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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시간낭비서비스라 믿던 내가 인스타를 시작한 이유

(처음에는) 내 글이 하나라도 덜 묻히도록 하기 위해

얼마 전부터 인스타그램(이하 인스타)을 시작했다. 인스타... 2012년에 처음 알게 된 것으로 기억한다. 태국 교환학생으로 생활할 당시 태국 친구들이 인스타를 통해 페이스북에도 사진을 동시에 올리는 기능을 썼기 때문이다. 



교환학생 생활을 마친 이후에도 나는 인스타에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살아왔다. 내게 SNS는 시간 낭비 서비스였으니까. 물론 SNS가 정보를 널리 알리고 즉각적인 소통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는 사실은 인지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멀리했다. 애써 '난 너희가 필요 없어. 너희랑 가까워지고 싶지 않아.'라고 말해왔다. 사람들의 반응에 일희일비하고 내 감정이 휩쓸리는 게 싫었기 때문이다. 광고를 비롯한 불필요한 정보, 시시콜콜한 개인사까지 알고 싶지 않았다.



교환학생으로 생활하던 2012년에는 페이스북에 사진을 종종 올리며 사람들의 반응을 즐기곤 했다. 그러나 그 이후로는 외국 친구들과 교류하기 위한 메신저 역할로만 써왔다. 심지어 프로필 사진도 올리지 않았다. 오래 전부터 지금까지 내 계정에는 얼굴 없는 그림자만이 있었다. 나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함이었다. 내가 모르는 누군가가 내 얼굴을 알게 되는 것도, 좋아요를 눌렀거나 댓글을 단 내 지인이 공개되는 사실도 싫었다. 그만큼 나는 SNS로부터 나를 철저히 보호해왔다.





내가 알던 한 남자는 자신이 과거에 사귀던 외국인 여자 친구의 최근 소식까지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어떻게 알았겠나? 다 SNS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결혼하고 임신한 사실까지 다 꿰고 있었다. 이미 헤어진 지 4년이나 지났는데도 말이다. 그 사실을 알게 되면서 SNS를 하기가 더 싫어졌다.



그런데 내가 왜 인스타를 하게 되었을까? 

내 태국 친구들은 이미 2012년부터 사용하던 것을 8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생각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크게는 두 가지 계기가 있었다. 작년에 발리 아쉬람에서 수행을 할 때였다. 거기서 독일 출신의 친구를 만났다. 그 친구는 자신도 인스타 시작을 늦게 했는데 인스타의 긍정적인 면에 초점을 두면 좋다고 말했다. 인스타가 아니었다면 알지 못했을 사람들을 알게 된 장점이 있다면서 말이다. 인스타를 통해 부정적인 기운이 생기면 즉시 알아차리고 경계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 계기는 한국에 돌아와 강남 교보문고를 간 날이다. 거기서 <크리에이티브는 단련된다>라는 책을 발견했다. 광고 계에서 잔뼈가 굵은 저자 이채훈 님께서는 인스타를 모든 개인이 훌륭한 큐레이터로서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묘사했다. 트렌드를 읽기에도 용이하다고 말했다. 그런 이야기를 접하며 인스타에 대한 나의 부정적인 시각이 많이 걷히게 되었다. '나도 인스타를 한번 해볼까?' 하고 생각만 하다가 안 하고 있었다.



그러다 브런치를 시작했다. 글을 통해 생산과 교류의 기쁨을 느꼈다. 브런치 활동을 하다 보니 어떻게든 다양한 창구를 활용하여 내 글이 더욱 많이 읽히게 하는 작업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좋은 글이 참 많은데도 묻히는 건 자신의 글에 대한 홍보를 소홀히 했기 때문이라는 내용의 글을 보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아, 그렇구나. 설사 아무리 훌륭한 글을 쓸지라도 나를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으면 자연히 묻히기 쉬운 거구나. 뭐든지 내가 하는 만큼 얻을 수 있다는 진리는 여기에도 다 적용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인스타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씩 생겨났다. 마침 경험 수집 잡화점에 인스타 키우기 모임이 개설되었다. 고민을 하다가 신청했다. 이제 2주 정도 되었다. 왕 초보다.



재미있다. 브런치와는 말도 못 하게 반응이 즉각적이다. 브런치는 글쓰기 좋은 플랫폼인 것은 맞지만, 인스타보다는 반응이 느릴 수밖에 없다. 긴 글 위주이기 때문이다.



인스타는 홈에 여러 사람들의 피드가 좌르륵 전시되니 접근하기 더욱 편하다. 이제까지 인스타는 셀카를 비롯한 과시용 사진을 주로 올리는 줄로만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책스타그램, 글스타그램이라는 해시태그가 있듯이 책이나 글만을 주제로 한 계정도 많았다.





새로운 세계였다. 인스타라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수영을 하면서 내가 그동안 너무 좁은 곳에 갇혀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책을 소개하며 인상 깊었던 구절이나 자신의 의견을 정리하는 멋진 분들이 많았다. 



다만, 인스타에 너무 긴 시간을 쓰지 않도록 점검한다. 계정을 한창 키워야 할 때라 거기에 시간을 더 투자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아침과 저녁, 이렇게 두 타임만 설정해 놓고는 일부러 들어가지 않는다. 과유불급이라 하였다. 뭐든지 적당할 때 좋은 법이다. 누릴 것은 누리되, 나의 일상생활이 파괴되지 않도록 나를 지켜내야 한다.




인스타의 '좋아요'를 한 달 뒤에 받도록 설정이 되면 사람들은 지금처럼 인스타 중독 현상에 빠져들지 않을 것이라는 글을 읽었다. 월급은 한 달이라는 기다림이 있지만 인스타를 비롯한 SNS는 그렇지 않다. 나의 인풋은 단 몇 초 만에 보상을 받는다. 빨리 받을 수 있는 달달한 보상에 빠진 나머지, 너무 오랜 시간을 가상세계에서 보내고 싶지 않다. 내가 발 딛고 서는 위치는 언제나 현실 세계여야 한다. 여기서 바로 설 때 더욱 빛날 수 있다.



결론은 인스타는 잘만 활용한다면 얼마든지 유용하고도 재미있는 도구라는 사실이다. 시간 낭비 서비스가 되지 않도록 나를 늘 주시하며 앞으로도 인스타에서의 생활을 즐기겠다.



인스타 하신다면 맞팔해요! :-)

그곳에서도 활발하게 소통하기를 희망합니다.


https://www.instagram.com/dal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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