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가시지 않은 늦은 저녁이었습니다. 일산의 코트 3개짜리 작은 배드민턴 체육관에서 코치님과 한게임 했지요. 게임이 끝나고 저는 사람이 떡도 되고, 불도 될 수 있음을 실감했습니다. 코치님은 불같이 화를 내고, 저는 그 앞에서 불에 익어가는 떡이었습니다.
“아니, 게임을 왜 치는 거에요!?”
“......”
“게임의 목적은 첫째도 이기는 거, 둘째도 승리에요.!”
“......”
“그렇게 치면 다음부터 쌤이랑 아무도 안쳐줘요. 무시만 당한다구요.!”
“꼭 이기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잖아요.”
“그렇게 배려하고 싶으면 에이조 되시고 나서 배려하세요.! 실력이 있어야 여유도 부리고 즐길 수 있는거에요!”
“지고 싶은 사람이 어딨겠어요?”
그렇게 낯뜨거움에 처참히 뭉개진 떡의 몰골로 집에 들어왔지만, 맘이 편칠 못했습니다. 코치님 맘도 말도 틀린 곳은 없었습니다. 이 서운함은 저 역시 이기고 싶었다는데 기인한 것이겠지요.
이기고 지는 것 종이 한 장 차이인 것 같은데, 사람을 들어다 놨다 합니다. 특히 대회나 시합에서 지면 내색을 안 하려고 해도, 숨길 수 없는 아쉬움에 가슴 한켠이 움푹 패입니다. 배드민턴을 치면서, 그런 마음의 잔기스 때문에 속앓이 하는 분들이 저뿐만은 아니라는 것을 제 친구 미정이가 알려주었습니다. 저만 벤뎅이 속알딱지라서 그런 것은 안닌 것 같아 다행이었던 순간이 있었거든요.
“내가 어떤 것을 주제로 쓰면, 사람들이 읽어줄라나?”
“이기는 방법 좀 써 봐라. 시합만 나가면 왜 이렇게 안되냐? 난 대회용은 아닌가봐.”
‘이기는 방법?’ 모호하고 거창하기 그지없는 글감입니다. ‘이기는 방법’ 그런 게 정말 있나 싶으면서도 쓰기만 하면 대박일 것같은 마력적인 주제이긴 했습니다. 몇날 며칠 심리학, 멘탈관리 등등의 서적들을 읽으면서 잘하면 써 볼 수도 있겠는데?라는 긍정적 의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숱하게 깨지고 예탈을 밥 먹듯하며 누구보다 잘 치고 싶다는 간절함에 또 다시 책상 앞에 엉덩이를 붙여봅니다. 밤새 3줄을 쓰고 아침에 5줄을 지우고 다시 3줄을 쓰는 한이 있더라도(하하). 난쟁이 똥자루만큼 좁은 식견으로 이기는 방법 전체를 조망할 수는 없겠지만, 독서와 처절한 반성을 통해 잠깐이라도 거인의 어깨 위에 매달려 이기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미치도록 이기고 싶다면...배드민턴 시합뿐 아니라 그 어떤 삶의 장면에서도 이기고 싶다면, 다음 편을 기대해 주세요. 지금 저는 저를 벼랑으로 몰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야 책임감을 가지고 다음 편을 완성할테니까요.