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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에

by 운해 박호진

올해가 무슨 해였더라. 해가 바뀌면 매스컴에서 수없이 들먹이고 나도 새해 인사 때에 자주 써먹었는데 그동안 까맣게 잊고 지냈다. 바빠서? 무심해서? 기억력 문제는 더더욱 아닌 듯하다. 손 안의 컴퓨터, 휴대전화기에 온갖 정보가 다 들어 있으니 굳이 외울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손자 손녀 띠도 다른 식구들 띠를 되뇌어 따져서 닭띠, 쥐띠를 상기할 지경이니 뭔들 소상히 기억하랴.


손가락 네 번 두드려 금세 알아낸다. 2023년 계묘년(癸卯年), ‘검은 토끼의 해’. 아하! 그랬었다. 기대도 크고 할 일도 많은 한해로 출발하였었다. 새해 운수 풀이에서 좋은 일, 조심할 일이 잔뜩 이었는데 돌이켜 보니 좋은 일들이 많았다. 참 바쁘게 지낸 한해였다. 손자 손녀 돌보느라 서울과 원주를 사흘이 멀다고 쫓아다녔다. 그런 중에도 1박 이상의 국내 여행이 16회, 해외여행이 2회였으니 만족한 해이다. 틈틈이 등산도 다니고 파크골프도 즐기었다. 때늦게 코로나를 앓았지만 잘 이겨내었고 아내나 나나 크게 병원 들락거린 적은 없다.

아들은 직장을 옮기어 더 안정을 찾았고 며느리와 딸은 승진하여 한숨을 돌렸다. 딸은 갭투자로 수지에 아파트를 매입하여 무주택자를 면하였다. 씩씩해지고 예뻐지고 재주마저 뛰어난 손자 손녀 이야기는 끝도 없으나 자랑 될까 봐 줄인다. 참 아내의 우쿨렐레 연주 솜씨가 늘어 공개 연주회에 참가도 하였다. 집안으로는 형님과 누님이 돌아가시는 애통한 일도 있었지만, 조카들이 잘 극복해내었으니 다행이다. 어려운 고비는 슬기롭게 넘기었으니 결국 좋은 기억만 남게 될 수밖에. 고맙고 행복한 한 해였다.


내킨 김에 2024년을 찾아본다. 내년은 갑진년(甲辰年) 용띠해이다. 나의 띠다. 내 이름 끝 字가 진(별辰)인데 임진년(壬辰)에 태어났기에 가져다 쓴 글자일 거다. 다시 용띠이니 육십갑자(六十甲子)를 보내고 또 12번째 맞는 해이다. 좋은 일이 많을 듯싶다. 용인으로 이사 온 지 만 3년에 접어든다. 용인(龍仁)시도 용띠일 거야. 새해에는 이웃과 지역과 더 친숙해지고 사람도 많이 사귀고 싶다. 그간 몇 달 쉬었던 헬스를 다시 등록하련다. 아내는 칠순을 맞아 삶의 전환기에 접어든다. 좋아하는 여행을 위하여 몸과 마음이 젊음을 유지하도록 노력하자. 3월엔 둘의 버킷리스트에 있는 아이슬란드 여행을 떠난다. 인제의 자작나무 숲도 다녀오고 네팔이나 스리랑카 여행도 계획해보자. 손자와 손녀는 나란히 초등학생이 된다. 사춘기 오기 전에 많이 사랑해주자. 그 무엇보다 큰바람이 있다. 나이는 안 먹고 해만 바뀌면 좋겠다. 아니면 새해마다 아니고 세 해마다 한 살을 먹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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