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인생 첫 강연을 마친 제가 드리는 이야기
전환점(轉換點)이란, 바로 다른 방향이나 상태로 바뀌는 계기라는 뜻이다. 살면서 이제껏 극적인 전환점을 만나왔는데 가장 최근에 있었던 건 바로 지난 주말에 한 강연이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하는 강연이었다.
누군가는 내가 어딘가 대단한 곳에서 초청이 되었는지를 궁금해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전혀 그렇지 않았다. 내가 나를 초청했다. 최근 지식창업 컨설팅을 받으며 내가 살아온 이야기가 매우 흥미롭다고, <멈추지 마 다시 꿈부터 써봐>라는 책을 쓴 김수영 작가가 떠오른다는 말을 들었다. 컨설턴트 분은 내 이야기를 책으로 출판해 보아도 좋겠다고 하셨다. 책을 내기 전 강연부터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내가 이끌고 있는 <하루 15분 영어 필사 모임>에 강연을 하겠다고 공지를 바로 올려보았다. 구글 설문지에 들어오는 응답(제출된 양식)이 하나하나 쌓일 때마다 얼마나 기뻤는지! 최대한 많은 분들을 만나고 싶었다. 그러려면 다양한 시간대에 강연을 해야 했다. 강연을 하는 일정을 총 세 타임으로 나누어 보았다. 9월 11일 금요일 20시, 9월 12일 토요일 11시와 22시에 말이다.
총 39명이 신청해 주셨다. 오로지 나의 이야기를 들으러 와주신다니... 감격스러웠다. 무료 강연이기는 해도, 시간은 귀중한 자산이다. 가치 있는 시간을 나를 위해 내주시는 것은 무척 감사한 일이었다.
강연 주제는 글쓰기, 영어, 여행으로 정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고 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세 가지 덕분에 내 생을 꽃피울 수 있었다. 강연에서 여러 이야기를 했다.
올 1월 브런치 작가가 되어 점진적으로 성장을 한 과정, 글쓰기를 통해 아픔을 치유한 이야기, 미국과 같은 영어권 국가를 택하지 않고 일부러 태국에서 교환학생으로 지낸 이야기, 국내파로서 고군분투하여 영어 실력을 쌓아 얻은 여러 수확, 여행 중 만나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오는 외국인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
무엇보다 강연을 통해 '세계 시민'이라는 키워드에 많은 분들이 주목해 주시고 공감해 주셔서 기뻤다. 우리는 쳇바퀴 같이 돌아가는 일상 안에서 강대국이나 우리 주변 국가에 관한 소식을 주로 듣는다. 그것이 세계의 전부인 것처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다양한 국가에 대한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우리 모두는 연결되어 있다는 믿음을 가지며 사는 일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그런 나의 철학을 많은 분들이 지지해 주셨다.
내가 살아가는 이유는 세계 시민으로 성장하기 위함이다. 건강한 의식을 가진 세계 시민으로 살아가고 싶다. 그러면서도 이러한 나의 비전을 밝히면 너무 거창하다거나 허무맹랑한 것으로 사람들이 생각하진 않을까 하는 두려운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가치관, 세계관을 가진 사람이 운영하는 모임과 그렇지 않은 필사 모임은 하늘과 땅 차이가 날 것이라는 이야기도 듣게 되었다.
또한 도전과 실행에 대한 자극을 많이 받으셨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셔서 행복했다. '매일 글쓰기를 해보아야겠다, 글쓰기 모임을 열어보고 싶다, 브런치 작가가 되고 싶다, 미뤄왔는데 강연을 들은 뒤 브런치 작가 지원을 위해 바로 글을 쓰고 있다'와 같은 이야기를 내게 들려주셨다.
자신의 가치는 자신이 알기 어렵다는 생각을 다시금 했다. 보완점, 개선할 부분도 스스로 알아채기 어려울 수 있지만, 장점이나 강점 또한 마찬가지이다. 분명 특별하고 매력적인 이야기로 가득한 삶인데도 정작 본인은 그것을 ‘이게 뭐라고’라고 생각하기 쉽다. 사람들은 대체로 자기 자신에게 인색하기 마련이니까.
나 역시 그랬다. 강연은 많이 들었어도 강연을 하는 사람으로 나서서 이야기를 하려고 적극적으로 나선 적은 없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강연을 들었을까? 나는 늘 강연장에서, 요즘에는 랜선에서 강연을 듣는 사람이었지, 연사로서 나서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는 사람이었다. 모임이나 클래스를 위한 구글 양식도 작성하고 제출을 하는 사람이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만들어 보기도 했다.
늘 향유자, 소비자에만 익숙한 삶을 살아왔다. 나뿐만이 아니었다. 내 강연에서도 보니 생산자로서 이야기를 하는 주체가 되고 싶지만, 두려움 때문에 주저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았다.
그러나 세상은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기를 바라고 있다. 김미경은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 유튜브 시작해도 될까요? 너무 늦지 않을까요?"를 묻지만 온라인 세상에서 개인은 밤하늘의 별과 같다고. 자신이 자리를 잡으면 그때부터 빛나기 시작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말이다.
강연 후기 중 '가장 달래 님다운 이야기'라는 피드백에 시선이 오래 머물렀다. 나의 강점이 잘 드러나는 모임과 강연이라는 이야기에 말이다.
우리 모두는 가장 자연스러운 옷을 입어야 한다. 내가 엄청난 변화를 이루면서 한편으로는 가장 나다워지는 순간, 그때 우리는 생의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다.
전환점은 하늘에서 뚝하고 떨어지며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하루하루 잘 살아가다 보면 때와 운이 모두 맞았을 때 만날 수 있는 선물, 바로 그것이 전환점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언제 만날지 모르는 전환점을 위한 준비를 매일 꾸준히 해야 한다고 믿는다.
My life is one long curve, full of turning points.
- Pierre Trudeau
인생은 전환점으로 가득한, 하나의 긴 곡선이다.
- 피에르 트루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