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전기를 가져올 것인가 (2)

태양과 바람의 에너지

by 강진영


https://brunch.co.kr/@1116aa4ac249404/11


지난 편에서는 우리가 어떤 에너지 위에서 살아왔는지를 정리하는 데서 출발했다.

화석연료가 어떻게 현대 문명의 성장과 구조를 형성했는지,

그 위에 얹힌 인프라와 기술 체계가 왜 쉽게 대체되지 않는지를 설명했다.


이어, 화석연료가 물러나야 할 이유—바로 온실가스 배출이라는 외부비용의 현실적 영향—을 짚으며,

오늘날의 에너지 전환이 ‘선택’이 아니라 ‘필연’임을 강조했다.

그리고 이 필연성 속에서 종종 대안으로 언급되는 원자력 발전이

과연 현재의 전략적 선택지로 유효한가에 대해 비판적으로 점검했다.


마지막으로, 재생에너지 가운데서도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수력, 바이오, 지열 같은 ‘제어 가능한’ 자원들을 살펴보며,

이들이 왜 한국의 에너지 전략에서 주변부에 머무르게 되었는지를 분석했다.


그러나 정작 대중 인식과 정부 정책, 언론 담론, 산업 투자 등 거의 모든 층위에서

‘재생에너지’라는 말은 사실상 태양광과 풍력을 가리키는 용어처럼 사용되고 있다.

에너지 전환의 핵심이자 상징으로 기능하는 것도 바로 이 ‘가변형’ 자원들이다.


이번 편은 그렇게 중심이 되어버린 태양광과 풍력—

가장 많이 언급되지만, 종종 피상적으로만 소비되는 이 두 에너지원에 대한 점검에서 시작하려 한다.

이들은 어떻게 재생에너지의 대표주자로 부상할 수 있었을까?

그리고 선택지로서 어떤 가능성과 리스크를 동시에 안고 있을까?


재생에너지에 대한 고찰 - 태양광


발전이란 무엇인가?

전기를 만든다는 것은, 결국 자기장 안에서 코일을 움직이거나, 코일 안에서 자기장을 변화시키는 일이다.

즉, 발전기의 본질은 회전 운동을 만들어내는 데 있다.


터빈(turbine)은 열 또는 운동 에너지를 회전 운동으로 변환하는 장치다.

대부분의 1차 에너지원은 직접 전기를 만들지 못하고,

우선 열이나 압력 같은 2차 에너지 형태를 거친다.

따라서 이 에너지를 회전 운동으로 바꾸어줄 중간 변환 장치가 필요했고,

터빈은 그 역할을 가장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기에 선택되었다.


예를 들어, 화력 발전과 원자력은 열로 물을 끓여 고온·고압의 증기를 만들고, 그 증기로 터빈을 돌린다.

수력은 높은 위치에서 떨어지는 물의 운동 에너지, 풍력은 바람의 흐름을 활용해 터빈을 회전시킨다.

이렇게 얻은 회전 운동이 발전기(generator)를 구동하고,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는 보통 이 과정을 통해 생산된다.


결국, 터빈을 쓰지 않는 몇몇 방식을 제외하면,

발전이란 '어떻게 터빈을 돌릴 것인가'에 대한 각자의 해답이라 볼 수 있다.

그리고 태양광 발전은 바로 그 터빈을 쓰지 않는 몇 안 되는 예외 중 하나다.


태양광 발전의 원리는 종종 광전 효과(Photoelectric effect)로 설명되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는 광기전력 효과(Photovoltaic effect, 또는 광기전 효과)에 기반한다.


태양광 패널 내부에는 PN 접합 다이오드 구조가 있다.

이 구조에 태양빛이 닿으면, 빛의 에너지를 받은 전자들이 반도체 내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상태로 바뀐다. 이때 생성된 전자들은 내부 전기장에 의해 한 방향으로 이동하고, 그 결과 전압(기전력)이 형성된다.

