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
12년 쯤 전, 여름의 일이다.
광화문을 좋아하던 나,
그날도 광화문에 나가 서점에서 책을 보고, 광화문 광장을 혼자 거닐었다.
그러다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 작은 연못? 같은 것이 만들어진 것을 보앗는데 인공적으로 연못의 물을 아래 청계천 쪽으로 끊임없이 흘러가도록 만든 것이었다.
인생에 강물, 바닷물, 호수, 시냇물 등 물이란 것은 모두 좋아하는 나는 그 앞에 쭈그리고 앉아 작은 연못의 물이 아래로 흘러가는 것을 가만히 쳐다 보기 시작했다
작게 흐르는 물.. 예쁘고 소박하고 힐링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쳐다 보고 있다가 무심결에 옆의 잔디를 조금 뜯어서 물에 띄워보았다
연못 안에서 작게 회전하던 풀은 곧 아래 청계천 쪽으로 떠내려 갔다.
마치 배가 떠가듯..
나는 계속 잔디를 조금씩 뜯어서 물에 띄웠고 잔디가 배처럼 물위로 흘러가는 것을 구경했다
다정하고 작고 포근한 힐링 …
그런데 갑자기!!! 내 옆으로 네 다섯살 정도의 남자 아이가 뛰어와 앉더니 내가 무얼 하는지 구경하기 시작했다.
원래 아이들은 그러니까.....
누군가 쭈구려 앉아서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있는걸
지나가다 보았다면 뭐하고 있는건지, 재미있는 거 하는 건지 궁금해서 달려와 들여다 보지 않으면 안되는 존재이니까 ^^
나는 아이를 한 번 쳐다보고 그냥 계속 내 할 일 했다. 잔디를 뜯어서 물에 띄우기.
그리고 잔디가 물위에 두둥실 떠서 조용하고 평화롭게 유영하다 청게천 쪽으로 흘러가는 거 구경하기.
(지금 이시간 광화문에서, 이 작은 침묵의 조용한 시간보다 중요한 게 뭐가 있겠는가 라는 마음으로)
그러자 아이는 곧 자기도 풀을 뜯어서 물에 띄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풀이 청계천 쪽으로 흘러가는 거 구경.
이 단순하지만 작고 평화로운 초록의 놀이를 우리는 조용히 번갈아 가며 반복하기 시작했다
나 한번 풀 띄우고,
아이 한번 풀 띄우고,
다시 나 한번 풀 띄우고,
아이 한번 띄우고,
그렇게 잠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갑자기 "야!!! 지금 뭐하는 거야" 하는 여자 목소리가 머리 위에서 벼락같이 들려 정신이 들었다
"헉!! 뭐지"
하고 위를 올려다 보니
아이 엄마 !!!
"지금 뭐하는 거야 잔디를 뜯으면 어떻게 해. 누가 그러랬어. 그런 짓 하면 안되지“
어쩌구 저쩌구 버럭 버럭 쨔증 쨔증
'아 ........... 이제 이 꼬마가 <누나가 하는 거 보고 그랬쪄 누나 따라한 거야... 내 잘못 아니야 잉잉... > 그러겠구나.. 어른이 돼서 애랑 공공장소 풀 뜯고 장난치냐고 .핀잔 듣고.. 엄청 민망하겠네 흑'
나는 엄마가 등장한 순간부터 풀 뜯던 거 멈추고 아이랑 같이 가만히 고개 숙이고 쭈그려 앉아 있었는데........ 있었...는데
?????? 아이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읭!? 내 핑계를 대지 않는다.. 그냥 혼자 혼나고 있다
뭐지?????
그러던 중 아이 엄마의 핸드폰이 울리자 엄마는 큰 목소리로 전화를 받으며 자리를 떠났고 드디어 잔소리와 짜증 폭격에서 벗어난 나는... 고개를 살짝 들어
맞은편에 앉아 있던 아이를 바라보았다.
아........ 그리고 이후의 시간은 어쩌면내가 영원히 잊지 못할 순간이었다.
아이도 숙이고 있던 고개를 살짝 들어서 나를 쳐다 보더니 눈이 마주치자 나를 향해 방긋하고 입을 크게 벌려 웃었다.
말 그대로 ‘방긋’
그 미소를 보자마자 나도 아이의 얼굴을 따라 <방긋>입을 벌리고 웃어주었다
아이의 표정에서 느껴진 건 바로 이것이엇다
"ㅎㅎ 너무 재미있었쪄.. 나 고자질 안했쪄. 우리는 재밌게 놀았으니까..우리는 친구니까"
아이와 나는 아주 짧은 시간 마주 보며 서로 미소지었다.
그리고 아이는 곧 엄마 곁으로 갔다.
그러나 나는 아이가 간 후에도 한참 동안 연못을 떠나지 못했다.
