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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래 Feb 14. 2020

내가 근무한 호텔은 한때 잠비아 대사님의 집이었다.

나와 아프리카와의 특별한 인연에 대한 이야기

* 영어실력과 내면 성장을 모두 얻어갈 수 있는 알짜배기 모임 :)

<하루 15분 영어 필사 모임>

# 내가 근무한 호텔은 한때 잠비아 대사님의 집이었다.



나는 대학을 졸업하기 전, 호텔에 취업해 귀빈층 라운지에서 G.R.O(Guest Relations Officer의 준말로, 비서처럼 가까이서 고객을 세심히 챙겨드리는 업무를 담당하는 호텔 직원이다.)로서 일을 했다. 그 호텔에는 잠비아 대사님께서 장기 투숙을 하고 계셨다. 잠비아 대사관이 신생 대사관이라 대사님의 전용 숙소는 아직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분은 어깨뽕이 없었다. 그래서 대사님과의 대화는 유쾌하고 즐거웠다. 



그분이 아니었다면 나는 빅토리아 폭포가 그리도 아름다운 곳인 줄 몰랐을 것이다. 내가 잠비아에 대해 호기심을 많이 보이자, 비서분에게까지 나를 소개하는 메일을 보내셨다. 잠비아 여행지에 관해 더욱 자세히 알 수 있도록 부탁하기 위함이었다. 비서분께서는 친히 전화번호까지 알려주시며 약속을 잡자고 하실 정도였다. 



내가 대체 뭐라고 한 국가의 대사라는 막중한 외교 파워를 가진 분께서 그렇게 신경을 써주시는 것인지 싶었다. 아마 당신의 나라에 대해 더 알고자 하는 나에 대한 고마운 감정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편견이겠지만, 


그분이 만약 프랑스에서 오신 분이었다면? 
그러니까 일반적으로 '선진국'이라고 분류되는 국가에서 오신 분이었다면? 
과연 이제 막 사회에 나온 핏덩이인 호텔 말단 직원에게
그렇게나 적극적으로 마음을 내어 주셨을까?



그만큼 선진국이 아니면 자연스레 외면받고 소외되기에 그러한 관심이 더욱 반가우신 것은 아니었을까. 

그분과의 만남은 내가 우리의 레이더에서 많이 벗어난 모든 것들을 더욱 애정 어린 시선을 가지고 바라보아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되었다. 


# 커피 하면 스타벅스이듯, 에티오피아 하면 가난 아니었던가? 그런데...



대학교 졸업반이던 시절이었다. 

어느 카페에서 우연히 에티오피아-대한민국 수교 50주년 기념행사 자원봉사자 모집 공고를 보았다. 



'와, 에티오피아. 그것도 수교 50주년을 기념한다는 깊은 의미가 담긴 행사라니!'

행사 당시 어느 호텔에서 열린 만찬 자리

대학교 3학년 여름방학 때였다. 불가리아를 시작으로 발칸 반도 6개국을 여행했는데, 출국 전 인천 공항 서점에서 책을 한 권 발견했다. 바윤오순 작가의 <공부 유랑>이라는 책이었다. 



저자는 고졸 출신으로 증권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배움에 대한 갈증으로 뒤늦게 이화여대 철학과에 입학했다. 공부를 하다 보니 배우는 것이 너무나 좋아져 서른 넘어서 중국으로, 일본으로, 영국으로 향했다. 



그러다가 결국엔, 에티오피아까지 가서 커피를 공부하게 된다. 그 이야기가 무척 흥미로웠고 저자의 배움에 대한 자세가 참 멋지다고 생각했다. 자연스레 에티오피아도 내게 강렬한 인상으로 남았다. 



그래서 그 공고는 무척 반가웠다. 자원봉사자로 지원을 하기 전에 에티오피아에 관한 조사를 더 해보았다. 



커피 하면 스타벅스이듯, 에티오피아 하면 가난 아니었던가? 

그런데 그러한 나라도 '강뉴(Kagnew) 부대'라는 한국전 참전 용사를 파병했다는 사실에 무척 놀랐다. 



게다가 253전 253승이라는 무패 신화를 달성하기까지!