이 기전력은 회로를 따라 전류가 흐르게 만드는 구동력이 되어, 태양광 발전은 터빈 없이도 전기를 직접 생성할 수 있게 된다.


태양광 발전은 구조적으로 독특한 원리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그 장점 또한 일반적인 발전 방식에서는 보기 어려운 다른 방향에서 드러난다.


직관적인 사례로, 전자 계산기를 생각해보자.

공학용이나 그래프 계산기 같은 특수 모델을 제외하면

일반적인 전자 계산기 대부분은 건전지와 태양전지를 함께 사용하며,

일부는 태양전지만으로도 작동한다.

대부분의 발전 설비는 이처럼 극도로 작게 축소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는 단지 ‘작게 만들 수 있다’는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태양광 발전은 복잡한 증기 회로나 대형 터빈 같은 구조가 없기 때문에,

하나의 발전 단위를 잘게 나누고,

필요에 따라 원하는 규모로 조립하거나 확장할 수 있다.

그 결과, 수 와트에서 수 메가와트까지 자유로운 설계가 가능하다.


설치 또한 유연하다.

건물 옥상, 벽면, 유휴지, 농지 등 기존 공간 위에 바로 설치할 수 있으며,

복잡한 기반 시설 없이도 작동 가능하다.

이로 인해 사막, 고산지대, 인공위성처럼 극단적인 환경에서도 실용적이다.


또한, 태양광 발전은 터빈과 같은 고가의 기계적 회전체가 필요 없기 때문에 마모에 의한 유지보수 부담이 거의 없고, 소음과 진동이 발생하지 않으며, 운영 비용고장 리스크 모두가 낮다. 설치 초기 비용 역시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태양광 발전이 구조적으로 단순해서 유리했느냐는 질문은, 어떤 관점에서 묻는가에 따라 답이 달라진다.


먼저, 미시적인 기술 관점—예컨대 전자구조나 소재공학, 셀 단위의 정밀 제어 같은 영역에서는—태양광 발전이 특별히 단순하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반도체 기술의 정밀함을 요구하며, 소재·구조 최적화에는 복잡한 설계와 연구가 필요하다.


하지만 거시적인 산업 구조와 생산 시스템의 관점에서 보면, 태양광은 분명히 ‘단순한 구조’ 덕분에 유리한 조건을 가진 에너지원이었다. 이는 가격이 급속도로 하락할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실제로 Bloomberg의 자료에 따르면, 1977년 태양광 발전이 처음 상용화되었을 당시 발전 단가는 76.67달러 per watt였다. 하지만 2020년 기준으로는 0.18달러 per watt, 즉 약 400배 가까이 가격이 하락했다.


이러한 하락의 배경에는 바로 ‘경험 곡선 이론(Experience Curve)’이 있다. 경험 곡선이란 어떤 제품의 누적 생산량이 두 배 증가할 때마다 생산 단가는 일정 비율로 감소한다는 이론이다. 이는 단순한 규모의 경제가 아니라, 반복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학습 효과—예를 들어 기술 숙련, 공정 개선, 설계 단순화, 공급망 최적화, 자동화 등이 축적되어 단가를 낮추는 구조를 뜻한다.


경험 곡선은 누적된 생산 경험이 기술 개선과 비용 절감으로 이어지는 구조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반복성이 높고, 표준화와 자동화가 잘 이루어진 산업에서 특히 강하게 나타난다.


태양광 산업은 이러한 조건을 거의 모두 만족하는 드문 사례로, 다음과 같은 구조적 특성 덕분에 이 이론이 다른 산업보다 더 빠르고 강하게 적용되었다:


태양광은 모듈 단위로 표준화되어 있고, 셀·모듈·인버터가 독립적이고 규격화된 방식으로 조립된다.

이들은 공장에서 정밀하고 반복적으로 대량 생산되며, 수직 계열화가 가능하다.

태양광 설비는 개별 설계나 현장 제작 없이, 동일한 구조로 여러 지역에 설치되므로 개선이 빠르게 축적된다.

