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영 작가님의 <글을 보여준다는 용기>를 읽고
2020.2.12에 작성한 글입니다. :-)
'처음엔 내가 안아주었지만, 세상에 나온 뒤로는 글이 나를 안아준다.'
이 부분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와버렸습니다.
문장이 제 마음 깊은 곳까지 스며들었기 때문이겠지요?
글은 내가 아니며 또 다른 주체로서의 역할을 한다는 표현도 멋집니다.
앞으로 저도 능동적인 역할을 해 나갈 주체들을 방대하게 생산해보고 싶습니다.
반드시 선생님의 글쓰기 수업을 들으러 가겠습니다!
내가 한 시간 전에 글쓰기를 전문적으로 가르치시는 이동영 선생님께 쓴 댓글이었다. 요즘 한창 글쓰기에 빠져 지내면서 어떻게 하면 더욱 맛깔스러운 글을 쓸 수 있을지에 대한 팁을 알려주는 글을 많이 읽으며 지내고 있다.
브런치에서 발견하게 된 이동영 선생님의 글은 간결하고도 흥미로웠다. 가독성을 높이기 위한 장치도 곳곳에 보여 글에 더욱 쉽게 몰입할 수 있었다.
<글을 보여준다는 용기 (부제: 선한 영향력을 글이라는 도구로 세상에 퍼뜨린다는 강력한 동기)>라는 제목의 글은 2017년에 발행된 글인데 나는 2020년이 되어서야 그것을 읽게 되었다.
2013년 말, 내가 입사 지원한 호텔의 1차 실무진 면접, 2차 인사부장 면접, 그리고 3차 대표이사, 총 지배인 면접을 모두 통과했을 때였다. 입사를 코앞에 두고 성당 주일학교 교사로 함께 지낸 분들과 파스타로 저녁 식사를 했다.
한 선생님은 "그래도 어떻게 3차까지 다 됐어!"라고 기특한 듯 말씀하셨고, 또 다른 선생님은 이제 나의 헬게이트는 열렸다는 듯, '모진 풍파'에 맞서야 할 때가 왔다고 하셨다.
그리고 그 선생님의 말은 예언과도 같았다. 나는 호텔에서 바짝 쪼그라든 사회초년생 시절을 보내야 했다. 구르고 깨지며 멍이 들지 않은 곳이 없었다. 카카오 함량 100%인 다크 초콜릿보다 훨씬 쓰고 독한 맛을 보아야 했다.
그 시기는 내게 꽁꽁 감추고 싶은 방이었다. 누구에게나 숨기고 싶어 하는 방이 마음속에 있다고 하는데 호텔에서 일했던 시간이 담긴 방이 내겐 그것이었다.
호텔에서 배운 것도 많았고, 즐거운 에피소드도 분명 꽤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아픔을 희석해 주었기에 과거를 여유롭게 관조해볼 수 있는 것일 뿐, 다시는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그래도 언젠가는 그 아픔을 낱낱이 드러내고 싶은 욕구가 내겐 있었다. 부끄럽게 느껴져 숨기고 싶었던 그 방을 여전히 드러내지 않으려 했던 내가 있었지만, 꽁꽁 묶여 있던 나를 이제는 글을 통해 자유롭게 풀어주고 싶었던 나도 존재했다.
작년에도 당시의 경험에 관해 쓰고 공유를 해보기는 했지만, 올해 그 글을 더욱 다듬었다. 그리고는 네이버 대표 취업 카페로 상징되는 그곳에 조심스레 그 글을 올려보았다. 물론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사람들의 반응은 놀랍도록 뜨거웠다.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얘도 더럽게 찌질했구나.'와 같은 안도감과 위로가 주는 감정이었을 것이다. 딱 한번 악플이 달려 심장이 쿵쿵 뛰기는 했지만, (바로 그 악플러를 신고했고, 댓글은 삭제 조치됨과 동시에 그는 카페에서 영구 추방이 되었다.)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들의 지지와 응원의 힘은 내게 새해 선물과도 같았다.
그래서 나는 오늘 이동영 선생님의 그 글을 보고 울컥하며 공감을 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내가 글을 안아주었지만, 나중에는 글이 나를 안아준다니⋯.
실제로 그랬다. 나는 그 글을 쓰고 나서 글에 썼던 말들이 내 주위를 둥둥 떠다니며 나를 보호해주는 느낌을 실제로 받았으니까.
앞으로도 나를 안아주고, 타인을 안아줄 수 있는 글을 많이 써보고 싶다. '발행 버튼'을 누름과 동시에 나를 떠나가, 더 이상 내 것이 아니게 될 자식 같은 글들을 세상에 많이 내보내고 싶다.
그들이 이 세상을 구석구석 탐험해볼 수 있는 값진 기회를 주고 싶다. 많은 주체를 생산하여 선한 영향력을 뻗쳐나가고, 또 다른 기회들을 만들어내는 씨앗을 끊임없이 흩뿌릴 수 있기를 바란다.
2017년에 쓰인 이동영 선생님의 글이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어도, 2020년 오늘의 나에게까지 두둥실 흘러왔듯이. 오늘 내 눈에서 눈물을 흐르게 한 뒤 이 글을 쓰는 선한 원동력이 되어주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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