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35세에서 만 27세로 지원 조건을 변경한 장학 프로그램 공지를 보며
모든 것은 타이밍이라고 한다. 일도, 사랑도⋯. 일생의 중대사인 결혼 역시 적령기가 되었을 때 마침 옆에 있었던 사람이랑 멋모르고 하는 것이라고들 하니까. 나는 사람들이 통상적으로 이야기하는 결혼 적령기라는 테두리 안에 들어서 있다. 하지만, 내 옆에는 사람이 없으며 그 사실에 대한 별 걱정도 없다.
내가 오히려 아쉬워하는 것은 따로 있다. 그것은 바로 내가 청년기를 지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것은 내가 청년만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점점 줄어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얼마 전 인도네시아 정부에서 2020/2021년 Darmasiswa(다르마시스와) 장학금에 관한 공지를 발표했다. 다르마시스와 장학 프로그램은 내가 대학생이었을 때부터 (일하고 있는 현재도 방송대에서 공부를 하고 있기에 여전히 대학생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눈여겨보던 프로그램이었다.
다르마시스와는 인도네시아 교육 문화부에서 주최하는 프로그램으로써, 인도네시아와 외교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 출신 외국인을 대상으로 인도네시아어를 비롯한 인도네시아 문화와 예술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동남아시아를 워낙 좋아하는 데다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은 나에게 다르마시스와은 내게 여러 의미로 이상적인 프로그램이었다.
그런데 대학생 시절에 해마다 뜨는 공지만 여러 차례 보다가 결국 지원을 해보지는 못했다. 졸업을 한 이후에도 공지를 보면 지원 자격 중 나이에 대한 조건이 만 35세 이하였기에 '언젠가 가볼 수 있겠지.'하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작년 말에 태국에서 교환학생으로 같이 공부했던 인도네시아 친구와 그녀의 친구가 서울로 출장을 왔다. 우리 셋은 새로 생긴 노들 섬에 가서 서점 구경을 하기도 하고, 한강의 야경을 감상하기도 했다. 인사동에 가서 예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한식집에 가서 식사를 하기도 하고, 내가 좋아하는 전통찻집에 가서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배낭여행을 몇 차례 하며 원래도 인도네시아에 대한 긍정적인 인상을 가지고 있었지만, 인도네시아 친구들과 재회하며 인도네시아에 대한 관심이 더욱 증폭했다.
그래서 한동안 잊고 지냈던 다르마시스와 장학 프로그램을 떠올리게 되었다. 매년 1월에 공지가 나는 것 같길래 공지가 뜨기만을 계속 기다리고 있었다. 합격을 한다면 원래도 퇴사를 고려하고 있었기에 2월에 퇴사 후, 몇 달간 여행을 하다가 8월부터 시작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딱이라고 생각했다.
인도네시아어뿐 아니라 전통 악기를 비롯한 인도네시아의 문화예술 속으로 흠뻑 빠져보는 시간을 꼭 가져보고 싶었다.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면 기계치인 데다 공개적으로 얼굴을 드러내는 것을 꺼리는 내가 큰마음먹고 유튜버에 도전해 보는 것도 참 좋은 선택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아아, 그런데 이게 웬 말인가. 줄곧 만 35세 이하라는 나이를 제시하던 지원 조건은 갑자기 만 27세로 바뀌어 있었다.
갑자기 왜????
도대체 왜?????
만 30세로 변경한 것도 아니고, 이전보다 무려 8세나 낮추어 버리다니!
이로써, 나는 관심 가는 것은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다 도전해보아야 한다.'라는 진리를 다시금 절절히 체험했다.
아아, 인도네시아 정부에 청원이라고 하고 싶은 심정이다. "다시 이전처럼 나이 범위를 넓혀주실 수는 없나요?" 하고 말이다. 문은 두드려야 열리는 법이라고, 간절히 바라고 의견을 내다보면 다시 이전처럼 바뀔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슬프게도,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 나는 이것 이외에도, 때를 놓쳤기에 태국 교환학생 이외에도 한 번 더 갈 수 있었던 교환학생 기회를 잃었다. 마음이 많이 이끌린 유럽 지역이나 중국어권인 타이완(대만)에도 교환학생으로 파견되고 싶었는데 말이다.
여성가족부에서 주최하는 국가 간 청소년 교류 프로그램 역시 마찬가지이다. 반드시 한 번은 참여하고 싶었는데 나는 어느새 지원 조건인 만 24세를 지나 있었고, 나이 조건이 비교적 관대했던 통역사 역할에 지원할 수 있는 만 29세 역시 지나가 버리고 말았다.
호기심과 도전 정신이 넘치던 대학생 시절의 나는 호기롭게 이것저것 다 찔러보기는 했으나, 여전히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후회와 아쉬움은 마음속에 두고두고 남아 있다.
비행 티켓을 예매했다면 시간에 맞추어야 보딩을 할 수 있다. 미리 공항에 도착하여 체크인을 한 후, 엑스레이 짐 검사에 출입국 심사까지 마쳐야만 항공기 출발 예정 시간보다 일찍 항공기 안에 몸을 실을 수 있다.
때를 잘 맞추어야 탑승까지 이르는 여러 과정을 차례차례 통과할 수 있듯, 우리가 살아가는 과정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마음 가는 것은 그것이 대단히 사소한 것일지라도 하나하나씩 시도해 보아야겠다고 다시금 결심한다. 나중에 땅을 치며 과거의 나를 멱살 잡고 싶은 마음 따위를 갖고 싶지 않으니까.
그래서 오늘도 점검해본다.
비행기의 문이 닫히기 전, 탑승할 준비를 미리미리 해두었는지를.
문이 닫힌 뒤에는 아무리 쾅쾅 두들겨 보았자 아무런 소용이 없으므로.
AM I ON TIME?
나는 제때 움직이는가?
* 영어실력과 내면 성장을 모두 얻어갈 수 있는 알짜배기 모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