발전소 수준의 기반 시설 없이도 설치 가능하므로, 현장 적용과 실험 주기가 짧고 유연하다.

전통적으로 규제 장벽이 비교적 낮았기 때문에, 연구개발에서 상용화까지 걸리는 시간도 짧다.


이 모든 조건이 맞물리며, 태양광은 다른 발전 방식들보다 훨씬 더 ‘경험 곡선 친화적인 기술’로 자리 잡게 되었다.


앞서 원전의 단점을 긴 '건설 기간'과 '기술의 진보와 현실 적용 간 시간차'로 지적했던 것처럼

태양광 발전의 장점 또한 짧은 '건설 기간'과 '기술의 진보와 현실 적용 간 시간차'로 설명할 수 있다.


원전에 대해 계속 중장기 전략으로서의 가치는 분명하지만, 단기적 대응에 한계를 가진 '느린 대안'으로 설명했던 것과는 달리 태양광 발전이 주목받을만한 이유는 독특한 원리에서 기인한 독특한 구조, 그리고 그것에서 기인한 속도다.


엄밀히 과학적으로 정확한 표현은 아니지만, 이러한 산업 구조적 차이를 정리하기 위해 Freeing Energy의 2019년 기사에서 제시된 비유를 하나 빌리자면, 태양광 발전은 석탄 더미보다 iPhone과 더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태양광 발전이 '우월한' 선택지냐고 하면 이 역시 답하기 어렵다. 8편의 서술을 한 번 더 인용하고, 살을 덧붙여보자.


하지만 태양광은 본질적으로 변동성이 큰 에너지원이다. 전력망이 안정적으로 작동하려면, 전력의 공급과 수요가 실시간으로 일치하며, 이를 통해 전력 계통 주파수가 일정하게 유지되어야 한다. 그러나 태양광은 날씨, 시간, 계절에 따라 발전량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수요가 많은 시간에 맞춰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어렵다. 특히 덕커브(Duck Curve)로 불리는 현상처럼, 태양광이 많은 낮 시간 이후 일몰 무렵에는 발전량이 급감해, 다른 발전원이 갑자기 대량의 전력을 공급해야 하는 구조적 부담이 발생한다.

이러한 불안정성은 에너지 저장장치(ESS)나 기존 발전원의 탄력 운전으로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다. 특히 ESS는 다른 발전원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독립적으로 작동할 수 있어 유용하지만, 아직 비용이 매우 높은 편이다. 설치 단가만 보면 태양광은 점점 저렴해지고 있으나, ESS 같은 보완 인프라까지 포함하면 여전히 전체 시스템으로는 높은 비용을 요구할 수 있다.

더욱이 한국은 유럽과 달리 주변 국가에서 전력을 수입할 수 없는 독립 계통 구조이기 때문에, 태양광 비중이 높아질수록 ESS와 같은 보완 기술에 대한 의존도는 필연적으로 커진다. ESS의 기술은 태양광보다 더 복잡하고, 열폭주나 화재 등 안전 문제에도 더 민감하다. 이로 인해 ESS의 표준화나 대규모 보급 속도는 느릴 수밖에 없으며, 비용 하락 속도 역시 제한적일 수 있다.

기술적 문제 외에도 태양광 발전은 토지 자원을 직접적으로 소모한다. 원자력이나 화력 발전과 달리, 태양광은 산지에도 설치가 가능하기 때문에, 실제로 많은 발전소가 산림을 개간하여 조성된다. 그러나 이는 자연 보전과의 충돌을 피할 수 없다. 탄소를 흡수하는 숲을 베고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행위는, 단기적으로 오히려 탄소를 더 배출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태양광 발전은 공간 확보가 필수적이지만, 그 공간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자연 보전이라는 또 다른 환경 가치와 충돌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 함께 태양광 발전과 ESS, 나아가 대부분의 재생에너지는 리튬, 니켈, 코발트, 희토류와 같은 금속 자원에 강하게 의존한다. 이는 우리가 화석연료에서 벗어나면서도 여전히 어떤 자원 의존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어쩌면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단지 석유 중심의 에너지 체계에서 희귀 금속 중심의 새로운 구조로 옮겨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처럼 나열된 단점들 중 일부는, 기술 발전과 제도 설계에 따라 충분히 개선 가능한 성격을 지닌다.


