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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느Yonu Nov 13. 2019

우리를 위해 아무 대가없이 싸웠던 그분들을 기억해야죠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그들을 위한 따뜻한 봉사 NGO ‘따뜻한  하루'


본 글은 내가 기자로 근무하던 시절 작성했던 NGO ‘따뜻한 하루’와의 인터뷰 기사다. 그러나 이런저런 사정으로 끝내 발행되지 못했다. 그러나 이대로 묻히기엔 인터뷰가 너무 소중했기에 NGO 측의 허락을 받아 이렇게 브런치라는 공간을 통해 공개한다. 매섭게 추운 겨울, ‘따뜻한 하루’라는 이름만큼이나 따뜻한 소식 접하며 브런치 독자여러분들도 잠시나마 따스함을 느끼셨으면 좋겠다.      




       

[사진 = 따뜻한 하루 제공]


한국전쟁 참전 25개 국가 중 253번의 전투를 단 한 번의 패배 없이 승리한 부대가 있다. 바로 에티오피아의 ‘강뉴부대’다. 이탈리아의 식민지배를 겪었던 에티오피아의 셀라시오 황제는 ‘어려움에 처한 국가를 도와야한다’는 오직 단 한 가지 일념하에 왕실친위대를 포함, 6천3백여 명의 에티오피아 군을 한국으로 파병했다.


그러나 한국전쟁 종료 후 강뉴부대는 ‘금의환향’하지 못했다. 쿠데타로 인해 황제가 암살을 당하고 에티오피아에 공산주의 정권이 들어선 것이다. 공산주의 정권은 한국전쟁에서 북한 공산주의자에 맞서 싸운 강뉴부대 참전용사들을 탄압하기 시작했다. 강뉴부대원들은 살기위해 이름을 바꾸고 고향을 떠나며 역사 속에서 잊혀졌다.    

  

외교통상부 산하 NGO ‘따뜻한 하루’는 바로 이 강뉴부대를 돕는 사람들이다. 설립 6년차에 접어드는 ‘따뜻한 하루’는 5년 전부터 봉사자들과 함께 에티오피아를 직접 방문해 강뉴부대 잊혀진 참전용사들을 위해 봉사하며 감사를 전한다.     


[사진 = 따뜻한 하루 제공]


“사실 처음 에티오피아에 갈 때는 ‘할아버지들을 만나서 어떻게 하지?’하는 고민이 많았어요. 그런데 도착하자마자 저희를 보고 너무 반가워하시면서 포옹하고, 에티오피아에서는 인사가 뽀뽀에요. 그런데 뽀뽀 세례를 퍼부으시더라구요. 눈물을 참을 수 없었죠.”     


따뜻한 하루의 최영희 과장이 처음 강뉴부대 참전용사들을 만났을 때를 회상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따뜻한 하루의 직원들은 강뉴부대 참전용사들을 모두 ‘할아버지’라고 부른다.     

 

“처음에는 할아버지들이 ‘왜 이제 왔냐’, ‘진짜 다음에 또 올거냐’는 말씀도 하곤 하셨어요. 잊혀 졌다는 억울함과 한번보고 말 사이면 정을 주지 않으려고 하셨던거죠.”     


하지만 매년 2번 이상 에티오피아를 찾는 따뜻한 하루의 봉사자들에게 할아버지들은 마음을 열었다.  

    

“그 다음에 또 갔더니 ‘진짜 왔어!’ 하면서 정말 반가워하셨어요. 예전에 강뉴부대가 한국에 도착하는데는 20일이 걸렸대요. 할아버지들은 20일이라는 긴 시간을 참아가며 한국에 와서 우리를 도왔는데 비행기타면 열 몇 시간이면 갈 거리를 이제야 온 것 같아 제가 죄송했어요.”      


따뜻한 하루는 후원자들의 후원을 통해 강뉴부대 참전용사들에게 후원금을 전달하기도 하고 봉사자들과 함께 열악한 집수리와 청소도 도맡아 한다.      


