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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기부는 '아늑한 자기만족'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숭고하다고 믿어온 나의 기부 행위를 돌아보며 

# 기부, 아늑한 자기만족을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인가


며칠 전 마스크 구매를 하는 데 쓰일 돈을 기부했다. 모두가 마스크 부족 현상으로 고통을 겪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마스크를 구하기가 더욱 난처한 분들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이제껏 소중히 모아 온 네이버 페이 포인트(나의 체크카드 결제 비용 중 1%는 포인트로 쌓인다.)와 매일 글을 쓰며 알뜰살뜰 쌓아온 콩을 탈탈 털어 기부했다. 스스로 꽤 흡족했다. 


머니머니 해도 나의 소중한 머니를 타인에게...♥


나는 아직 젊지만, 할머니 소리를 들으며 알뜰폰 요금으로 한 달에 7,000원을 사용하는 사람이다. 물론 누구나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지만, 내게도 기부 행위는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그래도 여러 NGO를 통하여 정기 기부를 해왔다. 여행을 가서도 고아원이나 학교에 종종 기부를 하곤 한다. 헌혈도 하고자 시도를 몇 번 했지만, 그때마다 자격 조건에 막혀 할 수가 없었다. 故 김수환 추기경 님이 세우신 한마음운동본부에는 장기 기증 서약을 하기도 했다.



최근 연예인을 비롯해 사회에서 굵직한 역할을 맡고 있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부를 한다. 비록 나는 손예진처럼 1억을 턱 내놓을 수 있는 경제적 여건은 못 된다. 내 선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지 고민을 해보았다. 단체를 위한 기부도 좋지만, 직접 기부하는 방법에 이끌렸다. 그러다가 이러한 기사를 마주했다.


https://news.joins.com/article/23719909


나는 이제까지 여러 형태의 기부를 해왔고, 이러한 기사도 찾아 읽으며 또 직접 기부를 할 나에 대해 흐뭇한 감정을 느꼈다. 그러던 와중에 약 1년 전, 묵호 여행을 할 때 읽은 한 책이 떠올랐다. 



정여울 작가의 <공부할 권리>였다. 그 책에서는 아래와 같은 대목이 나온다.


<타인의 고통>에서 '손택'은 매스미디어가 전시하는 천편일률적인 고통의 이미지에 길들어 버린 현대인의 무딘 감수성을 공격합니다. 현대인들은 '전쟁'하면 블록버스터 영화의 전투 신을 떠올리고, 기아 하면 에티오피아의 배고픈 아이들을 떠올립니다.


자기의 고통은 육체로 직접 느끼면서 타인의 고통은 미디어를 통해 간접적으로 느끼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지요.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마음으로 느끼는 공감의 기술을 잃어버린 현대인은 영화를 볼 때는 눈물을 아끼지 않으면서 정작 살아 있는 옆 사람의 고통에는 무감각해져 갑니다.


'손택'은 우리가 멈춰야 할 것은 타인에 대한 연민(Sympathy)이며 되찾아야 할 것은 타인을 향한 공감(Empathy) 임을 일깨우지요. 연민은 아픈 사람이나 배고픈 사람의 고통을 안방의 텔레비전으로 시청하며 ARS로 3000원을 기부하는 아늑한 자기만족으로 끝납니다.


그러나 공감은 당신이 지금 고통받고 있는 그 자리로 달려갈 수 있는 용기의 시작이며, 타인의 고통을 걱정의 대상이 아니라 내 삶을 바꾸는 적극적인 힘으로 단련시키는 삶의 기술입니다.


연민이 내 삶을 파괴하지 않을 정도로만 남을 걱정하는 기술이라면, 공감은 내 삶을 던져 타인의 고통과 함께하는 삶의 태도입니다.


책을 읽으며 적이 부끄러웠다. 나는 적어도 처절하게 힘든 상황에 놓여있지 않다는 안도감을 그저 느낀 것은 아니었을지...



'타인의 고통은 미디어를 통해 간접적으로 느끼는 시대'에 나는 '내 삶을 파괴하지 않을 정도로만 남을 걱정하는 기술'만 또 연마한 것은 아니었을지... 



글을 읽고 또 읽었다.



Stand By Me. 내 곁에 있어주오.



어제 KBS1FM '전기현의 세상의 모든 음악'에서는 'Playing For Change Band'의 'Stand By Me'가 흘러나왔다. 그들의 음악을 유튜브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라디오에서 다시 마주하니 무척 반가웠다. 라이온 킹에 나온 Stand By Me를 원래도 좋아했는데 그들의 곡도 참 마음에 든다. 


https://www.youtube.com/watch?v=Us-TVg40ExM


Playing For Change Band(PFC)는 이름 그대로 세계의 변화를 위해 노래하는 밴드이다. 아래는 유튜브의 PFC 채널에서 스스로 소개를 하는 내용이다.


PFC is a movement created to inspire and connect the world through music.  The idea for this project came from a common belief that music has the power to break down boundaries and overcome distances between people. 
(...)
No matter who you are or where you come from, we are all united through music.


