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년전으로 여행(한탄강주상절리길)
철원 평원은 1억 년 전 용암이 9차례나 분출하여 형성되었다고 한다. 용암대지가 식으면서 4각~6각 기둥으로 굳어져 주상절리가 되었고 용암이 흘러간 100Km의 가운데 부분이 침식되어 현재의 협곡이 생겨났다. 한탄강은 북한지역인 강원도 평강군에서 발원하여 남서쪽으로 흘러 철원군과 경기도 포천시를 지나 연천군에서 임진강으로 흘러든다. 한탄강 유역은 현무암 협곡으로 2020년에 유네스코세계지질공원으로 승인되었다. 주상절리가 곳곳에 분포되어있고 단층이 발달되어 미적, 지질학적, 역사적, 교육적인 가치가 충분하며 최근에 관광지로서도 매력을 갖추어 각광을 받고 있다.
철원군에서 협곡을 따라 3.6Km의 잔도를 만들어 2021년 11월에 한탄강주상절리길이란 이름으로 개장하였다. 잔도는 험한 벼랑 같은 곳에 선반처럼 매달아 낸 길을 말하는데 중국의 대협곡에 흔히 설치되어있다. 우리나라에는 순창의 용궐산하늘길이 거대한 수직 암벽에 530m 길이로 걸려있어 유명하고 단양의 만천하스카이웨이 가는 길과 원주의 소금산출렁다리 가는 길에도 잔도가 있으나 그 중에 한탄강하늘길이 단연 으뜸이란다.
한탄강하늘길은 순담매표소와 드르니매표소에서 입장이 가능한데 나는 드르니매표소에서부터 걷기를 시작했다. ‘드르니’는 마을 이름인데 “들르다“의 순 우리말로 궁예가 들렀다가 간 마을이라 부친 이름이다. 입장료는 1만원인데 경로할인으로 5천원을 내었더니 2천원은 철원사랑상품권으로 돌려준다.
입구부터 내리막 135계단으로 길은 시작된다. 협곡 건너편의 뚜렷한 단층을 바라보며 강을 거슬러 걸었다. 코스나 다리마다 특색 있는 이름이 붙어 있으며 쉼터도 많이 만들어져 있고 구간 표시가 잘되어 있어 지겹지 않게 걸을 수 있다. 목재데크로 만든 잔교와 계단, 철망 바닥의 교량을 번갈아가며 지나며 안전시설도 잘 갖추어져 있다. 반원 형태로 돌출된 전망대는 바닥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투명판이라 아찔하다. 900m 쯤의 드르니스카이 전망대를 지나면 주변으로 아름다운 풍경이 늘어서고 강물 위의 산 그림자는 선명한 초록이다. 굽이쳐 흐르는 강물이 암반을 지나 넘치며 마치 폭포 소리처럼 우렁차다. 전방으로 가물가물 펼쳐지는 잔도가 은빛으로 반짝이며 더욱 웅장하게 느껴진다. 순담담매표소까지는 1시간30분 쯤 소요되었다. 돌려받은 철원사랑상품권을 보태어 택시를 타고 원점으로 되돌아 왔다.
이어서 한탄강 중류의 고석정을 찾았다. 고석정은 강 한가운데에 10M높이의 고석암이라는 바위가 서있는 이곳에 신라 진평왕이 정자를 세웠는데 이 주변 지역을 통틀어 고석정이라고 부른다. 고석정에서는 가위로 뻗은 물윗길을 볼 수 있다. 한탄강물윗길은 주상절리를 물위에서 감상할 수 있는 트래킹 코스로 순담계곡에서 은하수교를 지나 태봉대교까지 8Km에 이른다. 강위에 만든 부교를 걷는 길과 강 옆의 바위들을 타는 길로 동절기(10월~3월)에만 운영한다. 훗날 강이 꽁꽁 얼면 다시와 걸어보기로 미루었다.
또한 철원은 안보관광지로 이름나있는데 그중에서도 철원역사문화공원을 찾았다. 해방 이후 북괴가 사용한 노동당사 건물 건너편에 조성하였는데 1930년대의 철원읍 시가지를 재현한 거리와 드라마 세트장이 있다. 거리 안쪽으로 가면 복원한 철원역에서 소이산으로 오르는 모노레일이 있다. 모노레일로 13분 정도 가파르게 오르면 소이산 전망대에 다다른다. 저 멀리 백마고지와 북녘땅의 김일성고지가 바라보인다. 내려다보이는 철원평야는 화산분출시의 용암으로 만들어진 땅인데 이곳에서 나는 오대산쌀은 최근에 널리 이름이 알려져 있다.
‘제2땅꿀’이니 ‘DMZ관광’이니 하여 으스스하고 오지로만 느껴지던 철원이 2시간 남짓 거리이다. 유네스코지질공원 승인 이후에 새로이 변모하는 철원을 찾아서 자연 경관을 즐기며 트래킹한 것은 오래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