나는 요즘 이때의 경험과 마음을 어떤 단어들로 표현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아이와의 만남은 나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만남 중하나였다
이렇게 어리고 작은 사람과도 이 짧은 순간, 이렇게나
무결정의 다정하고 심도 깊은 마음과 신뢰를 나눌 수 있다니..
이 어린 사람도 자신과 짧은 순간 작은 세계를 나눈 사람을 보호하려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니..
사람을 향한 어쩌면 나 자신에게도 도통 신뢰란 것이 없었고 늘상 사람과의 관계에 지쳐 있던 나에게
아이가 준 말과 미소는 정말 선물 같았다고
이제쯤이면 벌써 고등학생이 되었을 아이에게 꼭 전해
주고싶다.
아마 너는 기억 못하겠지만..
광화문에서의 추억
아직
나는
나와 사람들에개
신뢰를 하지
멋
그런대
꼬마
네가
나에게
준 ㅁ 조건
적긴
신회는 언제나 이모 기억에 남어 잇다
내가 지키고 싶은 세상은 너오ㅓ 같은 마음의 세계
나는 지나치게 눈부신 뭔가를 보는 것처럼 한참동안 아이와 함께한 짧은 시간을 바라보았었다
치유 받는 기분이 들았다
버허 박지 못해왓간 많은 시간들의 일부가
선물처럼 아이가
니에세 즌 미서
이랗게 어래 기억하게 더ㅣㄹ지 멀랏튼데
아이는 알고 있늘끼
아이는 내가 아주 오랫동안 끊임없이 찾아왔단 존재인 것이다
그릭고 내 삶이 언젠가 언젠가는 아이와 이파리를 물에 띄우며 평온했던 이 시간 같이
될 수 있기를 바랬다
그게 가능하다니..
나는 지금 생각한다
인생에 지켜야 할 것이 잇다면 나는 이런 마음을 지키고 싶다고
더
정확하게 말하면 다른 어떤 것도 아닌 이런 마음을 소중하게 보호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
그런 사람이 되엇으면 좋겟다는 바램.
좀 더 깇이 들여다 보면
무결정의 무언가에 대한 강항 마음
호밀밭의 파수꾼 홀든콜필드의
마음과 아주 약간은 닮앗을지도 모르는 마음이다
그러나 나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아마 홀든 콜필드도 앟고 잇엇을 것이가
사람의 마음은 언제나 질풍노도이고 바람 앞의 풍전 등호ㅓ 같아서 그것은 쉽지 않더는 것을
그래서 콜필든ㄴ
그랗게 실고 싶다는 어쩌몀 쉽게 이루아지지
않읗 삶을 꿈꿧을지 모흔다
나도 마찬가지다
사람에게는 버호 본능이 잇다
누군가를 보호하려는 마음 아주 짧은 슌간이라도 마음을 나눈 사람이라면 그 사람을 보호해야 겟다는 마음이 이릏게 어린 꼬마에게도 익엇다
나는 그것을 받아본 적이 없는 거엿다
보호를
그레사
지금도 나는 이렇게 나이 먹억어도 세성을 드려워 하며 잘벽 끝에 서잇다
태어닐때 아무도 환영해 주는 사람이 없엇고 헤아릴 수 없이 여러 일들을 겪고 자라오며
감정을 느끼지 않아야 생존하기에 …
아주 몇 개의 감정 외에는 느끼는 게 별로 없는 사람이었다.. 사람에 대한 경계는 뿌리 깊었고 타인에게도 나 자신에게고 공감 능력이 없는…
이런 나에게 인생의 단비차람 산물처럼
인생에서 아주 드물게 만날 수 있는
나는 그 자리에서 한참동안 가만히 연못을 바라보다 자리를 떳다
마음에 이 세상 가장 아름다운 것 중 하나일
그래서 나는 이 날의 기억을 잊지 않고
간직했다.
그 이유는
나에게는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고 소중한 순간이중 하나었으니까
의리란 어떤 것인가를 가장 무결정의 순수한 형태로 바라보게 된 따뜻한
기억이기 때문에
위험한 순간에 혼자 피하지 않기.
어떤 일이든 함께 감당하기
그리고 그것보다 내 마음을 깊게 울렸던 건
어린 아이조차도 함께 마음을 나눈 상대를 보호하고자 하는 보호 본능이 있다는
그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작고 약하지만 헤아릴 수 없이 큰 여윤을 준 사실을 마주 했기 때문이다
그후로 나는 아직 이런 명제를 훌륭히 지키는 의리의 어른이 되지는 못했지만
늘 항상
내 안에는 광화문 아이가 보여준
의리의 형태가 남아 있으니
언젠가는 나도, 무결정의 순수한 의리를 지키는 어른이 될 수 있겠지
오늘도
기대를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