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디지털 노마드를 꿈꾸는 어느 초보의 홀로서기

모든 초보들을 위한 응원가

'초보'의 가장 첫 번째 의미는 '처음으로 내딛는 걸음'이다. 듣기만 해도 참 귀한 말이다. 며칠 전 난 처음으로 발을 내딛는 일이 있었다.



바로 독립을 하게 되었다는 의미다. 현재 <하루 15분 영어 필사 모임>이라는 모임을 이끌고 있는데 이제까지는 내가 좋아하는 플랫폼에 입점을 해 있었다. 원래도 홀로서기를 하려고 했지만, 모임을 운영하면서 그 욕구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독립을 시도하지 않은 이유는 있었다. 물론 혼자 삽질하면서 배우는 것도 의미가 크다고 믿는다. 하지만, 이미 경험이 풍부하고 모임 운영 노하우가 많은 분 아래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소중하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레퍼런스가 없기에 이를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플랫폼을 활용해 보는 방법도 좋을 듯했다.



새 소식을 듣고는 모임에 참여하고 계시는 많은 분들이 나의 독립을 축하해 주셨다. 3개월간 수습생 시절을 잘 보냈다고 생각한다. 회사도 취직하면 보통 3개월은 수습 기간을 거치지 않나.



7월부터 시작한 <하루 15분 영어 필사 모임>에 1기 71명, 2기 104명, 3기 136명이 함께해주셨다. 플랫폼을 이용할 때는 홈페이지가 있었기에 처음 보는 사람도 신뢰를 갖고 결제까지 이루어졌으리라고 생각한다. 카드 결제 시스템이 용이하기도 하고 말이다.



이제는 그렇지 않다. 신청을 위해서는 내 개인 블로그에서 댓글을 달아 입금을 하셔야 한다. 그게 누군가에게는 신뢰도는 떨어뜨리고, 불편은 커지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지도 모른다.



홀로서기에 대한 불안감은 있었다. 하지만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자, 하고 싶은 일이었다. 독립 시기는 언제가 좋을지를 계속 생각했다. 올해 말? 아니면 그보다 조금 전에? 고민은 이어졌다.


둥지를 떠나 비상을 시도하는 새끼 새처럼...!



어쨌거나 블로그에 댓글을 달아 신청까지 완료해 주신 분들이 이미 계신다. 너무나도 신기했다. 이전에는 지극히 개인적인 글만 올리던 블로그였는데 이제는 거래가 이루어지는 장이 되었다.



입금을 제일 먼저 해주신 분은 모임에 참여한 경험이 없으신 분이었다. 그런데 모임을 처음에 어떻게 아시고 신청을 하신 건지 무척 궁금했다. 여쭈어 보니 미얀마 명상 관련 글을 검색하시다가 발견한 내 글이 좋아 이웃 추가를 해 두셨단다. 그러다가 얼마 전 모임 모집 공고가 뜬 것을 보고 신청하셨다고 했다.



오...!! 놀라워라! 요즘 모임을 운영하면서 매일 느끼는 건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하지 말자는 것이다. '에이, 설마! 되겠어? 내가 어떻게?'와 같이 스스로를 비하하거나 부정적인 생각이나 말을 쓰지 않아야겠다는 의미다.



기적은 일어난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께서도 이제까지는 모임에 참여만 하셨다면 이제는 한번 열어볼 것을 권해드리고 싶다. 독서 모임이든, 글쓰기 모임이든, 주제가 무엇이 되었든 말이다. 블로그 방문자 수가 하루에 10명이 채 되지 않더라도 괜찮다. 일단 공지를 올리면 사람은 행동하게 된다. 신청하는 사람은 있고, 한 명은 두 명이 된다. 두 명은 열 명이 되고, 열 명은 백 명이 될 수 있다. 충분히.


 

이제 다시 걸음마를 시작했다. 나의 공간에서 모집하고 이끄는 것을 꿈꾸어 왔지만, 불안감과 두려움도 꽤 컸다. '과연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말이다.



나는 초보다. 3개월 전 모임을 열기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시간이 흐르면 고수가 될 수 있을까? 한편으로는 경험치가 높아져도 '스스로 내공이 쌓였다, 이제 고수 반열에 들었다'라고 생각하는 건 교만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누구에게나 초보 시절은 있다. 그리고 그 시간을 대부분은 괴로워한다. 자신의 뜻대로 잘 되지 않으니까. 난 첫 사회생활을 호텔에서 했다. 얼마나 일을 못했는지 교통사고라도 나서 직장에 안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늘 했다.



내가 영어 교육 분야로 커리어로 바꾼 뒤였다. 어느 어학원에 고용이 되었는데 그곳에 간지 얼마 안 된 내게 어느 호주 출신 강사는 이런 말을 했다. 원에서 사용하는 영어 교육 프로그램을 잘 활용할 줄 아는 방법을 익히게 되면 내가 잘 해낼 수 있으리라고 말이다. 'get the hang of it'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요령을 알다'라는 뜻을 가진 이 표현을 좋아한다. 누구나 처음은 어설프고 미숙할지라도 시간이 흐르면 익숙해진다. 물론 전혀 맞지 않는 분야도 있겠지만, 하다 보면 점차 나아진다. 바로 시간이 주는 선물이다.



혹 지금 초보라 마음앓이를 하고 있는가? 포기하고 싶기도 하고, 두려운 감정이 드는가? 그렇다면 get the hang of it이라는 표현시간의 마법을 떠올려 보는 건 어떨까?



초보에서 벗어나면 그 여유를 즐기되, 초보심을 잊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믿는다. '자만은 자신을 파멸로 이끄는 지름길이다.' 이는 내가 항상 마음에 품는 문장이다. 우쭐할 것도, 기죽을 것도 없이 초보심을 유지하면서 나아가고 싶다. 시간이 흐르면 더욱 자연스러워질 것이라는 믿음과 함께.



나를 비롯해 첫걸음을 한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응원하면서 이 글을 마친다. 모든 초보들이여, 용기를 갖자!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는 이미 절반을 온 사람들이다.



첫 발을 내디딘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And suddenly you know:
It's time to start something new
and trust the magic of beginnings.

- Meister Eckhart

    

당신은 어느 순간 깨닫게 된다. 지금이야말로 뭔가를 새롭게 시작하면서 처음의 마법을 믿어야 할 때라는 것을.

-마이스터 에크하르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