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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수집잡화점 <온라인 심야식당> 후기

사회적 거리두기 시대, 랜선에서 마음을 나누는 대화로 얻는 온기

어젯밤 10시 30분에 심야 식당이 오픈되었다.


경험수집잡화점 점장이신 피터님은 <온라인 심야식당> 상세 페이지에 다음과 같이 적으셨다. OECD 국가 중 한국이 자살률이 1위인데 그 이유 중 하나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고... 심야식당이 대나무 숲이 되어주겠다고 하셔서 어떤 이야기를 하는 게 좋을지 고민했다.


내가 이번 7월부터 이끄는 모임인 <하루 15분 영어 필사 모임>을 시작한 계기에 대해 말해보면 어떨까 싶었다. 실망감, 배신감, 분노, 그리고 마음의 상처(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딥빡!)가 강력한 동기가 되어 모임을 시작하게 된 이야기 말이다. 그게 없었더라면 지금 모임은 없었을 테니까. 1기 70명, 2기 100명이 넘는 참여자 분들과 함께하는 기적은 경험할 수 없었을 테니까. 있더라도 시간이 더 흐른 뒤에 존재했을 것이다.


이야기를 마치자 피터님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고 물으셨다. 나는 세계 시민으로서 성장하고 싶다고 답했다. 살아가면서 내가 늘 생각하고 관심을 갖는 주제니까. 레바논에 폭발이 일어나도 나와는 별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치부하지 않고 우리 모두는 연결되어 있다는 믿음을 가진 사람, 나와 가족이나 친구 등 주위 반경에만 매몰되지 않은 채 시야를 넓게 확장하는 세계 시민이 되고 싶다고 말이다.


요즘 모임을 운영하면서 늘 마음이 바빴다. 직장일과 병행하며 시간 관리하는 게 정말 쉽지 않았다. 해야 할 일은 쌓여갔고, 늘 다음 일을 생각하느라 압박감이 상당했다. 하지만 심야식당에 있는 시간만큼은 그런 생각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어 좋았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다시 보편화되고 있지만, 랜선에서 이렇게 마음을 나눌 수 있다는 일은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줌으로 늘 강의만 들었는데 도란도란 대화를 나눠보니 신비로운 느낌까지 받았다. 심야식당이라는 콘셉트에 맞추어 일부러 방 불도 끄고 옅은 불빛 아래서 앉았다.


소수의 인원이 함께하니 역시나 진지하고 깊은 대화가 가능했다. 이러한 이유로 모든 사람들을 초대하긴 어려우실 거라 했는데 초대되었다는 문자를 봤을 때 선물을 받은 느낌이었다.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시간이라 좋았다. 포근한 느낌이었다. 서로의 이야기를 판단하지 않고 그냥 들어주었다. 경험수집잡화점 점장이신 피터 님과 나를 포함한 네 명의 참가자, 총 다섯 명이 함께했다. 음성으로만 참여하기를 원하시는 분이 있어 사진에는 네 명만 나왔다. 모두가 다른 삶을 살아왔는데 같은 시간, 심야 식당에서 만나 서로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피터 님의 빛나는 아이디어에 늘 감탄을 하게 된다. 앞으로도 심야 식당은 열릴 것이라 한다. (아직 새로운 모집 공고는 뜨지 않았다.) 대나무 숲이 필요하시다면 한번 참여해 보시는 것도 좋겠다.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굉장한 위로가 될 수 있으니까. 부디 상황이 좋아지면 오프라인 심야식당에서도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기를 바란다. 피터 님은 요리하시는 걸 좋아하신다고 하는데 그 요리 솜씨를 꼭 경험해 보고 싶다.  


심야 식당이 주는 감흥이 어마어마해서 12시에 문을 닫은 식당을 나서고 나는 또 네팔로 향했다! 그리곤 네팔 친구와 랜선 비어 토크를 새벽 두 시 가까이 이어나갔다. 역시 사람은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하며 서로를 보듬어주어야 한다는 진리를 깨달았다.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어젯밤에 찾아간 심야식당은 아주 매력적인 곳이었다. 매일 열리지 않기에 더욱 귀한, 그런 희소가치 있는 식당...


* 영어실력과 내면 성장을 모두 얻어갈 수 있는 알짜배기 모임 :)

<하루 15분 영어 필사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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