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숫가에서 '구름 위에 둥둥 뜬 기분'을 전하는 산울림의 노래
영국에 비틀즈가 있다면 한국에는 산울림이 있다.
산울림을 그렇게 잘 표현하는 문장이 또 있을까. 유튜브에서 본 댓글이었고, 그것은 가장 많은 '좋아요' 수를 받았다.
밴드 멤버인 김창완은 드라마에서 늘 마음씨 좋은 옆집 아저씨 같은 인상을 주는 배우였다. 그래서 어렸을 때 그분이 가수로 활동하셨다는 사실을 처음 알고 꽤 놀랐다. 우리나라 음악계에 굉장한 획을 그으셨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더 그랬다. 몇몇 음악을 들으면서 좋다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나는 김광석과 해바라기에 더욱 이끌렸다.
그러다가 며칠 전 나를 홀딱 반하게 한 음악을 만났다. 바로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JJcsnp285Tk
CBS FM '신지혜의 영화음악'을 듣고 있는데 음악이 흘러나오는 순간, 나의 호흡과 행동은 멈췄다. 길지 않은 가사가 반복이 되는데 정말 매력적이었다. 컴퓨터를 하든, 설거지를 하든 요즘 나와 함께 하고 있다.
작년 말부터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상황이 좋아지는 대로 다시 기타를 배우러 다니고 싶다. 김광석, 해바라기,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네팔 뮤지션들의 노래를 연습할 생각이었는데 산울림도 추가할 계획이다.
산울림이라는 밴드 명도 마음에 든다. 산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 얼마나 멋진가. 세계 음악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명성이 있다고 한다. 한국인뿐 아니라 덕질하는 외국인에게도 알려져 있다니 가히 비틀즈에 비유될만하다!
노래에 귀 기울이고 있으면 묘사하는 여성에게 묘한 호기심이 간다. 내가 여성인데도 왠지 이성적 호감이 들게 한다. 아련한 감정을 느끼게 하면서 사람을 끌어당긴다. 그리 특별할 것 없는 가사인데도 말이다.
예전에 어떤 사람과 호숫가에 같이 앉아 두 발을 물에 담그고 대화를 나누었던 것도 기억이 났다. 당시도 여름날이었고, '꼭 그렇진 않았지만 구름 위에 뜬 기분'을 느꼈다. 다시는 되돌아가고 싶지 않은 과거이지만, 노래는 그렇게 기억을 재생한다.
'나무처럼 싱그런 날', 만약 그 호수에 다시 간다면 그냥 나 혼자 발 담그고 싶다. 그리고 산울림의 노래로 나의 가슴을 울리겠다. 창완 아저씨의 목소리와 음악만으로도 구름 위에 둥둥 뜬 기분을 얼마든지 느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영국에 비틀즈가 있다면 한국에는 산울림이 있으므로!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
(It Might Have Been Late Summer)
꼭 그렇진 않았지만
구름 위에 뜬 기분이었어
나무 사이 그녀 눈동자
신비한 빛을 발하고 있네
잎새 끝에 매달린 햇살
간지런 바람에 흩어져
뽀얀 우윳빛 숲 속은
꿈꾸는 듯 아련했어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
우리들은 호숫가에 앉았지
나무처럼 싱그런 그날은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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