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다는 건 하체의 기운을 움직이는 행위다. 구체적으로는 발바닥의 경락을 자극하는 일이다. 발바닥 가운데가 용천혈(涌泉穴)이다. 용천혈은 신장과 바로 통하는 혈자리다. 신장은 수(水)에 해당하는 장부로 정력과 생식을 주관한다. 전통 혼례식에서 동네 사람들이 신랑의 발바닥을 때린 건 바로 이 원리를 원용한 풍속이다. 즉 첫날밤을 잘 치르도록 용천혈을 최대한 자극해 주는 것이다. 신장의 수(水)기가 활발하게 움직이면 상체로 치솟는 불길은 저절로 잡히게 된다. 걸음이 치유의 근본인 건 이런 원리에서다.
출처: 동아일보 [고미숙이 말하는 몸과 우주]<37>걸으면 ‘돈’이 와요! 中
고미숙 작가가 이야기했듯, 걸음은 치유다. 이러한 이유로 발로 하는 명상을 좋아한다. 원래 명상에 관심이 많아 미얀마, 태국에서도 명상 센터에서도 하루 종일 수행만 한 경험도 있다. 영적 세계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장기 배낭여행을 할 때처럼 수행센터에서 집중적인 수련을 하지는 못하지만, 여전히 지속하고 있다.
바로 걷기를 통한 명상이다. 난 출퇴근을 걸어서 한다. 집과 직장이 4km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걸어 다니기 딱이다. 특히, 요즘처럼 근사한 가을날에 걷는 건 황홀함 그 자체다. 걸음은 느려서 집에서 직장까지 40분 정도 걸린다.
집 바로 코 앞에 있는 생태공원도 자주 산책한다. 2016년에 생긴 생태공원은 없었으면 어땠을까 싶을 정도로 이제는 내게 대단히 중요한 존재가 되었다. 이 글을 쓰기 전에도 그곳에서 혼자 걷고 왔다. 근처에 그런 공원이 있다는 사실이 대단한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요즘 일밖에 안 하고 있다. 직장일 다니면서 사이드 허슬로 <하루 15분 영어 필사 모임>이라는 모임을 이끄는데 할 일이 너무나도 많다. 매일 글 발행, 홍보, 모임 안에서 여러 행사 기획하고 진행하기, CS... 물론 즐겁고 보람 있는 일이다. 단 한 번도 모임을 괜히 열었다고 후회한 적 없다.
다만,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해야 하기에 머릿속이 복잡하기는 하다. 그때마다 산책은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친구가 된다. 발을 움직이다 보면 머리가 비워진다. 자연의 소리를 귀 기울여 듣기도 하지만, 좋아하는 음악을 듣기도 한다. 산책을 하다 보면 감사한 마음이 절로 채워진다.
여러 가지 일로 지치다가도, 직장일을 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해 주는 사이드 프로젝트까지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행운인지 깨닫는다. 여러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다는 건 덤이다.
이렇듯 발로 하는 명상, 걷기가 주는 효용은 무궁무진하다! 지금 머릿속이 복잡한가? 우울한 일이 있는가? 지금 당장 밖으로 나가자. 발을 움직이며 나를 깨우고, 마음을 열어 보자. 감사와 풍요로 내면이 채워질 수 있으리!
I walk every day, and I look at the mountains and the fields and the small city, and I say: 'Oh my God, what a blessing.'
Then you realize it's important to put it in a context beyond this woman, this man, this city, this country, this universe.
- Paulo Coel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