그들은 용맹하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의 귀중한 봉급을 모아 ‘보화원’이라는 보육원을 설립해 한국전이 낳은 전쟁 고아들까지 따뜻하게 품어 주었다.



우리나라를 도와준 그 고마운 나라와 함께하는 역사적인 순간을 나도 반드시 함께 하고 싶었다. 마침 여름방학에 행사 일정이 있었기에 졸업을 하기 전, 대학 생활 중의 의미 있는 챕터 하나를 더 추가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2013년 6월 14일 아침에 아래와 같이 지원서를 작성했다.

‘에티오피아’하면 가난의 동의어라고 여긴 적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아프리카의 가난한 국가 중 하나라고 생각할 뿐, 에티오피아는 제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어떤 책을 읽으면서 에티오피아가 커피로 지역민을 살리는 ‘커피 투어리즘’을 실행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라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관광경영학을 전공하는 데다 평소 지속 가능한 관광이라는 주제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제게는 매우 흥미로운 사실이었습니다. 그래서 이전에는 한없이 멀게만 느껴졌던 나라가 지금은 살면서 꼭 한 번가고 싶은 나라가 되었고, 그곳에서 공부도 한번 해보고 싶다는 계획을 세우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에티오피아와 우리나라의 수교 50년 행사 소식을 알게 되자마자 매우 반가웠고, 양국의 관계를 돌아보고 새로운 방향을 설정할 의미 있는 자리에 저도 함께 하고 싶다는 바람으로 자원봉사를 지원하게 되었습니다.(이하 중략)




나는 행사장에서 귀빈분들을 수행하고 통역하는 역할을 맡았다. 한국관광공사에서 진행된 어느 행사의 사회자 역할을 맡기도 했다. 


한국관광공사에서 열린 행사의 사회를 맡은 스물다섯 살의 나


한 번도 에티오피아, 아니 아프리카에서 오신 분들과 대화를 제대로 해본 적이 없었다. 

그분들은 내게 그저 극빈한 환경에서 하루하루 연명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나라의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내가 행사장에서 만나 뵌 그분들은 커피로 비즈니스를 하시기도 하고, 여행사를 운영하시기도 했다. 

그렇게 편견이라는 나의 얼음장을 서서히 깨부수는 과정은 짜릿했다. 



수교 50주년을 맞이했다는 의미를 가진 덕분이었을까? 

행사가 열릴 당시는 에티오피아 항공이 수도인 아디스아바바로 주 4회 직항 노선을 운행하기 직전이었다. 



'와, 그렇게나 먼 나라와 직항 노선이 생긴다니. 그것도 일주일에 4회씩이나!' 



과연 1950년대 한국전에 참전하신 에티오피아 용사분들께선 예상이나 하셨을까. 

당신의 나라와 우리나라를 잇는 그리도 간편한 에스컬레이터가 2013년에 생길 것이라는 사실을.



행사장에서 에티오피아의 여행지에 관한 영상을 보면서 에티오피아는 내가 몰랐던 매력을 참 많이 가지고 있는 곳이구나 싶었다. 



언젠가 될지는 모르겠으나 반드시 죽기 전 나도 에티오피아에 가야겠다고 결심했다.


# 아프리카 댄스는 우가우가가 아니다.



우가우가? 

우리가 아프리카 댄스라는 말을 듣자마자 떠올리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아프리카 댄스는 우가우가가 아니다. 

치열한 자기 탐색을 위한 열렬한 몸짓이다. 



2017년 4월, 나는 지리산 산내마을에 위치한 '문화기획달' 단체의 주최로 열린 1박 2일 댄스 워크숍에 참여했다. 태국의 댄스 만달라와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의 보보 민족의 춤, '보보동'을 경험하는 자리였다.



'응? 부르키나파소?' 

공지를 보고 그런 국가는 또 처음 알게 되었다. 

'부르기 나빠서?'처럼 들리기도 하고, 아무튼 한번 들어서는 기억하기 어려운 국가명이었다.



나는 지리산 산자락에서 '부르기 나쁜' 이름을 가진 그 나라의 '보보'라는 민족의 춤을 신명나게 추었다.

댄스 워크숍은 '까르'라는 예명을 쓰는 '쿨레칸' 멤버가 진행을 했다.