PFC는 음악을 통해 세계를 고무하고 연결시키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 프로젝트를 위한 아이디어는 음악이 경계를 허물고 사람들 사이의 거리를 극복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공통의 믿음에서 나왔다.



밴드는 전 세계를 순회하며 사랑과 희망의 메시지를 사람들에게 전달한다. 전 세계 어린이들을 위한 음악과 미술 학교를 건설하는 데 힘쓰기도 한다.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지구의 미래를 위한 희망과 영감을 위하여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우리가 누구이고 어디에서 왔든 상관없이, 우리는 음악을 통해 하나로 뭉친다."는 말에 특히 시선이 오래 머물게 된다.



영상에서는 러시아, 미국 뉴올리언스, 베네수엘라, 콩고, 남아공, 스페인 등 세계 각지에서 Stand by me를 부르는 사람들을 교차해 보여준다. 각기 다른 국가와 문화 배경에서 자란 사람들이 어우러져 부르는 노래의 감동은 상당하다. 그들의 음악에는 그들이 목표하는 대로 경계를 뚫고 나아가는 무한한 힘이 있다. 



그들의 존재가 깊이 각인되는 이유는 음악만 부르는 것이 아니라 현장을 직접 찾아가서 실행하는 의지를 보인다는 것에 있다.



# '타인에 대한 연민'을 멈추고, '타인을 향한 공감'



'우리가 멈춰야 할 것은 타인에 대한 연민(sympathy)이며 되찾아야 할 것은 타인을 향한 공감(Empathy)'이라는 '손택'의 말에서 나는 고개를 숙였다. 반성했다.



물론 기부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할 수 있는 가장 멋진 행동 중 하나임이 분명하다. 나는 기부를 많이 하시는 분들, 특히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도 기부하시는 분들을 존경한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따로 있다. 기부 이후, '난 그래도 나쁘지 않은 사람이야.'라는 생각과 무언가에 기여했다는 자기만족 말이다. 그것을 뛰어넘을 수 있는 길을 지향해야 한다고 믿는다. 



우리 모두는 의지할 누군가가 필요하고, 누군가에게 의지할 사람이 되어주어야 한다.

세계 각국에서 퍼진 노래가 우리가 또다시 빼앗긴 들에도 봄이 올 수 있도록 힘을 더해주길 바란다.



부디 이 노래가 우리나라에도 넓게 울려 퍼질 수 있기를.


두려워하지 않도록 서로의 곁을 지킬 수 있도록 해 수 있기를.


'고통을 미디어를 통해 느끼기'보다 고통받고 있는 그 자리로 '달려갈 수 있는 용기'를 내어볼 수 있기를.


기부에서 만족하는 '알량한 마음'보다 더욱 '넓게 품을 수 있는 마음'을 가질 수 있게 해 주기를.




Stand By Me

-Playing For Change


이 노래가 뜻하는 바는 당신이 누구이든, 삶의 어떤 지점을 지나고 있든

언젠가는 당신 역시, 곁에 있어줄 누군가를 필요로 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오, 내 사랑.

내 곁에 있어주오.


당신이 누구이든, 삶의 어떤 지점을 지나고 있든

필요로 하게 될 거예요.

곁을 지켜 줄 누군가를.


당신이 얼마나 많은 재산을 가졌다 해도

혹은 수많은 친구를 가졌다 해도

필요로 하게 될 거예요. 곁을 지켜줄 누군가를.


땅거미가 내려 대지가 어둠에 잠기고

오직 달빛밖에 보이지 않는 어둠이라 할지라도

나는 두렵지 않을 테지. 눈물을 흘리지도 않을 테지.

내 곁을 지켜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말이야.


그대, 그대여. 부디 함께 있어주오.

오, 곁에 있어주길.

함께 있어 주오.


저 높이 보이는 하늘이 주저앉고

무너져버릴지다도

산들이 허물어져 바다에 잠길지라도

나는 놀라 울지 않을 거예요

단 한 방울의 눈물도 흘리지 않을 거예요


그대가 내 곁을 지켜주고 있다면

그러니 그대, 그대여. 내 곁에 있어주오.


그대 내 곁에. 부디 나와 함께 있어주오.(반복)


땅거미가 내려 대지가 어둠에 잠기고

오직 달빛밖에 보이지 않는 어둠이라 할지라도

나는 두렵지 않을 테지. 눈물을 흘리지도 않을 테지.


나는 두렵지 않아.

나는 두렵지 않아.

그대가 내 곁에 있어만 준다면.

                                      

[원문]


This song says, no matter who you are,
No matter where you go in your life
At some point you're going to need
Somebody to stand by you.

(...)

No I won't be afraid, no I-I-I won't be afraid
Just as long as the people come and stand by me.

(...)

I won't cry, I won't cry, no I won't she'd a tear
Just as long as you stand, stand by me

(...)
Not as long, not as long as you stand by me.


Just as long as you stand, stand b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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