따뜻한 하루가 준비한 만찬을 즐기고 있는 강뉴부대 참전용사들과 참전용사의 후손들 [사진 = 따뜻한 하루 제공]


에티오피아를 방문할 때마다 수도 아디스아바바에 위치한 강뉴부대 참전용사 회관(센터장: 하옥선)에서 한식을 포함한 만찬을 준비해 참전용사 뿐만 아니라 가족들까지 약 300여명에게 식사를 대접한다.    

 

또, 한국식 색다른 감사 인사도 드린다.      


강뉴부대 참전용사께 한복을 입고 절을 올리며 예를 갖추는 따뜻한 하루 대원들 [사진 = 따뜻한 하루 제공]


“따뜻한 하루 이상욱 고문님이 대표로 한복을 입고 함께 절을 드려요. 한국전쟁 당시에는 우리가 한복을 입고 살았잖아요. 그때 그 모습대로 그분들께 다가가 감사를 표하는 거죠. 한분 한분 절을 올리다보니 절만 이백번 한 적도 있어요. 그래도 행복하죠” 최영희 과장이 당시를 회상하며 행복한 웃음을 띠며 말했다.  

   

일 분, 일 초가 소중하다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를 포함해 곤다르, 바흐다르, 훌렐라, 예카 등 강뉴부대 참전용사가 있는 곳이라면 따뜻한 하루는 그 어디도 주저하지 않고 감사를 전하러 나선다. 현재 생존 중이며 연락이 닿는 강뉴부대 참전용사들은 144명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다들 고령이시다보니 일 분 일 초가 소중해요. 심지어 한분은 저희가 도착하기 딱 하루 전날에 돌아가셨죠. 장례식에 참석해서 한국식으로 꽃도 올리고 했어요. 한국에서 강뉴부대 참전용사 장례식에 참여하러 사람들이 왔다고 마을에 소문도 났죠. ‘와줘서 고마워요’라며 유족분들이 손을 꼭 잡으시더군요. 어찌보면, 야속하게도 참, 시간이 없어요.”


최영희 과장이 눈시울을 붉혔다.      


일단 액션, 액션!


매트리스를 설치하고 새 매트리스가 편안한지 확인하는 따뜻한 하루 대원들 [사진 = 따뜻한 하루 제공]


따뜻한 하루는 강뉴부대 참전용사 매트리스 사드리기 봉사도 시작했다. 시작은 최과장이 어느 허름한 참전용사의 집을 방문하고 부터다.      


“에티오피아의 주거 환경은 정말 열악해요. 정말 우리나라 시골 외양간 같은 곳이 집이에요. 어느 강뉴부대 할아버지를 뵀죠. 자기가 200살이라며 너스레를 떠는 그분은 참 재미난 분이셨어요. 그런데 그분이 흙바닥에 얇은 매트 하나 깔아두고 주무시는 거에요. 마음이 너무 아팠죠. 그래서 매트리스를 사다드리기 시작했어요.”     


그때는 후원금이 많이 남지 않은 상태였다. 그래도 최과장은 사비를 들여 참전용사의 댁에 매트리스를 사드리고 왔다. 그러자 놀랍게도 또 후원의 손길이 이어졌다.      


“돈을 먼저 모아서 도움을 드리려고 하면 그때는 너무 늦어요. 할아버지들이 고령이셔서 정작 우리가 준비됐을 때 도울 수 없게 되는 거죠. 그래서 따뜻한 하루는 일단  지원을 하고 나서 모금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가족도 아닌 이를 위해 사비를 털어서까지 일단 ‘돕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따뜻한 하루는 일단 돕고 본다. 돈은 나중에. 최과장의 이야기를 들으며 따뜻한 하루가 단순 이슈를 위해, 공적을 쌓기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매트리스를 선물 받은 할아버지는 약 3개월 후에 돌아가셨단다. 그래도 3개월간 매트리스 위에서 편히 쉴 수 있었으니 그도 그동안 평안했을 것이다. 지금은 그 매트리스를 할머니가 쓰고 계시다고 한다.   

  

참전용사만이 아니라 그 가족도 함께, 그리고 아리랑


따뜻한 하루는 강뉴부대 참전용사만 돕는 것만이 아니라 그 가족들도 돕는다. 최근에는 따뜻한 하루의 주선 하에 ‘대한민국전몰군경미망인회’ 회원들과 2019년에 같이 에티오피아를 방문하기도 했다. 현재 대한민국전몰군경미망인회 회원들은 강뉴부대 미망인들을 정기후원하고 있다.     


