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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미국이 아닌 태국'을 고집해 교환학생을 간 이유

나만의 색깔, 나만의 향기를 찾아서

너무 많이 안다는 것은 아무것도 모르는 것과 같은 이야기다. 그 독약을 섣불리 마셔선 안된다. 지도와 정보를 내려놓자. 우리의 취향과 우리의 시선과 우리의 속도를 갖자.

- 모든 요일의 여행(김민철) -


얼마 전 <경험 수집 잡화점>의 '하루 15분 필사하기 프로그램'에 소개된 글이었다. 

나의 여행 경험에 비추어 이 글을 매우 공감하면서 읽고 받아 적었다.



구글맵이 인도해주는 대로만 따라가면 웬만해선 길을 잘못 들어설 일이 없다. 그러나 놓칠 수 있는 기회 역시 많다고 생각한다. 골목골목에 숨겨진 장면과 이야기가 무척이나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여행길에 있을 때면 일부러 자주 길을 잃는다. 내 발바닥에 마음을 맡긴 채로 마구 돌아다니곤 한다.



콘텐츠로 배부르다 못해 체할 수 있는 시대이다. 때문에 여행을 가기 전, 책, 영상, 블로그 등 널려 있는 매체들을 통하여 미리 계획을 세우기가 용이하다. 여행 중에도 얼마든지 스마트폰을 사용하여 필요한 정보를 간편하게 쏙쏙 빼낼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여기에 엄청난 맹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태국에는 '팁싸마이'라는 팟타이 레스토랑이 굉장히 유명하지만, 사실 그곳 말고도 괜찮은 팟타이 집은 많이 있다. 원래 진짜 원석은 숨겨져 있는 법이니까.



내가 타이완(대만)의 제주도라고 불리는 펑후 섬에 갔을 때였다. 운 좋게도, 내가 펑후에 간 날이 불꽃 축제로 유명한 그 섬에서 마침 불꽃 축제가 시작되는 날과 맞물렸다. 내가 숙박했던 호스텔 호스트가 워낙 마음씨가 좋아서 불꽃 축제가 진행되는 장소로 나를 데리고 가주는 호의를 베풀어 주었다.



축제는 막상 즐거워도 축제가 끝남과 동시에 스트레스 지수는 올라가기 시작한다. 같은 시간대에 사람들이 축제장을 한꺼번에 빠져나가 붐비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호스트는 눈에 별로 띄지 않는 길로도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덕분에 우리는 축제장을 유유히 빠져나왔다. 내가 그에게 좋은 것들은 모두 숨겨져(hidden) 있기 마련이라고 하자 그 역시 동의했다.



그는 그 길이 있다는 것을 그냥 알았을까. 



펑후에 잠시 머물다가는 방문객들은 모르지만, 그가 그 작은 길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펑후에서 10년 가까이 지낸 세월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값진 것은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시간과 품이 필요한 일이다.



태국에서 오래 거주한 분은 더 잘 아실 수도 있겠지만, 교환학생과 인턴으로서 1년간 태국에서 생활한 나에게 팟타이 맛집은 따로 있었다. 



바로 내가 공부한 마히돈 국제대학(Mahidol University International College)의 캔틴(학생 식당)이다. 

그리고 난 다양한 곳에서 팟타이를 먹어 보았다. 



명백히 말하건대, 태국의 팟타이는 절대 팁싸마이로 대변될 수 없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태국 음식 중 하나, 팟타이.

이처럼 여행이든, 내가 살아가는 생이든 나는 메인 도로와 유명 식당을 선택하는 안전함보다는 샛길과 나의 직감이 자아내는 특별함을 택하겠다. 정보가 부족하여 불안감이 들 수도 있겠지만 주류에 휩쓸려 나만의 주관과 취향을 잃고 싶지 않다.



그것이 교환학생 하면 그렇게들 가고 싶어 하는 미국, 캐나다와 같은 영어권 국가를 내가 일부러 선택하지 않은 이유였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보통 음식, 쇼핑, 마사지를 탁월한 가성비에 즐기기에 최적화된 나라로 알려진 태국에 일부러 학생으로서 공부를 하러 간 이유였다. 



그곳에서 나는 나무칼을 휘두르며 태국 전통 무술을 수련했고, 태국어 문자를 읽고 쓰는 법을 익혔다.



이전보다는 다양성이 더욱 존중되기는 하지만, 여전히 외국어 하면 영어, 중국어, 일본어만 배우는 우리의 선택지에서 벗어난 보기를 택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기 때문이다.

저 그림이 '문자'로 다가와 인사를 건네는 순간이 있다. 그것은 어마어마한 감동을 준다.

그리고 그 선택지를 벗어난 보기를 택한 결과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망하지 않았다. 



나의 첫 직장은 서울의 어느 특 1급 호텔이었다. 

어느 날, 총 지배인 님께서 컨시어지 데스크에 앉아있던 나에게 다가오셨다. 

태국에서 VIP 분이 오시는데 함께 환대(Greeting)를 해줄 수 있겠냐고 직접 부탁을 하시는 것이었다. 

총 지배인님은 평소에도 나를 "미스 타이(Miss Thai)"라고 부르시곤 했다. 


그렇게 태국은 나의 고유한 '정체성'이 되었고,
'개성'이자
'무기'가 되어 주었다. 


만약, 내가 태국을 택하지 않았더라면? 

영어권 국가로 교환학생을 가는 일반적인 선택을 했더라면?



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그저 영어가 가능한 호텔 직원 261번쯤 되었을까.


앞으로도 나는 일반적으로 선택하는 보기들을 골프채로 힘껏 쳐내듯, 날려버릴 것이다. 그렇게 골프채를 마구 휘두르듯 내 마음대로 무모하게 살아내다 보면 언젠가는 버디(Birdie)를 잡을지도 모를 일이다.



사람은 하늘에서 바늘을 떨어뜨렸을 때 콩 하나에 박히는 확률로 태어난다고 하는데 타인이, 사회가 살아가라는 대로 살아갈 마음이 결코 없다.



방콕 도심에 위치하여 접근성은 좋지만 줄을 서야 하며 사람들로 득실거리는 팁싸마이 식당보다, 

방콕에서 벗어난 교외인 나콘파톰에 위치하여 접근성은 떨어져도 맛이 좋고 한산하며 저렴한(단, 30밧! 원화로 대략 1000원.) 마히돈 국제대학의 학생 식당으로 나는 발길을 하겠다.

[나콘파톰: 우리나라로 치면 경기도 용인쯤 되는 곳]



대다수가 좋다고 하는 길을 별생각 없이 따르기보다, 

설령 따가운 눈총을 받을지라도 

오로지 '나만의 색깔'로 채색하고, 

'나만의 향기'를 풍기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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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5분 영어 필사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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