예를 들어, 간헐성 문제는 양수 발전, ESS, 수소 등 다양한 보완 기술을 통해 해결 가능하며, 이들의 비용 또한 시간이 지나며 점차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태양광 입지로 인한 산림 훼손 문제 역시, 사전 입지 선정을 제도화하는 ‘재생에너지 계획입지제도’의 도입으로 조정될 수 있다. 이 제도가 규제로 작용하면 확산 속도를 늦출 수 있지만, 반대로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유인책으로 설계될 경우 오히려 확산을 촉진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금속 자원에 대한 의존도 문제 또한 완화 가능성이 있다. 예컨대, 태양전지 생산량이 연간 1TW를 초과할 경우 은 부족이 산업 확장의 제약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은 코팅된 구리(Cu) 페이스트, 구리 전도성 페이스트, 구리 도금 등 다양한 대체 기술들이 연구되고 있다. 이러한 연구는 태양광 기술의 빠른 현장 적용성과 맞물려 실효성을 가질 수 있다.


또한 흔히 지적되는 ‘한국은 일조량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최근에는 타당성이 약해지고 있다. 2023년 이후 태양광 패널 가격이 30~40% 하락하면서 경제성이 대폭 향상되었으며, 실제로 한국보다 고위도에 있고 일조량이 더 부족한 독일, 덴마크 등에서도 태양광 비중은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 모든 단점이 단순히 ‘일시적이며 곧 극복될 문제’로만 간주되어선 안 된다.


간헐성 보완 기술은 여전히 높은 비용을 요구하며, 이는 태양광이 가진 가장 큰 장점—단순한 구조와 빠른 확장성—을 일정 부분 상쇄시킨다. 특히 한국처럼 전력망이 다른 국가와 연결되어 있지 않은 독립 계통 구조에서는, 간헐성 문제를 외부 연계로 흡수하는 방식조차 불가능하다. 결과적으로 태양광의 불안정성을 완충할 기술적·제도적 장치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커지고, 이는 곧 구조적 제약으로 이어진다.


또한 2025년 기준으로 국내 태양광 산업은 셀(cell)과 모듈(module) 일부 생산 능력을 갖추고는 있으나, 핵심 소재인 잉곳(ingot)과 웨이퍼(wafer) 대부분을 여전히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이로 인해 가치사슬 전반에서 중국의 독점 구조가 강화되고 있으며, 특정 국가에 대한 과도한 수입 의존은 공급 차질과 가격 변동 등 외부 충격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전략적 취약성으로 작용할 수 있다. 소재 내재화 노력이 진행 중이라 하더라도, 단기간에 달성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즉, 나열된 단점들 중 일부는 기술과 제도의 진보로 개선될 수 있지만, 또 일부는 단기간 내 해결이 어려운 구조적 한계임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결국, 태양광을 바라보는 관점은 단순히 경제성이나 기술적 효율성에만 머물러선 안 된다.

정책 설계자라면 제도적 유연성과 리스크 관리 전략을, 기업이라면 장기적 투자 판단과 공급망 다변화를,

그리고 시민이라면 감정적 수용성과 입지 갈등을 둘러싼 공론장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찬성할 것인가, 반대할 것인가’라는 단선적 구도가 아니다.

얼마나, 또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계획이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고찰 - 풍력


태양광이 햇빛을 전자적으로 변환해 전기를 생산하는 몇 안 되는 예외적인 발전 방식이라면, 풍력 발전은 고전적 물리 원리에 기반한 방식이다. 바람의 운동 에너지가 블레이드(날개)를 회전시키고, 이 회전이 발전기를 구동시켜 전기를 생산한다. 결국 이는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든다’는 점에서 수력·화력·원자력과 같은 발전 방식의 연장선에 있으며, 단지 동력원의 출처가 바람일 뿐이다.