▼ 당신을 새로운 세계로 안내할 쿨레칸의 댄스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ECZsytbnT3E

- 쿨레칸 공식 홈페이지: http://koulekan.net/wordpress/



우리 모두는 여행자들이며,
어디를 가든 자신의 존엄성과 뿌리를 잊지 말아야 한다.



쿨레칸은 위의 문장을 모토로 운영되고 있다. 

쿨레칸이란, 엠마누엘 사누(Emmanuel Sanou)라는 부르키나파소 출신의 무용가가 2016년 한국에서 만든 무용단체이다.



강릉 시장에서 맛본 어묵 고로케와 같은 새로운 맛을 나는 그 아프리카 댄스 워크숍에서도 맛보았다. 



보보동을 비롯한 아프리카 댄스가 주는 극한 자유와 생동감은 내가 스윙댄스(1930~1940년 말까지 미국에서 유행하던 스윙재즈를 기반으로 하던 댄스)를 추면서도 느껴보지 못한 것이었다. 



흥겹게 몸을 마구 털어대며 나는 아프리카 댄스만이 주는 매력에 푹 빠져들었다. 

그저 신나 보이는 몸짓 너머에 있는 깊은 철학도 사유해 보았다.


# 나에게 아프리카의 의미란.



오늘 왜 이렇게 아프리카 이야기를 하게 되었을까. 

브런치 나우를 보다가 코트디부아르에서 생활하는 여성분의 이야기에 관해 읽게 되었기 때문이다. 



'오, 코트디부아르! 

내가 대학교 3학년 때, 발칸반도를 다녀와서 난타(Nanta) 공연장 안내원 알바를 할 때 코트디부아르 출신 귀빈분이 공연을 보러 오시기도 했는데!'하면서 글을 읽어 내려갔다.



그리고 그 글은 나의 뇌가 아프리카와 관련한 모든 경험을 소집하는 호루라기 역할을 했다.  



이 글을 쓰는 순간도 어제 유튜브에서 발견한 'African Relaxing Music'이라는 제목을 가진 음악을 듣고 있다. (음악은 제목 그대로 정말 relaxing하다. 강추!)


https://www.youtube.com/watch?v=Njj4CX4OAMU


나는 아프리카라는 대륙에 단 한번도 가본 적이 없다. 

그러나 내가 살아오면서 마주한 아프리카가 주는 의미는 각별하다. 


그것은, 


가난도, 

우가우가도, 

사파리도, 

새롭게 각광받는 매력적인 투자처도, 

아프리카 TV도 아니다. 




내게 아프리카는,

 

우리가 한국전 당시 고통으로 신음할 때,
그것을 외면하지 않고 손을 내밀어 준 용맹한 나라가 있는 대륙이다. 
내가 배우고자 하는 태도를 보였을 때,
그것을 무시하지 않고 엄청난 환영을 해준 분이 계신 나라가 있는 대륙이다. 
'예술가는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라 믿으며
나에게 깨달음과 자유를 선물해준 분이 계신 나라가 있는 대륙이다.



그래서 아프리카에 발걸음을 해본 적은 없어도, 나는 아프리카에 굉장히 고마운 감정을 느끼고 있다. 



그것은 아프리카가 '무지와 편견'이라는 나의 먼지들을 '살살' 털어내고, 

'탐구심과 존중감'이라는 향수를 '칙칙' 뿌려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앞으로도 그 향수를 아낌없이 뿌려댈 계획이다. 

칙칙칙!





* 영어실력과 내면 성장을 모두 얻어갈 수 있는 알짜배기 모임 :)

<하루 15분 영어 필사 모임>


▼  한국 전쟁 253전 253승, '무패 신화'의 에티오피아 '강뉴' 부대에 관해 더 알고 싶은 분들을 위한 기사


▼  기자로 활동하신 브런치 작가, '여느' 님의 인터뷰 기사 

"우리를 위해 아무 대가없이 싸웠던 그분들을 기억해야죠"


▼ 오늘부터 에티오피아 공정무역 커피를 즐겨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광고처럼 보일까봐 링크까진 못 달아도 검색하시면 많이 나온답니다.^^)

우리를 도와준 나라에 은혜를 보답하는 손쉽고도 뜻깊은 선택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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