대한민국전몰군경미망인회 회원들이 고인이된 강뉴부대 참전용사들의 초상화에 헌화하고 있다. [사진 = 따뜻한 하루 제공]


또 참전용사들의 손자, 손녀들을 모아 한국의 ‘방과후학교’처럼 합창단, 태권도반 등을 운영하며 아이들이 꿈을 키울 수 있게 돕는다. 합창단 아이들은 한국어 노래도 함께 배워 따뜻한 하루 봉사단이 에티오피아를 방문할 때 강뉴부대 참전용사 회관에서 공연도 한다. 아리랑도 부를 줄 안다.


“강뉴부대 할아버지들도 아리랑을 기억하세요” 최과장이 참전용사가 부르는 아리랑 동영상을 보여주며 말했다.          


60여년이 훌쩍 지난 세월에도, 그는 여전히 한국인의 얼과 한이 서린 노래 '아리랑'을 기억하고 있었다. [동영상 = 따뜻한 하루 제공]


할아버지들은 한국을 착한 나라, 좋은 나라로 기억해요


최과장이 말을 이었다. “우리가 돌보지 않았잖아요. 그리고, 한국전쟁에 참전하고 그분들에게 남은 것은 하나도 없어요. 한국을 미워할 수도 있는데. 하지만 그 분들은 한국을 제2의 고향이라고 생각하세요. 아직도 북한 문제가 생기거나 한국이 뉴스에 나오면 빠지지 않고 챙겨보시죠. 교회 등의 도움으로 한국전쟁 기념일 즈음해서 몇 분은 한국에 오시기도 해요. 그러면 정말 놀라시죠. ‘이게 진짜 그때 그 한국 맞아?’하시면서요”

  

소년 '박동아' 사진 [사진 = 따뜻한 하루 제공]

한국전쟁 동안 강뉴부대는 전쟁고아도 돌봤다. 전쟁 통에 죽은 어머니의 빈 젖을 빨고 있던 소년을 강뉴부대원들은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강뉴부대는 소년에게 ‘박동아’라는 이름도 붙여줬다. 아직도 할아버지들은 소년을 기억하고, 소년을 찾고 싶어 한다.


올해 7월(기사 작성 당시)에도 강뉴부대 참전용사들을 문안하러 에티오피아행을 준비 중인 따뜻한 하루는 바쁘다. 이번에는 비상약과 식용유 등을 강뉴부대 참전용사에게 전해줄 예정이다.      

“우리는 집에 흔히 있는 비상약도 그분들은 없어서 끙끙 앓으세요. 그리고 에티오피아의 주식 중 하나가 밀가루를 기름에 튀겨서 먹는 ‘인젤라’라는 음식인데 식용유를 사실 돈이 없어 그걸 못 드시고 계시더라구요. 지난번에 식용유를 사드리지 못하고 온 게 못내 마음에 걸렸는데 이번에는 꼭 잘 전해드리고 오려구요” 최과장이 말했다.     


당신은 우리의 영웅입니다


'당신은 우리의 영웅입니다'가 적힌 수건. 참전용사가 마치 옷처럼 입고 있다. [사진 = 따뜻한 하루 제공]


강뉴부대 참전용사들은 한국에서 주는 선물을 언제나 특별히 여긴다. 한번은 따뜻한 하루에서 “당신들은 우리의 영웅입니다”라는 글귀가 적힌 수건을 선물 드린 적이 있다.      


“그랬더니 어느 할아버지께서는 그 수건을 액자에 넣어 침대위에 걸어두기까지 하시더라구요” 최과장이 밝게 웃으며 말했다.

     

따뜻한 하루는 언제나 후원에 열려있다. 7월(기사 작성 당시) 에티오피아 방문을 위해 9차 모금이 진행 중이다.     


따뜻한 하루의 최 과장님과 인터뷰를 마치고 노트북을 챙겨 사무실을 나서는 동안 기자의 가슴속에도 따스함 가득 남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기미가요'의 작곡가는 한국땅에 묻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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