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큐레이터 달래 Feb 16. 2020

사피엔스의 유발 하라리가 매일 두 시간씩 하는 것은?

천국 같던 미얀마 마하시 명상센터에서의 3주 수행기

# <사피엔스>의 유발 하라리가 매일 두 시간씩 하는 것은?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가 매일 두 시간씩 공들여하는 것이 있다. 



바로 불교 전통에 입각한 '위빠사나 명상'(불교의 명상법 중 하나로, 편견과 욕구를 개입시키지 않고 모든 현상을 알아차려야 한다.)이 그것이다. 



그는 명상을 통해 얻은 집중과 내적 균형이 없었더라면 <호모 데우스>와 같은 책은 쓰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다. 



http://ch.yes24.com/Article/View/30649


이는 '나는 누구인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와 같은 중요한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명상이 든든한 도우미 역할을 해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잉 정보와 소음에 휩쓸리기 쉬운 시대에 핸드폰, 컴퓨터 등 모든 전자기기를 끄고 '신경 끄기의 기술'을 연마하는 것이다.


# 태국 방콕에서 어느 한국인 스님과의 우연한 만남



나는 불교 신자는 아니다.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불교문화와 수행에 관심을 많이 가져왔다. 그래서 미얀마에 처음 가기 전, 마하시 명상센터(Mahasi Sasana Yeiktha Meditation Centre)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부터 호기심이 갔다. 2012년 5월에 미얀마를 처음으로 여행했는데, 여행 전 태국 방콕에 있는 미얀마 대사관에서 비자를 받았다.



비자를 받고자 줄을 서 있는데 우리나라 스님이 계신 것을 보았다. 그때는 '오! 우리나라 스님이 계시네.' 하면서 그저 속으로만 반가운 느낌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태국 방콕에서 미얀마 양곤행을 타기 위해 에어아시아 셔틀버스를 탈 때였다. 



'엇! 또 그 스님이시네!' 



다시 그 같은 스님을 또 뵐 수 있었다. 그것이 무척 신기했고 이번에는 용기를 내어 인사를 드렸다. 

스님은 마하시에 수행을 하러 가시는 길이라고 하셨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마하시에 대한 관심이 더욱 증폭되었고, 언젠가는 꼭 가보리라고 마음을 먹게 되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약 3년 후인 2015년 9월에 나는 마하시에 처음 가게 되었다.



# '평가'하지 않는다. 그저 모든 것을 '관찰'할 뿐이다.



그곳에서 위빠사나 명상(vipassana meditation)의 기본이 되는 사띠(sati)를 배우게 되었다. 사띠란, '모든 것을 알아차려야 한다'는 개념이다. 좌선을 할 때는 배가 들어가고 나오는 움직임을 알아차려야 해서 '일어남', '사라짐'을, 행선을 할 때는 발의 움직임을 알아차려야 해서 '듦', '놓음'을 관찰해야 했다.



뿐만 아니라, 식사를 할 때도 '숟가락을 듦', '음식을 넣음', '씹음'과 같이 알아차리며 식사를 해야 했다. 맛있다고, 맛없다고 평가해서는 안된다. 이렇듯 모든 행위를 관찰해 늘 깨어있어야 한다는 가르침이 신선했다.


새벽부터 밤까지 수행은 이어진다. 하루도 빠짐없이, 쭉.


처음에는 10분 동안 좌선하는 것도 쥐가 나서 너무나 고통스럽고 힘들었지만, 시간을 점점 늘려갔다. 최소 수행 기간인 10일을 채울 수 있을지 우려가 컸지만, 마하시에 있는 동안 지극히 편안한 감정을 느꼈다. 결국 수행 기간을 늘려 3주 동안 지내게 되었다.


#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새벽부터 이어지던 수행



칠흑 같은 어둠이 무엇인지를 생생히 느낄 수 있던 시간에 매일 일어났다. 스님과 수행자들과 함께 공양 행렬에 함께 하고, 새벽부터 밤까지 정진하던 시간을 앞으로도 절대 잊을 수 없을 듯하다.



잔 걱정 많고, 소심한 나는 위빠사나 수행을 하게 되면 '휘둘리지 않는 마음 상태'에 조금은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 기대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나 3주라는 시간은 터무니없이 짧고 경험의 깊이는 얕아, 여전히 나는 자그마한 것에도 중심을 잃고 흔들리곤 한다. 



그렇지만 마하시에서의 시간은 미얀마 인들의 지극한 불심을 보다 가깝게 느낄 수 있게 해 주었다. 또한, 우리의 마음을 지속적으로 돌보고 가꾸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인지를 깨닫게 되는 기회를 갖게 했다.



# 시끌벅적한 파티가 없을지라도, 생일은 충분히 빛날 수 있다.



9월 30일. 수행 기간 중에 생일을 맞기도 했다. 내 생일을 알게 되신 베트남 비구니께서는 '앞으로 살아갈 나날들을 꽃피우기를(blossom) 바란다.'는 글을 적으신 쪽지를 내 수행 방석에 놓아주셨다. 



