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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찾아서

by 운해 박호진

학기말을 맞아서 어린이집이 방학을 하였다. 6일간을 집에서만 돌보려니 무료할듯하여 여행을 계획하였다. 다행히 신시도국립자연휴양림에 예약이 성사 되었다. 주말을 피하여 월요일에 출발하여 3월1일에 귀가 하는 2박3일의 일정이다. 밤이면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지고 가는 곳이 바람 많은 섬이라 아이들 감기가 염려되었지만 예전부터 가고 싶은 곳이라 선뜻 결정하였다. 신시도휴양림은 국내 최대 규모로 지난해 3월에 개장하였다. 고군산군도는 여름철에 다녀온 적이 있지만 그 곳의 숙박은 처음이다. 딸도 휴가를 내어 동행하겠단다. 편도 217Km에 무려 3시간 가까운 여정이니 꽤나 먼 곳이다. 언제나처럼 운전은 내가한다. 옆자리에 아내, 뒷자리에 딸과 손녀 둘이 탔다. 손녀 둘은 연신 제잘 거리며 즐거워한다. 3대의 여자 넷을 태우고 아직은 이른 봄을 찾아서 고속도로를 달린다.


딸은 군산의 볼거리 먹거리를 미리 검색해두었다. 내가 뒤적여 본 것과는 차이가 나지만 이번 여행은 입 다물고 딸이 가자는 데로 가기로 아내에게 약속한 터이다. 그러나 소문난 맛집이라고 찾아간 점심 식당부터 내심 불평이 나온다. 일요일과 삼일절 틈새에 휴가를 낸 젊은이들이 많아서인지 음식점 대기 줄이 횡단보도를 건너서 까지 길게 이어져있다. 무려 40분을 기다려 입장이 되었다. 아이고 어른이고 시장이 반찬이니 이보다 맛날 수 있으랴. 그다음 코스로 내일 아침 식사를 위하여 전국에 입소문난 빵집을 찾아갔다. 웬걸, 여기도 대기 줄이 하염없다. 결국 차선으로 두 번째 이름난 가게에서 빵을 샀다. OO사진관, OO식당 등 인터넷에 뜨는 가게들은 가는 곳마다 북새통이다. 근대화거리의 박물관이나 시내의 근대 유적들을 찾았지만 죄다 월요일이 휴무라 입장은 못하고 겉만 보았다. 건물을 배경으로 사진만 찍고서 은파호수공원을 거치어 새만금방조제로 향하였다.


끝없이 곧게 뻗은 방조제를 달리노라면 마치 바다 위를 달리는듯하여 가슴이 뻥 뚫린다. 저 멀리 아스팔트는 아지랑이로 아른아른 거린다. 다니는 차가 뜸하여 도로는 한산하다. 전속 질주는 아니지만 조금 속도를 내어본다. 새만금방조제는 순수 국내기술로 19년간 축조하여 2010년 완공되었는데 군산에서 부안군까지 길이가 33.9Km로 세계에서 제일 길어 바다의 만리장성이라 불린다. 군산 쪽에서 방조제 길을 중간쯤 달리면 아미도를 지나서 신시도에 다다른다. 신시도에 접어들어 오른편 샛길로 가다가 언덕바지로 올라가면 자연휴양림에 다다른다. 해안가 언덕 위라 어디서든 전망이 좋다. 심지어는 숙소 방에서도 반짝이는 바다를 조망할 수가 있고 바다건너 대장도 너머로 석양을 볼 수 있었다. 어린 손녀들도 붉은 낙조를 바라보며 신기해하고 좋아라한다.

나들이 음식은 뭐니 뭐니 해도 삼겹살이다. 신문지를 깔고 그 위에 전기 팬을 달구어 먼저 고기를 굽고 기름이 번질 즈음에 양파 버섯 따위를 얹으니 지글거리며 맛난 내음을 풍긴다. 손녀들부터 배불리 먹이고 어른들도 상추쌈으로 포식을 하였다. 하얗고 뽀송뽀송한 침구를 가지런히 깔고 3대가 나란히 머리를 누인다. 하늘은 별빛을 쏟아내고 멀리 고깃배의 불빛이 흔들거릴 즈음 등대의 섬광이 휘휘 돌아 번쩍거리며 밤의 파수꾼이 된다. 손녀들의 애교도 잦아들고 아내와 딸이 도란도란 나누는 이야기를 자장가 삼아 칠흑 같은 밤으로 빠져든다.


이튿날 간편식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고군산대교를 지나 무녀도 선유도 장자도 쪽으로 드라이브를 하였다. 해상 교량과 터널로 굽이굽이 연결되는 도로는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하다. 자그마한 어항에 잠시 머물며 갈매기 날갯짓에 손녀들과 즐거워하고 어민들이 갓 말려서 파는 오징어도 사서 군것질을 하였다. 선유도에선 해수욕장에서 모래를 밟았다. 선유도해수욕장은 천연 해안사구로 아름다운 백사장이 넓게 펼쳐져있어 명사십리해수욕장으로 불린다. 기암괴석과 모래사장이 잘 어울려 절경으로 유명하다. 오후에는 서천의 국립생태원 관람을 갔다. 이동 편의를 위하여 장항역에 주차를 하고 서문으로 입장하였다. 정원과 연못을 지나면 은빛 에코리움 건물이 길게 드러누워 위용을 자랑한다. 열대관, 사막관, 지중해관, 온대관, 극지관등으로 구분하여 5대 기후대의 대표 동식물이 전시되어 있다. 동물들은 손녀들이 신나서 관찰하고 식물은 아내가 관심이 많다. 화사한 꽃들은 벌써 봄이고 여름이다. 에코리움 내부 관람만 2시간 정도 소요되었다. 에코케어센터에서는 긴팔원숭이들의 줄타기 재롱으로 한참을 즐겼고 사슴생태원에서의 사슴도 좋은 볼거리였다. 다음에 다시 들러서 찬찬히 구경하고 산책도 하려한다. 저녁 무렵에는 휴양림 내의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바다와 숲을 동시에 안았다. 마른 가지에 아직 움트는 기미는 없지만 오늘 내일하며 봄기운을 탐색하고 있을 터이다.

2박3일이 후딱 지나고 딸 식구는 떠나보낸다. 못내 아쉬운 손녀들은 할머니 할아버지도 저희 집으로 가자며 떼를 쓴다. 살갑게 하는 짓이 귀엽다. 양 볼에 뽀뽀 세례를 주고받곤 다음 주에 간다고 달래어 헤어졌다. 그 때쯤은 봄이 기웃거리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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