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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과거에 대해 눈물 흘릴 필요가 전혀 없는 이유

졸업식과 '진추하'의 'Graduation tears'

# '진추하'의 'Graduation tears'를 부르는 1년 전의 아이들과 지금의 아이들


Graduation Tears 
  Congratulation Cheers ♪


지금으로부터 1년 전이었다. 



2019년 2월 20일에 나는 내가 가르치던 7세 반 아이들의 졸업식을 치렀다. 내가 맡았던 반은 '진추하'의 'Graduation tears'를 불렀다. 졸업식을 기념하며 반마다 노래를 맡아 불러야 했기 때문이다. 졸업식이 다가오기 전부터 하나하나 세세하게 연습을 해야 했다. 가사를 외우기 위한 연습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촛불을 들고 일어서야 할 때와 앉아야 할 때를 구분하는 것, 동선까지 모두 말이다. 



기쁘게도 아이들은 습득력이 빨랐다. 놀라울 정도로 가사를 금방 외우고 흥얼댔다. 가사를 이루는 단어가 결코 쉽지 않은 데도 말이다. 가사를 이루는 말은 참 아름답고 멜로디도 서정적이다. 그러한 노래를 진지한 표정으로 부르는 아이들은 가사보다 더 예뻐 보였다. 



['진추하'의 아름다운 'Graduation tears' 가사]


And now is the time to say good bye to the books
And the people who have guided me along
They showed me the way to joy and happiness, my friends
How can I forget the fun we had before
이제 교과서와 

그리고 저를 이끌어주신 선생님들과도 작별할 시간이네요
그들은 내게 기쁨과 행복의 길을 가르쳐 주셨지요
친구들아, 우리가 이전에 함께했던 즐거운 시간들을 어찌 잊겠니


I don't know how I would go on without you
in a wicked world I'll be all alone
I've been blessed by school life don't care about a thing
Gotta thank our teachers and my friends
이 험난한 세상에서 그대들이 없이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모르겠어요
이제 완전히 혼자가 되겠지요 제게 학창 시절은 축복이었어요 

그렇기에 걱정하지 않아요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감사해야겠어요


Graduation tears congratulation cheers
It's the day of my emotion, can't you see
Who'd know the friendship and love I'll leave behind
As I step out of the school yard I have known
졸업의 눈물 축하의 박수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 날 이해되시나요
우정과 사랑을 뒤로하고 떠나는 제 마음을 누가 알까요
정든 교정을 떠나면서


I don't know how I would go on without you

in a wicked world I'll be all alone
I've been blessed by school life don't care about a thing
Gotta thank our teachers and my friends

이 험난한 세상에서 그대들이 없이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모르겠어요
이제 완전히 혼자가 되겠지요 제게 학창 시절은 축복이었어요 

그렇기에 걱정하지 않아요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감사해야겠어요



유명한 곡이기에 들어본 적은 있었지만, 가사의 의미를 제대로 곱씹어보는 것은 작년이 처음이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청초한 분위기의 진추하... 

1976년에 홍콩에서 발매된 이 곡은 40년이 넘어서도 한국의 어느 유치원에서 불리고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DCOn65731Wk

클래식이란 이런 것이다. 광고기획자 박웅현은 늘 클래식을 궁금해하라고 했다. 고전은 고전인 이유가 있다며 오랫동안 전해지는 그 이유가 과연 무엇 일지를 파고들라는 이야기였다. 진추하와 우리 유치원 아이들을 바라보며 나 역시 그녀의 작품처럼 오래 기억되는 콘텐츠를 많이 생산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클래식이 된 노래의 가사처럼 작년에 7세 아이들을 졸업시키며 나는 눈물을 흘렸다. 

누군가는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이 모든 교육 기관을 통틀어 유치원의 졸업식이 가장 눈물을 많이 흘리게 되는 때라고 했다. 



바로 유치원을 벗어날 때가 이제 '보호막'은 제거되고, '살벌한 사회의 현장'으로 발을 디뎌야 할 때이기 때문이라면서 말이다. 분명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내 배에서 나온 아이들을 그러한 정글로 보내는 것은 아니었지만, 아이들을 바깥세상으로 내보내면서 적이 애잔한 감정을 느껴야 했다. 



그로부터 1년 후, 몇 주전부터 한동안 듣지 않았던 그 노래를 다시 듣게 되었다. 내가 특강반에서 가르치는 7세 반 아이들로부터 말이다. 그 노래를 들으며 '아, 그때가 왔구나. 아이들이 또 졸업할 때가... 내가 작년에 가르치던 아이들도 이 노래를 불렀는데 이 반도 이 노래가 선정이 되어 부르게 된 것이구나.'하고 생각했다. 



작년에 같은 노래를 흥얼거리던 아이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지낼까 궁금해하기도 하고, 지난 1년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갖기도 했다. 


 '끝'은 결국, '시작'의 또 다른 이름


'끝'은 늘 '시작'과 교차한다. 

서로 엇갈리며 새로운 이야기를 지어낸다. 



처음에는 엄마 보고 싶다고 엉엉 울면서 '유치원'을 다녔는데, 곧 졸업하고 '초등학교'에 씩씩하게 입학한다. 

한 사람과의 연애가 끝나 줄곧 '총 맞은 것처럼' 아파했을지라도, '멜로가 체질'이라며 또 다른 사람과의 연애를 시작한다. 

어느 직장에서는 '미생'처럼 쭈그러들었을지라도, 새로운 환경에서는 '직장의 신'으로 환골탈태하기도 한다.

그 이유는 바로 우리는 우리의 결말을 바꿀 수 있는 칼자루를 쥐고 있다는 것에 있다.



어떤 수를 써서라도, 우리는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다. 

과거는 신이 아니고서야 절대 바꿀 수 없는 영역이다.

그러나 우리가 할 수 있는 굉장한 일이 있다. 



그것은 우리 원의 7세 아이들이 'Graduation tears'의 가사를 쉽게 외우며 정확한 발음으로 부르는 것만큼이나 놀라운, 아니 그것보다 훨씬 놀라운 일이다.



바로 우리는 과거를 돌이켜 도입부를 바꿀 수는 없더라도, 

현재 우리가 있는 곳에서부터 시작해 결말을 바꿀 수는 있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깨끗한 종이와 펜 한 자루이다.

그것이면 우리는 우리의 책을 계속 써 내려갈 수 있다. 반전을 만들어낼 수 있다.

어떤 이야기를 써볼까? 어떤 결말로 맺어볼까?


그러니 지금 

'그때 그 사람을 절대 만나지 말았어야 했는데! 돈과 시간, 그리고 내 소중한 에너지를 완전히 낭비했어.', 

'그때 대학원을 갈 걸 그랬네. 공부를 좀 더 할 걸.', 

'그때 그냥 직장을 그만두지 말고 더 버텼어야 했는데!''와 같은 생각을 하면서 머리채를 부여잡을 필요가 전혀 없다.



'죽음'은 죽음으로 끝나지 않는다고 하였다. 

죽음은 새로운 세계로 향하는 통로이기 때문이다.

하물며 죽음도 끝이 아닌데, 살아있는 우리는 무엇 때문에 '이제 난 끝났어.'하고 눈물 흘릴 필요가 있단 말인가!



'끝'은 결국, '시작'의 또 다른 이름이다.



You can’t go back and change the beginning,
but you can start where you are and change the ending.
- C.S Lew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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