풍력 발전의 이론적 효율 한계는 베츠의 법칙(Betz’s Law)에 따라 16/27, 약 59.26%로 설정된다.

이는 공기의 운동 에너지를 얼마나 회수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물리적 제한으로, 풍력 터빈을 통과한 후의 공기(탈출 풍속)는 반드시 속도가 느려져야 한다는 조건에서 비롯된다.


예를 들어, 탈출 풍속이 0이라면 공기 흐름이 멈춰버려 에너지 전달이 중단되고, 반대로 입사 풍속과 같다면 터빈이 아무런 저항도 주지 않았다는 뜻이므로 에너지 추출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 둘의 중간 어딘가에 최대 효율 지점이 존재하며, 베츠의 법칙은 이 최적 조건이 탈출 풍속이 입사 풍속의 1/3일 때라고 설명한다.

이때 발전 효율은 이론적으로 최대치인 59.26%에 도달한다.


그러나 풍력 발전은 이론적 한계가 명확히 정의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20세기 후반부터 이미 시장 경쟁력을 확보한 에너지원으로 평가받아 왔다. 육상 풍력은 바람이 강하고 일정한 지역에서는 화석연료와 유사한 발전 단가를 달성할 수 있으며, 해상 풍력 또한 고정식 기준으로 이미 또는 거의 화석연료 단가와 대등한 수준에 도달한 상태다. 예컨대 2024년 7월 중국 진산(金山) 해상풍력 프로젝트의 낙찰 단가는 0.302위안/kWh(약 57.4원)으로, 같은 지역의 석탄 발전 단가인 0.4155위안/kWh(약 79원)을 이미 하회한 바 있다.


또한, 풍력은 일반적으로 출력의 연속성 측면에서 태양광보다 상대적인 구조적 이점을 가진다.


태양광 발전은 햇빛에 전적으로 의존하기 때문에 야간에는 발전이 불가능하며, 낮에도 구름, 계절, 입사각 등에 따라 출력이 급격히 변동한다. 반면, 풍력은 컷인 풍속(보통 약 3~4m/s) 이상의 바람이 존재하는 한 주야를 가리지 않고 발전이 가능하다.


물론 풍력 역시 기상 조건에 따른 간헐성을 갖고 있어, 특정 지역이나 시간대에서는 출력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일부 통계 분석(중국, 영국 등)에 따르면, 광범위한 지역에 풍력 터빈을 분산 설치할 경우, 태양광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간헐성을 보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제시되어 왔다. 이는 풍속의 시공간적 불규칙성이 지역 간 상쇄되면서 전체 출력 변동성이 평균화되는 효과 때문이다.


이와 함께 풍력은 야간에도 발전 가능하고, 태양광은 일사량에 따라 주간에 집중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두 자원은 시간적·계절적으로 상호 보완적인 조합을 형성할 수 있는 가능성이 논의되어 왔다.


물론 에너지 저장 기술(ESS, 수소 저장 등)이 발전한다면, 풍력과 태양광 모두의 간헐성 문제를 기술적으로 완화할 수 있다. 실제로 일부 지역에서는 단기 저장 및 피크 부하 조절 용도로 상용 ESS가 도입되고 있다.


그러나 2025년 현재 기준으로는 장주기 저장의 높은 비용, 배터리 기술의 낮은 에너지 밀도, 시스템 통합에 따른 인프라 부담 등으로 인해 대규모 전력망 차원에서 기저 발전을 대체하거나 안정적 계통 운영을 완전히 뒷받침하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한 상황이다.


반면, 풍력은 여러 국가에서 실증적 경제성과 기술적 성숙도를 입증한 사례가 축적되고 있어, 현재 시점에서는 상대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높은 재생에너지 대안으로 많은 국가에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구조적 한계와 내재된 리스크 또한 동시에 존재한다.


가장 두드러지는 문제는 입지에 대한 제약이다.

