋다 나쁘다 판단하지 않으셨어요. 우리가 좋아하는 책이 곧 옳은 책이다 여기시고 즐겁게 읽도록 장려하셨죠.


그 덕분인지 언니는 다양한 과학 서적을 잘 읽는 과학자로 성장했고, 동생은 경제, 경영 서적에 몰두하며 멋진 경제인으로 성장했습니다. 인간 탐구를 좋아하는 저는 이렇게 교사이자 엄마가 되었고요 ^^


끝까지 책을 놓지 않고 책과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책을 옆에 두게 해 준 것은 책에 대해 편견을 가지지 않고 그저 즐기게 해 준 엄마 덕분인 것 같습니다.


책을 읽는 자의 욕망 안에서 그 사람의 마음을 슬쩍 읽는 시간, 좋은 책과 나쁜 책을 구분하기보다는 그 속에 숨겨진 아이의 마음을 읽는 시간, 슬쩍 아이의 서재를 탐구해 보시면 어떨까요? 아이의 서재에 아이의 마음이 숨겨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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