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반세기의 간격, 놀랍고 두렵다.
천지개벽을 실감하였다. 이번에 산시성 시안(西安)을 다녀오면서 중국의 묵은 이미지를 대부분 지웠다. 잘 다듬어진 고속 도로와 시가지, 번영을 상징하듯 치솟은 고층빌딩, 그 많던 자전거는 오토바이로 바뀌었고 출퇴근시간에는 자동차가 도로를 메운다. 즐비한 고층아파트. 곳곳에 배치된 청소부들과 몰라보게 깨끗해진 화장실과 공원, 식당과 호텔의 청결 등 겉모습은 예전과 판이하다. 수십년 이어온 고속 성장과 최근의 IT, AI의 생활 속 접목 등 중국의 변화는 상상 이상이다. 시진핑 집권 이후 강력한 단속의 효과로 환경과 질서가 많이 좋아졌다고 가이드가 말한다. 다만 공중화장실에 휴지가 없고 업소 직원의 무표정한 응대, 혼잡한 교통질서와 제멋대로의 주차, 무단 횡단 등 시민 의식은 아직 이다. 또 어디를 가나 안면 인식을 하니 마치 이동을 감시받는 느낌이라 찜찜하였다.
중국은 24년 전 여름 휴가 때에 백두산을 다녀온 것이 마지막이었다. 당시에 출장으로 상해, 남경 등을 다녔고 관광은 황산, 북경, 계림, 장가계 등은 다녀왔지만 중국 패키지상품에 식상한 탓도 있고 건강할 때에 먼 나라로 눈을 돌려서 이다. 패키지여행은 편하고 안전하지만 불편도 따랐다. 관광지마다 뻔한 상술이 피로하게 한다. 당시의 가이드는 대게 연변 출신 조선족이었는데 북한인도 중국인도 아닌 어정쩡한 정체성으로 그저 한국말이 통하는 안내역에 불과하였다. 때로는 얄팍한 지식으로 우리나라의 경제 발전에 찬사를 하고 동경할 때에는 귀에 거슬렸다.
관광 스케줄은 숨가쁘게 움직이다가도 옵션 상품이나 쇼핑상점 방문 때에는 참으로 느긋하다. 라텍스나 상황버섯, 유명한 茶를 파는 가게는 필수 코스이다. 거창하게 효능을 설명하여 현혹시키고 관광객끼리 합쳐서 구입 수량을 늘리면 대폭 할인도 해준다. 안시면 그만이지만 동포를 도와 달라는 가이드의 읍소는 억압적이다. 맞아, 조선족이라고 부르지 말고 중국 동포라 불러 달라 했지. 눈치 보다가 슬며시 상점을 나올라 치면 재빨리 다가와 선생님은 특별히 반값에 주겠다는 대목에서 실소를 금할 수 없다. 당연히 들리는 마사지숍도 못마땅하다. 달러로 제법 큰돈을 지불하지만 가냘픈 종업원들에게 과연 몇 푼이나 돌아갈까? 손님이 쥐여주는 2달러 팁이 그들 수입의 전부가 아닐까 하는 의심도 든다.
OO당한약국”이란 가게에 가면 바가지의 압권이다. 점잖게 하얀 가운을 입은 자칭 유명 한의사가 진맥을 하는데 사람마다 정확히 몸상태나 가진 병을 짚어낸다. 손님의 체질이나 고질병을 이다지도 잘 알까. 신뢰가 가니 서슴없이 주문한다. 당연 카드도 된 단다. 결재하고 얼마 후 버스에 타면서 다들 어리둥절하다. 그렇게 온갖 병들의 약들이 한결같이 같은 모양 같은 색깔의 환약이다. 각자 다른 증상으로 진단하였는데 금세 처방 약이 만들어질 수는 없다. 아마도 미리 만들어 놓는 것을 한아름 안겼겠지.
그 뿐만 아니다. 아기 업은 아낙네나 지체장애인이 버스창에 매달려 구걸하던 애처로운 모습, 칸막이가 없거나 문짝이 없어 황당하였던 공중화장실, 관광지 길목마다 천원! 천원!을 외치며 상품을 흔들던 거리 상인들, 도심 뒷골목의 쓰레기 더미와 지독한 지린내. 아무튼 중국 여행은 기피하게 되었다.
평소 이용하는 여행사에서 안내 문자가 왔다. 시안 3박4일 998,000원, 노팁, 노옵션, 노쇼핑. 거추장스러운 조건이 다 제외되었고 대한항공 왕복이라니 선뜻 계약을 하였다. 시안은 언젠가는 꼭 가보고 싶은 곳이기도 하였다. 시안(西安), 과거 장안(長安)으로 불렸던 곳, 중국 13개 왕조, 3천년 역사를 지닌 古都이다. 주나라를 시작으로 진시황의 통일 제국, 한나라, 당나라 등 황금기 중국 땅 왕조의 도읍이었다. 실크로드의 시점으로 고대 동서양 무역의 중심지이며 세계 최대의 도시였다. 일정을 보니 진시황릉과 병마용, 화청지, 서안 성벽 등 역사적 유물과 화산 관광이 포함되어 있다. 오랜만에 접하는 중국 땅이니 기대가 크다. 현지에서 쓸 일이 없을 듯하여 위안화 환전은 안하고 카드만 가지고 출발.
화산(華山)은 중국 5대 명산인 오악(五岳)중 하나로 가장 험준한 산으로 불린다. 단순히 높아 서가 아니라 거대한 화강암 덩어리가 솟아오른 수직 절벽이 아찔하다. 북봉 코스를 케이블카로 올랐다. 절벽 바위를 쪼아 만든 등산길을 오르니 산수화 속을 노니는 듯하였다. 화청지는 1982년 발굴하여 복원하였다는데 멋진 정원과 우람한 건축물을 구축하였다. 당나라 말 현종과 며느리 양귀비의 망측한 사랑 놀음의 장소란다. 역대 황제들이 별장을 세워 휴양한 온천은 지금도 사용되고 있다고.
진시황릉은 중국 최초의 황제인 진 시 황제의 묘지로 76M 높이의 피라미드형태의 무덤으로 당시 진나라 수도였던 함양의 모양을 본떠서 만들었다 한다. 무심코 보면 나지막한 산에 불과하다. 1987년 병마용과 더불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병마용은 흙을 구워서 만든 수많은 병사와 말, 전차 등이 전시되어 있는 곳이다. 그 어마어마한 규모 뿐 아니라 그 많은 병사와 전차 등의 제작 과정을 들으니 감탄 스럽다.
과거의 문화와 영광이 강력한 중앙집권으로 다시 용솟음치는 나라. 미국과 맞장뜨겠다는 나라. 한 때는 우리나라가 수출로 외화벌이를 하였지만 이젠 온갖 것을 다 수입해 오는 나라. 곳곳의 지나치게 웅장한 조형물들이 허세의 상징이 아니라 내실도 튼튼해져 현실이 되는 날이 멀지 않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