풍력은 바람의 세기와 일관성이 발전 효율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이기 때문에, 단순히 땅이 있다고 설치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다. 연중 안정적인 풍속이 확보되면서도 전력 수요지와의 거리나 인프라 접근성까지 만족하는 지역은 극히 제한적이며, 육상 풍력은 이러한 입지 조건에 더욱 민감하다. 게다가 일반적으로 우량 입지부터 선점되므로, 시간이 흐를수록 남는 후보지는 자연히 효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


또한 풍력은 터빈 간 간격 확보가 필수이기 때문에, 개별 기기가 차지하는 면적은 작더라도 전체 단지 조성을 위해서는 넓은 부지가 요구된다. 더불어, 주변에 고층 건물이나 인공 구조물이 들어설 경우 풍속과 풍향에 영향을 주어 발전량이 감소하고, 이는 향후 건축 제한을 불러오며 공간 활용도까지 제약하는 구조적 문제로 이어진다.


이러한 한계를 피하고자 해상으로 진출하면, 풍속의 강도와 일관성 면에서는 유리해지지만, 그만큼 설계·설치·운영 전반의 비용과 기술적 난이도가 급격히 상승한다. 해상 환경에서는 장비·인력 접근성, 기초 구조물 확보, 전력망 연결 등 모든 단계에서 추가적인 기술과 비용이 필요하며, 특히 부유식(floating) 해상 풍력은 플랫폼 안정화, 해양 계류, 해저 전력 계통 연결 등 고난도 기술 집합체로서 진입 장벽이 더욱 높다.


시각적·청각적 영향도 결코 간과할 수 없다.

고정식 터빈은 회전 반경이 수십 미터에 이르며, 24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저주파 소음, 그림자 깜빡임(Shadow Flicker) 현상 등은 인근 거주자의 건강과 삶의 질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더 나아가, 풍력 또한 단지 불편을 넘어서는 환경적 리스크를 수반한다.

국제 모니터링 사례 및 환경영향평가에 따르면, 해상풍력 터빈에는 다음과 같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첫째, 터빈의 회전 반경과 구조물의 높이는 전파 산란과 음영 현상을 유발해, 항공·해상 레이더의 탐지 효율을 저하시킬 수 있다. 이는 군사적 감시 체계나 항행 안전 시스템에 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고려가 필요하다.


둘째, 구조물 표면에 사용되는 방오 도료는 독성 화학물질을 포함하는 경우가 많고, 이 물질들은 해류를 따라 확산되기에 국지적 오염을 넘어 광역 생태계에 장기적인 피해를 초래할 수 있는 오염원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셋째, 유럽의 Horns Rev, Nysted 해상풍력 단지 등에서는 바닷새 충돌, 이동 회피 반응, 개체수 감소 등 실제 피해가 보고되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철새의 이동 경로 교란과 서식지 단절로 이어질 수 있다.


즉, 풍력 발전이 유발하는 영향은 단순한 미관 문제나 일상적 불편을 넘어서,

생태계의 구조적 교란과 기능적 손상으로 확장될 수 있다.


물론 일부 긍정적 가능성도 제기된다.

예컨대 해상풍력의 기초 구조물은 인공어초로 기능하며, 어류나 패류의 서식처를 확장시킬 수 있다.

실제로 영국 North Hoyle 풍력단지에서는 터빈 기초부의 단단한 구조물이 어류와 전복류의 서식지로 활용되었고, 이로 인해 어종의 다양성과 개체 밀도가 증가했다는 보고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효과는 아직까지 국지적 관측에 기반한 ‘가능성’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그 지속성이나 범용성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같은 North Hoyle 사례에서도, 일부 연구는 이러한 효과가 실제 개체 수 증가(prod­uction effect)라기보다는, 기존 개체가 구조물 주변으로 단순히 몰리는 ‘매력효과(attraction effect)’에 불과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즉, 관찰된 긍정적 효과가 생태계 전반에 유익한 구조적 변화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동시에 보고되는 부정적 영향(충돌, 서식지 단절 등)과 자동적으로 상쇄되는 것도 아니다.