내게 그것은 참 특별한 의미였다. 어떠한 케이크나 촛불도 없었지만, 지금도 가장 기억에 남는 생일로 추억하고 있다.



또한, 이 오염된 세상에서 그처럼 맑은 기운으로 가득한 공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곳에서 잠시나마 생활했다는 것만으로도 살아가면서 누릴 수 있는 큰 축복 중 하나였다고 느낀다.



# 세계적인 명상 지도자, '우 자띨라 사야도'가 입적하기 직전 받은 가르침



나는 오랫동안 수행을 지속하는 현지 수행자도 쉽게 가질 수 없는 기회를 자주 누렸다. 그저 스치듯 머무는 한국인 수행자가 마하시에서 누릴 수 있는 행운은 일주일에 두 번씩 주어졌다. 바로, 우 자틸라 사야도(U Jathila Sayadaw)와 함께 담마 토크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당시에도 스님께서는 건강이 좋지 않으셔서 싱가포르 내 병원을 오가시며 치료를 받으시곤 했다. 그리고 나는 1년간의 아시아 배낭여행을 마친 이후 한국으로 귀국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결국 사야도께서 입적을 하셨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https://www.beopbo.com/news/articleView.html?idxno=91069


사야도께서 굉장히 이름난 분이시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오히려 한국에 돌아와 사야도께서 어떤 위치에 계신 분이신지 잘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분을 직접 만나 뵙고, 그분께 수행 지도를 입적 직전에 받았다는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나는 2015년 9월 중순부터 10월 초까지 이어진 3주간의 수행을 마친 이후, 한 달간 미얀마를 여행하고 나서 다시 마하시에 찾아갔었다. 한 달 만에 다시 뵌 사야도께 무릎을 꿇고 삼배를 하는데 여행을 무사히 잘 마쳤다는 안도감이었는지 눈물이 계속 흘렀다. 그런 나를 보시던 사야도께서는 당신이 시주받으신 과일을 내게 나누어 주시기도 했다.



그때의 기억이 지금도 무척 생생한데 2016년 1월, 한국에서 본 뉴스 기사를 통해 접한 사야도 입적 소식은 내게도 큰 슬픔이었다.



# 내게는 천국 같던 마하시 명상 센터



그리고 2018년 8월, 3년 만에 마하시 명상 센터를 다시 찾았다. 수행을 하던 당시에는 길게 여행 중이라 그리 많은 액수를 기부하지 못했기에 부채 의식이 있었다. 그래서 다시 방문하겠다는 이전의 약속을 반드시 지키기 위해 갔다.



마하시는 남성과 여성이 수행하는 공간이 나누어져 있는데, 여성 수행자 공간에는 '마 삐용'이라는 분이 계신다. 평생을 사야도를 헌신적으로 모시며 살아오신 분인데, 지금도 매일 같이 스님을 위한 추도를 한다고 하셨다.



그 말을 들으며 내 눈에도 눈물이 맺혔고, 그런 나를 보곤 마 삐용께서는 손으로 내 가슴을 쓸어 주셨다. 나중에 다시 와서 수행을 하라는 말과 함께 말이다. 여러 의미에서 마하시는 천국 같은 곳이었다.


오랫동안 기다려온 날. 환하게 웃어주셔서 마음이 밝아진다.

공덕이 모든 중생들에게 함께 하기를.



그곳에서 수행을 할 때 현지 여성 수행자분들이 빨리 어(Pali language)로 기도를 하실 때면, 방송으로 그 소리가 숙소 복도에 흘러나오곤 했다. 그 기도 소리가 참으로 좋아서 나와 또 다른 한국인 수행자분은 녹음을 하기도 했다.



이 글을 쓰며 마하시 명상센터에서 보낸 시간을 많이 떠올리게 된다. 그래서 오늘 밤 자기 전, 마하시 명상센터에 계시는 수행자분들과 승려 분들, 그리고 미얀마에 계신 모든 분들을 위해, 그곳에서 마주한 청명한 달빛을 떠올리며 내가 녹음했던 기도를 드리고 싶다.


[amh-ya, amh-ya, amh-ya
yuto mu kyo pa kun lo 
Sadhu, Sadhu, Sadhu]

[아마야, 아마야, 아마야 유또
무 쪼 빠 꾼 로
사뚜, 사뚜, 사뚜]


"We share meritorious deeds to all beings and relatives."

이 공덕이 모든 중생들에게 함께 하기를.






* 영어실력과 내면 성장을 모두 얻어갈 수 있는 알짜배기 모임 :)

<하루 15분 영어 필사 모임>

매거진의 이전글 아아, 죽음의 문턱에서 또 한번의 생을 허락 받았다.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
브런치 시작하기

카카오계정으로 간편하게 가입하고
좋은 글과 작가를 만나보세요

카카오계정으로 시작하기
페이스북·트위터로 가입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