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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예은, '심장병 앓던 아이'에서 '희망의 아이콘'으로

'겨울'을 견디는 우리에게 '봄'은 온다고 노래하는 그녀를 위한 오마주

# 국악을 좋아하는 나의 걸 크러쉬, 안예은



슬픔이 녹아내릴 때 
손을 맞잡고 봄이 온다면 
다 같이 만세를 불러 
숲이 잠에서 깰 때 
시린 잿빛 세상이 
색동옷을 입을 때 
만세를 불러
(...)
봄이 온다면


https://www.youtube.com/watch?v=tqPh91uDc1E


방금 전 삼일절 기념 '열린 음악회'를 시청했다. 송소희와 안예은이 나왔다. 



전통적인 색채와 한국적인 음악을 워낙 좋아해 수능이 끝나자마자 해금을 배운 나다. 그러한 나의 취향과 찰떡궁합인 두 뮤지션의 음악은 나의 주크박스에 소중히 담겨 있다. 



두 캐릭터가 음악을 함께 하면 참 잘 어울리겠다고 생각했었다. 그 생각을 한 것은 나만은 아니었는지 얼마 전 '불후의 명곡'에 이어 '열린 음악회'에서도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을 이루었다. 송소희가 안예은의 '홍연'을 부른 것뿐 아니라 송소희를 위해 안예은이 작곡을 한, '달무리'도 불렀다. 



안예은이라는 뮤지션의 존재는 드라마 '역적'의 주제곡, '봄이 온다면'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드라마를 한 번도 본 적 없었는데 우연히 들은 그녀의 음색에 나는 깊이 빠져들었다. 



'와, 이런 목소리도 있다니...'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그녀만의 색깔 있는 분위기에 나는 바로 매혹되었다. 노래 덕에 드라마까지 시청하게 되었다.



그녀의 노래는 뭐 하나 빠지는 것이 없었다. 내가 좋아하는 국악 풍에 밝고 경쾌한 멜로디와 가사, 개성 강한 목소리 모두 마음에 들었다. 노래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분명했다. 흔하고 뻔한 이야기가 결코 아니었다. 



역적이 방영할 당시는 내가 한창 스윙댄스에 빠져있을 때였다. 

같이 춤을 추는 사람들과 노래방에 가면 나는 '다 같이 만세!!' 부분을 특히 힘주며 봄이 온다면을 불렀다. 


# '심장병을 앓던 나약한 아이'에서 '희망의 아이콘'으로



안예은은 'K팝스타 시즌5'를 통해 그녀의 존재감을 세상에 처음 알렸다. 그때 안예은은 어린 시절 심장병을 앓았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고등학교 3학년이었을 때 그녀처럼 심장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모임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건강한 그녀의 모습을 보고 심장병을 가진 아이들을 가진 어머니들은 희망을 가지게 되셨단다. 

'우리 아이도 저렇게 건강을 되찾을 수 있겠구나.' 하면서 말이다. 



그래서 그녀는 '나 같은 존재도 누군가에게 희망을 전해줄 수 있는 사람이구나.'하고 깨닫게 되었다. 진부하게 들릴 수 있지만, 희망을 전하고자 '봄이 온다면'이라는 노래를 만들었다고 하면서 말이다.



봄이 온다면은 드라마 역적에서 아모개를 대변하는 노래이다. 양반들의 폭압에 억눌려 처참한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아모개(김상중) 가족의 마음이 담겨 있다. 백정으로 태어나 온갖 천대와 멸시에도 결국 거상으로 발돋움하는 아모개와 그의 아들, 홍길동의 빛나는 미래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아모개가 그동안 쌓아온 울분에 쉽게 이입된다. 뿐만 아니라, 이제껏 나를 옭아맸던 수많은 밧줄에서 해방되는 듯한 통쾌한 감정을 느낀다.



몇 년 전, 안예은은 음악만으로는 먹고살기가 어려워 카페, 호프집, 백화점, 도넛 판매대 등 아르바이트를 병행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야기가 다르다. 이제 그녀는 그러한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아도 '음악만으로도 충분히 먹고살 수 있는 위치'에 올랐다.



'심장병을 앓던 나약한 아이'에서 자신만의 뚜렷한 목소리를 내는 '희망의 아이콘'이 된 것이다.


# 겨울이 모두 지나가고 이 오면 다 같이 만세를 부르자.



그러한 이야기가 있기에 안예은의 음악이 더욱 묵직하게 다가온다. 봄이 온다면뿐 아니라 그녀가 직접 작사한 다른 곡들도 범상치 않다. 안예은은 어릴 때 3개의 큰 책장을 꽉 채울 정도로 책이 많았고, 읽는 행위를 즐겼다고 한다. 철학책도 많이 보고, 심지어 사르트르의 '구토'도 여러 번 읽었다고 하니 그녀만의 특색 있는 가사에는 역시 이유가 있었다.



이번에 새로 나온 안예은의 앨범의 타이틀은 ‘KAKOTOPIA’(카코 토피아)이다. 유토피아의 반대말인 디스토피아의 유의어이다. 곡을 통해 희망을 찾기 어려운 세계에서도 이를 악물며 가로막고 있는 벽이 있다면 모두 부수자는 메시지를 전한다. 



'앞만 보고 달려. 낭떠러지라도 난 날아올라.'라는 대목의 가사에서 그러한 결연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그녀만의 확고한 소신과 음악 세계가 느껴진다. 지금 지독히도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도 크다.



한 명의 팬으로서, 겨울을 이겨내고 봄을 맞은 안예은은 위한 응원의 박수를 가득 보낸다. 이제는 희망의 아이콘이 된 그녀의 노래처럼 나의 글 역시 희망을 꾸준히 노래하고 빛을 밝힐 수 있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우리 모두 만세를 부르자.

시린 잿빛 세상이 색동옷을 입을 때. 

다 같이 만세를 부르자.

겨울이 모두 지나가고 봄이 오면.






봄이 온다면

-안예은


우리에게 봄이 온다면

먹구름이 걷히고

해가 드리우면

그날이 온다면

나는 너에게 예쁜 빛을

선물할 거야

우리에게 봄이 온다면

따스한 하늘이

우리를 감싸면

그날이 온다면

나는 너의

무릎에 누워

꿈을 꿀 거야

어둠에 취한 사람들이

(하나 둘 정신을 잃어도)

새벽 내내 흘린 눈물이

(모두 모여 바다 되어도)

다 같이 만세를 불러

나비가 날아들 때

꽃망울이 수줍게

문을 열어줄 때

만세를 불러

슬픔이 녹아내릴 때

손을 맞잡고

봄이 온다면

다 같이 만세를 불러

숲이 잠에서 깰 때

시린 잿빛 세상이

색동옷을 입을 때

만세를 불러

얼음 위에 금이 갈 때

손을 맞잡고

손을 맞잡고

다 같이 만세를 불러

맨발로 춤을 출 때

푸른 잔디 향기가

코끝을 간질일 때

만세를 불러

겨울이 모두 지나가면

봄이 온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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