더욱이 풍력 산업은 희토류 자원에 대한 높은 의존성이라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안고 있다.

영구자석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디스프로슘·테르븀 등 핵심 희토류의 약 90%가 중국에서 정제되는 현행 공급망 구조는 불안정성을 내포한다.


실제로 중국은 2025년 4월 4일부터 7종의 희토류에 대해 수출을 통제했고, 같은 달 코트라(KOTRA)는 『EU 경제통상 브리핑』을 통해, 이 조치가 글로벌 풍력 부품 공급망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공급망 리스크가 현실화된다면, 국내 풍력 단지 개발에도 직접적이고 실질적인 제약이 발생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균등화 발전단가(LCOE)는 발전 비용을 비교하는 데 유용한 기준이지만, 본질적으로 단편적이며 시스템 전반의 비용을 반영한다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 LCOE는 발전소의 전 생애 주기 동안 발생하는 총비용(건설, 운영, 유지보수 등)을 총 발전량으로 나눈 값으로, 특정 발전원이 얼마나 저렴하게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지를 나타낸다. 숫자가 낮을수록 경제성이 높은 것으로 해석되며, 투자 타당성 판단 및 정책 수립 시 핵심 지표로 자주 사용된다.


문제는 일반적인 LCOE의 정의에 따르면, LCOE가 오직 발전소 내부의 직접비용만을 반영한다는 점이다. 다음과 같은 외부비용 및 시스템 통합 비용은 계산에 포함되지 않을 수 있다:

계통 연계 비용: 풍력은 주로 도심과 떨어진 바람 좋은 지역에 설치되며, 이 경우 송전선, 변전소, 전압 조정 설비 등 전력망 연결 인프라 구축이 필수다.

송전망 확장 비용: 풍력의 변동성은 기존 송전망에 부담을 주며, 일정 규모 이상 도입 시 계통 안정화 설비 및 백업 전원 확보가 요구된다.

수요지와의 거리: 발전소가 전력 수요지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송전 손실 및 인프라 비용은 증가하며, 이는 LCOE 계산에서는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LCOE가 낮다는 이유만으로 풍력 발전이 ‘저렴한 에너지’라고 결론내리는 것은 부분적이며 과도한 일반화에 가깝다.


앞서 인용한 중국 진산 해상풍력 프로젝트에서 낙찰된 발전 단가가 석탄 발전 단가보다 낮았다는 사례를 다시 살펴보자면 표면적으로는 ‘경제적’일 수 있지만, 총소유비용(TCO: Total Cost of Ownership) 기준으로 보면 오히려 화석연료보다 비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이러한 단점들이 모두 절대적인 한계는 아니다.


입지로 인한 생태계 훼손은 태양광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계획입지제도 등 사전 조정 메커니즘으로 대응할 수 있으며, 해상풍력 부문에서는 해당 제도가 이미 일부 적용되고 있다.


자원 편향 문제 또한 기술적·순환경제적 대안이 병행되고 있다.

예컨대, 아직은 기술 성숙도가 낮지만 희토류를 사용하지 않는 질화 철 자석 등 대체 자성 소재 개발이 진행 중이며, 폐기된 풍력 발전기로부터 NdFeB 자석을 회수·정제하여 재사용하는 리사이클링 기술도 현실적인 보완책으로서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핵심은, 풍력 발전이 안고 있는 제약이 단순히 기술의 미성숙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풍력은 본질적으로 특정한 바람 자원과 공간적 조건에 의존하는 발전 기술이며,

이러한 구조적 특성은 기술 진보나 비용 절감만으로는 완전히 극복되기 어렵다.


결국 풍력은 종종 태양광과 함께 ‘재생에너지’라는 범주로 통칭되지만,

작동 원리, 리스크 구조, 입지 조건 등에서 명백히 다른 특성을 지닌 독립적 자원이다.


