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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의 전환점, 태국 교환학생 생활

태국 교환학생 경험이 30대 직장인에게 미치는 영향 탐구 

2012년 2월, 고등학생 시절부터 오매불망 기다려온 대학 교환학생 생활을 시작하기 위해 태국 방콕으로 출국을 했다. 그리고 이 글을 2020년 1월에 쓰고 있으니 약 8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태국에서 같이 공부하던 미얀마 친구가 "It shaped your life."라고 말한 것처럼, 태국에서의 교환학생 생활은 나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전통 공연을 준비하는 아이들 (태국 남부 핫야이 근처에서의 워크캠프 봉사)
게임을 통한 영어 교육 활동 중에 (태국 남부 핫야이 근처에서의 워크캠프 봉사)

보통은 패권(hegemony)이 있는 국가의 언어, 이를테면 영어, 중국어 등을 택해 외국어 학습을 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태국어를 처음 배우며 우리가 주류(mainstream)만을 좇느라 놓치는 가치들이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다양한 문화에 대한 배움과 존중의 중요성을 많이 깨달았다.


또한, 태국어는 내가 영어 이외의 외국어 중 가장 깊게 배워본 언어였는데, 이제껏 조금씩이라도 경험해본 외국어와는 다른 태국어만의 고유한 체계와 특성에 강하게 매료되었다.

매력적인 태국어 문자의 세계

대학 입시로 피 말리던 고등학생 시절, 교과서나 문제집의 구석구석에 <대학생이 되면 꼭 할 것들>을 수시로 죽 적어 내려가는 것은 내겐 크나큰 해방구였다. 백 가지가 넘어가던 리스트 중 늘 상위에 있던 것에는 '교환학생'과 '해외 호텔(리조트) 인턴'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들을 태국에서 모두 경험해 보았고, 모든 것은 현재까지 풍요로운 기억으로 깊게 남아 있다.

Mahidol University International College (마히돈 국제대학) 교실에서 태국 전통 악기를 연주하는 친구들

태국 친구들과 그곳에서 만난 외국인 친구들과는 여전히 연락을 하고 있다. 태국 친구들은 태국을 찾아갈 때마다 만나고 있으며 그들의 졸업식 때 가서 축하를 해주기도 했다. 또한, 그들이 한국에 오면 인사동에 가서 한식과 차, 그리고 호떡을 먹기도 하면서 수다를 떨곤 한다. 'Mahidol University International Night' 행사에서 만난 미얀마 친구와는 양곤을 갈 때마다 만나고 있으며 유럽에 있는 친구와는 곧 다시 만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페이스북에서 연락을 주고받는다.


한 번은 이싼 지방의 우본 라차타니(Ubon Ratchathani)를 가기 위해 방콕 훨람퐁 역에서 야간 기차를 탔는데, 맞은편 자리에 앉으신 분과 인연이 되었다. 그리고 어쩌다 보니 그분을 픽업 나오신 친구분 댁에서 며칠간 머무르는 세렌디피티(Serendipity : 생각지 못한 행운과 만남)를 누리기도 했다.

기차에서 우연히 만난 인연으로, 더없이 따뜻한 시간을 선물해준 사람들

이후 직장인이 되어서도, 휴가를 맞으면 선물을 싸들고 그곳에 계신 가족분들을 뵈러 가곤 한다. 2017년 말에는 우본 라차타니의 어느 고즈넉한 사원에서 불경을 외며 평화로운 분위기 안에서 2018년 새해를 함께 맞았다. 


2012년에 유아였던 '카오수아이'(사진에서 검은색 옷은 입은 여자 아이)는 작년에 방문하니 어느새 교복을 입은 중학생이 되어 있었다. 그렇게 훌쩍 성장한 그녀를 바라보며 나는 내 안 깊은 구석구석에 간직하고 있던 태국 책장들을 다시 차르륵 넘겨보았다. 그리고 지난 8년 동안 이어온 태국과의 인연의 의미를 곱씹었다.

학교 기숙사 근처에 있던 유서 깊은 푸타몬톤 공원에서의 비스카 부차(불교 행사)

동남아시아의 매력에 푹 빠져버리게 된 것은 고등학교 2학년 시절, 말레이시아 사바 주(州)에서 열린 청소년 국제 교류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후부터였다. 그래서 원래도 동남아시아를 좋아했지만, 태국에서 교환학생과 인턴으로서 지낸 1년간의 경험 덕에 더더욱 좋아져 버렸다.


태국에서 생활할 때 태국 이곳저곳뿐 아니라 라오스, 말레이시아, 미얀마를 여행했는데, 언젠가는 보다 긴 호흡으로 동남아시아를 탐방하고 싶다고 줄곧 생각해왔다. 그러다가 결국 2014년 10월 말에 동남아시아로 약 1년간 장기 배낭여행 길에 오르게 되었다. 태국에서의 생활을 마친 뒤, 약 2년 후에 마침내 하게 된 것이었다.

태국 우본 라차타니를 거쳐 라오스 남부의 땃로(Tad Lo)로 가는 길에

여러 의미에서 나의 인생관을 '형성(shape)' 하게 해 준 태국.

태국에서 누리던 여유가 생각나는 밤이다.


สบาย สบาย(사바이 사바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태국어 단어⋯.


여유롭게, 천천히.

서두를 필요 없이.


Why so serious?
Life is just a JOKE.

아름다운 그들의 와이(합장 인사). 늘 와이로 인사를 건네곤 했다. 사왓디 카(สวัสดีค่ะ).





* 영어실력과 내면 성장을 얻어갈 수 있는 알짜배기 모임 :)

<하루 15분 영어 필사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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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미국이 아닌 태국'을 고집해 교환학생을 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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