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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무의식은 이미 답을 알고 있다.

우리는 영혼의 목소리를 들어야만 한다. 


아아, 정신이 몽롱해진다.

오른쪽 위아래의 치아 부분에 방금 마취 주사를 맞았다.
이 기분을 잊지 않기 위해 글을 쓴다.

생업도 이어나가야 하고,
관계 문제도 쉽지 않고,
코로나 바이러스에도 대비해야 하고,
사랑니 발치의 통증도 이겨 내야 하고⋯.

'이 세상 살아남기 게임'은 정말이지 초 고난도란 말이지.


위는 얼마 전 내가 20대 후반부터 관계를 맺어온 사랑니와 이별할 준비를 위해 마취 주사를 맞은 후, 치과 로비에서 대기를 하면서 쓴 메모 내용이다. 그동안 숨어 있다가 뒤늦게 빼꼼히 드러낸 나의 사랑니들과 30대에 접어들어서야 등을 지게 된 것이다.


의사 선생님의 손에 든 마취 주사기가 들어가기 전마다 어떻게든 통증에 무뎌져 보겠다고 손가락에다가 손톱을 꽉꽉 눌렀다. 선생님이 한 번씩 주사를 놓으실 때마다 '그래도 참을만하네. 괜찮네.'라고 생각하고 있던 찰나였다.


선생님께서 갑자기 "이건 좀 아파요."하고 입천장에 주사기를 깊숙하게 쑥 넣으셨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좀' 아프지 않았다. 그 순간, "이번 생에서 널 그냥 떠나보내 버리겠어. 음하핫!"이라고 말하는 듯한 저승사자를 보았다. 예상치 못했던 만남에 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고, 공포에 질렸다.

내 너를 기다리고 있었지. 어서 오게나.

정신도 마취 주사기를 맞은 듯 정지한 기분이었다. 혼이 나간 듯 앉아 있는 나를 보며 치위생사 분은 "정신 차리시고⋯. "라며 말을 건네셨다.


시간이 지날수록 얼얼했다. 침을 자연스럽게 삼키는 것도 어려웠다. 의식하며 모아진 침을 한 번에 꿀꺽 삼켜야 했다. 로비에 앉아 있을 때 '마취를 했으니 발치하는 순간은 별로 안 아프려나. 마취가 풀리면 많이 아플까.' 등등 여러 가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얼굴 절반의 근육은 감각을 잃어갔고, 나의 생기 있는 표정도 날 점차 떠나가고 있었다.


마치 마취를 하는 과정이 요즘 이야기하는 '현타(현실 자각의 타임)'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취'라는 나를 속이는 '마법'이 풀리면 '자각'은 아픔과 함께 온다.

'난 그 직장이 처음부터 별로인 걸 알았는데 왜 늪처럼 빠져 그곳에 오래 있었지? 아니라는 신호를 그는 진작에 여러 번 주었는데도 내가 대체 왜 그런 사람을 만났지? 내가 왜 그런 선택을 했지?'와 같은 물음말이다. 초반에 어물쩍거리다가 넘기다 보면, 정이라는 감정이 다 쓸려 나가게 되면 '후회'와 '자괴감'이라는 파도가 밀려오며 나를 흠씬 두들긴다.


그러니 늘 내 영혼의 목소리에 주의 깊게 귀 기울여야 한다. 진실을 애써 외면하고자 잠시 나를 속일 수는 있어도 '마취가 풀리는 순간'은 오고야 만다. 그 순간 지독하게 아프지 않으려면 늘 깨어 있으며 알아차려야 한다. 내면이 들려주는 목소리에 '에이, 설마. 아니겠지.' 하면서 귀를 틀어막지 말아야 한다.

나에게 묻고, 또 물어야 한다.

나의 무의식은 이미 답을 알고 있다.

마취에서 깨어나기 전에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지금 내 영혼이 들려주는 소리는 무엇인가.



What does your heart 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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