따라서 풍력을 둘러싼 논의는 태양광과 동일한 평가 기준이 아니라,

별도의 전략, 정책 수단, 기술적 판단 기준 위에서 설계되어야 한다.


풍력 역시 모든 조건에서 통용될 수 있는 보편적 해법이라기보다는,

다양한 제약과 상충 속에서 선택 가능한 전략적 수단으로 이해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접근일 것이다.


재생에너지는 이상인가?


태양광과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는 단순히 ‘친환경’이라는 이상만으로 선택될 수 없다.

이들은 본질적으로 조건부로 유리한 에너지이며, 제도적 설계와 기술적 보완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에너지 시스템 전체의 리스크를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기존 에너지원—특히 원전—이 제공하지 못하는

속도, 유연성 등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단지 대체재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현실의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수소 기반 기술을 포함한 또 다른 에너지 옵션들을 검토할 시점에 와 있다.

그러나 그 전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질문이 있다.


이 선택지들은 과연 어떤 시스템 위에서 작동하는가?


기술은 언제나, 어떤 시스템의 조건 안에서 실현된다.

앞서 우리는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상대적 장단점을 비교해보았다.

하지만 에너지 시스템은 발전 기술 간의 우열을 겨루는 카드게임이 아니다.


전력은 단순히 생산만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어디서 전기를 가져올 것인가?"라는 질문은

결국, 전기를 어디가져’ 어떻게 이곳으로 ‘’ 수 있게 할 것인가를 묻는 말이다.


따라서 다음 장에서는 수소 기술이라는 새로운 선택지를 논의하기에 앞서,

그 모든 기술이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는 기반,

전력 시스템의 구조를 먼저 살펴볼 것이다.


왜냐하면, 전기는 단순히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흐르고, 연결되고, 통제되어야만 비로소 의미를 갖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과연 전기는, 어떤 시스템 위에 있는가?



요약


화석연료:

장점: 대규모 출력, 유연한 조절력, 낮은 초기비용, 기존 인프라와 완벽히 호환.

문제점: 온실가스 배출이라는 결정적 외부비용 → 전 지구적 리스크 유발.

기술적으로는 여전히 효율적일지라도, 구조적으로 지속 불가능. ‘싼’ 에너지는 외부비용을 반영하지 않았을 때만 존재.

원자력:

장점: 낮은 탄소 배출, 장기 운전 가능, 기저부하용으로 적합.

문제점: 폐기물 처리 문제 (사일로 포화 + 사회적 수용성 부족), 기후 리스크 (냉각수 부족, 해수면 상승 등), 낮은 계통 유연성과 높은 고정성, 긴 건설 기간 → 단기 대응 불가.

SMR, 탄력 운전 등이 연구되는 중

제어 가능한 재생에너지:

수력: 입지 한정 + 대부분 개발 완료. 환경·사회적 갈등으로 추가 확장 어려움.

지열: 지질적 제약 + 낮은 상용화 가능성.

바이오: 탄소중립 불확실 + 생물다양성 및 토지 갈등 유발 가능.

자립성·경제성 측면에서 태양광·풍력보다 불리. 주력보다는 보완적 자원의 가능성.

태양광:

장점: 모듈화, 짧은 설치 기간, 낮은 유지비, 가격 하락(경험곡선 효과). (+ LCOE 기준 시장 경쟁력 있는 단가 확보.)

문제점: 간헐성 + ESS 등 보조기술까지 합했을 때의 비용 부담, 산림 훼손과 입지 갈등, 희소금속 의존 + 중국 공급망 종속.

계획입지제도, 희소금속 대안 기술 연구 중

풍력:

장점: 상대적으로 더 안정적 출력(주야 가능) → 태양광과의 상호 보완 가능성?, LCOE 기준 시장 경쟁력 있는 단가 확보.

문제점: 입지 제약 + 저주파·경관·생태계 영향, 해상풍력 고난이도 기술/비용 장벽, 희토류 공급망 리스크

마찬가지로 계획입지제도, 희소금속 대안 기술 연구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